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지대 대응에서 ‘능동 억제’로의 전환
나토(NATO)가 러시아의 점증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해 기존의 제재·외교·정보 대응을 넘어 무력 옵션을 포함한 능동적 억제 전략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회색지대 전략으로 불리는 사이버 공격·무명 드론 침투·인프라 파괴 등 비정규적·비대칭적 위협이 빈번해지자, 일부 회원국들은 정보 수집 수준을 넘어 즉각적 물리적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논의되는 안에는 감시 드론에 무장을 장착해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군사 활동을 직접 차단하는 방안과, 영공 침범 시 전투기가 발포할 수 있는 권한 부여가 포함된다.

무장 드론 배치의 함의와 작전 문제
감시·정찰용 드론에 무장을 장착해 활동 반경을 확대하면 적의 전력 탐지와 대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정보 우위를 전투적 우위로 연결하는 전략이지만, 작전 통제(C2)·교전 규칙(RoE)·법적 정당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드론의 자율 판단과 인간 통제의 경계, 오탐·오발 시 책임 소재 문제는 현실적 장애물이다. 동부 국경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제한적 시험 배치를 검토 중이며, 프랑스·영국 등 핵심국이 이 논의에 적극적이다.

영공 침범 시 즉각 사격 허가의 파급력
영공 무단 진입 항공기에 대해 현장 전투기가 발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사전에 부여하는 방안은 단호한 억제 신호다. 그러나 이는 오판 시 즉각적인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확전(擴戰)의 위험을 내포한다.
영공 침범이 명백한 위협인지, 혹은 정찰·항로 이탈인지 판단하는 기준 설정과 실시간 지휘체계의 정비가 필수다. 국제법과 과거 판례를 고려할 때, 이러한 권한 부여는 정치적 합의와 엄격한 통제 메커니즘 없이는 실행하기 어렵다.

훈련·배치 확대와 지역 긴장 고조 가능성
나토는 무력 옵션과 병행해 국경 인근의 훈련 강화, 순환 배치 정례화, 통신·레이더 인프라 증강을 검토 중이다. 훈련의 빈도와 규모를 늘리면 억제 효과는 커지지만, 러시아의 보복성 소규모 도발이나 상호 오해로 인한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
동유럽의 소국들은 방어력 강화를 환영하지만, 일부 회원국과 동유럽 이웃들 사이에서는 ‘긴장의 정상화’가 지역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적·외교적 과제와 내부 합의 필요성
무력 대응 옵션은 나토 내부 합의, 유엔 체제와의 정합성, 각국 국내법 및 의회 승인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영공 사격 권한과 무장 드론 운용은 국제인도법과 항공법의 해석을 요구하며, 오판 시 책임 소재 문제가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따라서 나토는 교전 규칙의 표준화, 위기관리 채널 강화, 투명한 정보공유 매커니즘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억제 효과와 확전 리스크 사이의 미세한 균형
나토의 논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새로운 대응 필요성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능동적 억제가 없으면 회색지대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력 옵션의 도입은 억제 효과와 함께 확전 가능성을 수반하므로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핵심은 법적 정당성·명확한 지휘통제·강력한 외교적 위기관리 장치를 준비한 뒤, 단계적으로 억제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다. 나토의 선택은 유럽 안보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