하트해변갈까 명사십리갈까…섬초와 천일염의 고향 비금도도 가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억겁의 세월 모래사장과 기암괴석이 빚은 ‘하트’ 모양 하누넘해변 신기/자동차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명사십리 해변과 이세돌 바둑박물관도 만나


매년 겨울이면 박스째 주문해 먹는 시금치가 있다. 바로 도초도와 형제섬인 비금도에서 나는 ‘섬초’. 한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많은 양념이 필요 없다. 참기름과 간장만 넣고 조물조물 무쳐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 향긋한 섬초의 맛이 입이 귀에 걸리는 행복을 선사한다. 미식가들이 섬초가 나오는 때를 기다리는 이유다.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며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자라는 비금도 시금치는 잎이 두꺼워 식감이 좋고 특히 단맛이 일품이라 값이 일반 시금치보다 두세 배 비싸다. 전국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천일염도 신안에서 생산되는데 비금도가 원조다. 1946년 비금도 주민들이 만든 민간 최초의 천일염전이 바로 시조염전. 수림리 주민 손봉훈과 박삼만이 중심이 돼 ‘제염기술원조합’을 결성, 천일염전 개발을 주도했다. 비금도 가산리에 위치한 대동염전은 2007년 등록문화재 362호로 지정됐으며 지금도 여전히 천일염을 생산한다.






비금도(飛禽島)는 섬의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생겨 이런 이름을 얻었다. 그런 새가 왼쪽 날개를 활짝 펼친 곳이 비금도 북쪽의 명물 명사십리(明沙十里)다. 해변으로 들어서자 그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모래사장과 거센 바람을 맞고 힘차게 돌아가는 하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매우 이국적. 전국에 많은 명사십리가 있지만 이곳이 진짜 명사십리다. 모래사장이 4.3㎞로 실제 십리 이상 펼쳐져 있어서다. 비금도 명사십리에 서면 다른 명사십리가 얼마나 과장됐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모래사장 바닥이 시멘트 포장처럼 단단해 차로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모래입자가 밀가루처럼 가늘기 때문이다. 덕분에 누구든지 CF처럼 푸른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모래사장에서 승용차를 몰고 질주하는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모래사장을 달리니 마음속 한편에 웅크리던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바람결에 모두 날아가 버린다.

신안=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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