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징검다리 바이오에탄올]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옥수수농장→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유통 체인 방문… 탄탄한 선순환 구조로 신산업 형성 눈길
미국은 '정밀농업'의 선두주자다. 자동차로 몇 시간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의 대규모 농장을 관리하는 건 직원 몇 명뿐이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현재 작업 상황을 살필 수 있고 필요한 추가 작업은 화면을 터치하면 끝이다. 넓은 들판엔 통신 기능을 갖춘 이동식 스프링클러가 묵묵히 물을 뿌린다.
상상을 초월하는 넓은 대지에 무심히 씨를 뿌려두면 엄청난 양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모든 게 철저히 계산된 공법에 따른 것이다. 씨앗을 심는 간격, 물을 주는 시간과 양, 열매가 특정 위치에 특정 개수만 맺히도록 하는 유전자공학까지 어우러진 결과다.
이 같은 최첨단 농장과 연계된 에탄올 제조 공장 등이 철도와 트레일러 등 물류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수요와 공급 타이밍을 최적화,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탄탄한 산업군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곡물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소속 기자들은 미국 내브래스카주를 방문,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최종 유통망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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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로 시작한 바이오에탄올…이젠 탈탄소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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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휘발유에 에탄올을 10% 섞은 'E10' 연료 사용이 의무화됐고 5%를 더 늘려 'E15'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다. 당시 흔한 작물인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으로 만든 에탄올을 가솔린에 희석해 사용해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고 사용을 시작하다가 2007년 의무화했다. 이 무렵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1997년)를 채택한 이후여서 탄소배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옥수수 농가는 남아도는 작물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길이 생겼고 정부는 외부의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됐다.
이번에 방문한 미국 네브래스카주 마이클 디번 옥수수 농장은 옥수수 재배면적이 2400에이커(약 971만㎡)이며 대두 800에이커까지 포함하면 총 3200에이커(1295만㎡)의 규모다. 축구장 1814개 면적보다 넓다. 농장 관리는 농장주 마이크 디번씨를 포함 총 4명이 담당한다.
디번씨는 "옥수수 줄기는 5인치 간격, 아랑(땅이 패인 고랑의 반대 개념)마다 30인치 간격을 유지한다"며 "16줄을 한 번에, 전체 면적 기준으로는 초당 12만개 씨를 심게 되는데 1시간이면 8마일(약 12.9km)을 심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계를 최대한 활용하고, 작물의 안정적 재배를 위해선 파종 시점이 중요하다. 보통 4~5월에 땅이 말라 있을 때 최대한 빨리 심어야 한다. 비가 오면 무거운 기계가 밭에 들어가지 못해 타이밍을 놓친다. 10월 말부터는 추워지기 때문에 수확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미국의 정밀농업은 경작시 탄소배출 저감효과로 이어진다. 밭도 갈아엎지 않는다고 한다. 흙을 뒤집는 과정에서도 땅에 있던 탄소가 배출될 수 있고, 갈아엎는 행위 자체도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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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탄올 공장에서 동물 사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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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인근 바이오에탄올 공장인 '그린플레인즈 우드리버 유한회사(LLC)'를 방문했다. 공장 설명은 에릭 드리센 플랜트매니저가 맡았다.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연간 33만5000톤의 옥수수를 가공, 바이오에탄올 23억갤런(약 87억리터)을 생산한다. 에탄올과 부산물인 주정박(DDGS)을 판매해 연간 45억달러(약 5조9895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공장에서는 100만부셸(1부셸=약 36리터, 약 50kg)의 옥수수를 처리하는 데 8일이 걸린다. 트럭이 옥수수를 운반해오면 잘게 부숴 가루로 만든다. 이스트와 섞어 발효하면 에탄올을 얻을 수 있는데 각 발효기에서 60~65시간을 거치면 17~18% 에탄올이 만들어진다. 이때 발생한 찌꺼기 일부는 철도를 통해 블랜더에게 보내 맥주 등급의 에탄올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생산된 에탄올은 식용과 공업용으로 구분하는데 공업용은 먹지 못하도록 휘발유를 2% 섞는다.
날마다 170~200대가량의 트럭이 옥수수를 실어 나른다. 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는 코카콜라 등의 음료 회사에서도 탄산 제조를 위해 구매한다.
에릭 드리센 매니저는 "발효하고 남은 DDGS는 고단백 사료로 활용된다"며 "에탄올은 최종 95%로 생산되는데 여기서 수분을 제거하면 99.95%의 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도체 등을 세척할 때도 고순도 에탄올이 필요해서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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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 최대 주유소 기업도 에탄올에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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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최대 주유소 기업 보셀만 엔터프라이즈도 방문, 오너인 찰리 보셀만 회장과도 만났다. 그는 바이오에탄올은 소비자에게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보셀만 회장은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연료는 가격이 저렴해서 꾸준히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게다가 바이오에탄올 연료는 판매량에 따라 정부 인센티브가 있는데 이는 또다시 주유소에 투자하는 재원이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휘발유와 바이오에탄올의 혼합은 주유기에서 이뤄진다. 이에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정부의 정책으로 추가 투자를 위한 여력이 생겼다는 것.
그는 "E10 의무화 이후 세금공제혜택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며 "그럼에도 많은 업체들이 이를 활용하려 하는 이유는 에탄올을 판매하면 RIN(사용 권리 번호, 일종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데 이를 파생상품으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두 가지 연료를 팔았지만 현재는 다섯 가지 연료로 늘었고, 바이오에탄올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도 생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