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암 환자를 노리는 사기꾼들>

슬기로운 항암 생활- 구경희

넷플릭스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보았다.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했던 <애나 만들기>와 기본 스토리(사기)가 비슷했다. 사기꾼들 수법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는 공통점 때문일 수도 있겠다. 작은 시작이 구름처럼 커지는 거짓말 매트릭스에 스스로 갇히는 과정이 참 닮아있었다. 무엇보다 두 드라마 모두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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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벨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뇌암에 걸렸다는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먹고 병을 고쳤다는 레시피 앱을 만들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공한다. 한편 밀라라는 여성은 골육종을 자연치유 하겠다며 병원 치료를 거부한다. 의사는 팔을 절단하면 완치율이 87%라며 생명은 구할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밀라는 ‘굶어서 암을 치료’했다는 자연치유자의 말을 믿고 의사의 권유를 뿌리친다. 의외로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주위의 관심을 끌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 프랑스 드라마에도 유방암에 걸렸다는 말에 평소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걱정해 주고 다정하게 대하자, 거짓말을 수습하지 못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뇌암에 걸렸다는 거짓 선전포고로 사람들의 관심과 돈을 얻는 데 성공한 주인공 벨은 점점 사업의 범위를 넓혀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암 환자들이 병원 치료 대신 벨을 따라 하며 <자연 치료>를 선택한다. 암 환자를 현혹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복잡하다. 이들은 실제로 자신의 방법이 맞다고 믿기도 하고 우연한 회복 사례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결과를 맹신하며 자신의 이론을 보편적 진리로 확대한다. 대부분은 ‘돈’이 목적이다. 이들은 암이라는 질병 앞에 절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기적의 치료법’이나 ‘의학계가 숨기는 비밀’이라는 단어를 쓰며 환자들의 마음에 불안을 심는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의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자연적 치료’만이 가장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부추긴다. 나도 ‘화학 치료는 독’이라거나 ‘항암제가 병을 키운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결국 병원 치료 대신 자신들이 파는 ‘약’이나 ‘보조제’ 또는 ‘기적의 어떤 제품’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암 치료는 장기전이고 환자나 가족들이 돈을 아끼지 않으니, 그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다. 조용히 ‘그들의 제품’을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우들의 절박함을 이용해서 과학적 검증 없이 효과를 과장한다. 어떤 제품이 암세포를 죽인다거나 특정 주스 요법이 종양을 축소 시킨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 꽤 그럴듯해서 어지간하면 믿지 않는 나조차도 마음이 흔들린 경험이 몇 번 있다. 돈 이외에도 그들은 ‘권력’도 원하는데 그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면 준비된 언어로 능수능란하게 받아 치며 그들의 말에 순종하도록 만든다. 특히 SNS를 이용한 인플루언서가 되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여 무차별적으로 많은 환우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기적의 제품’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말은 너무나 그럴듯하다. ‘암은 몸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다. 약물로만 치료하면 정상 세포 다 죽이고 근본은 다스리지 못한다’며 계속 ‘자연적인 치료’를 강조한다. 실제로 항암 치료의 독성은 아주 심각해서 머리가 빠지거나 손발톱이 검게 타기도 한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자연적’인 제품의 원료가 안전하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애플 사이다 비니거>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골육종을 치료하기 위해 커피 관장을 하기도 하고 명상 센터를 쫓아다니다가 명상 센터를 차리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 우연한 효과로 좋아지는 듯했던 병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결코 정상적이 아닌 판단을 한다. 검증되지 않은 여러 가지 치료법들, 고용량 보조제나 여러 가지 주사 약물 요법 등은 정말이지 권하고 싶지 않다. 내 몸에 들어가서 무슨 부작용을 일으킬지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100%’ 확신한다는 보조제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아직 감기 치료제도 없는데 100% 암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있다는 말은 무조건 걸러야 한다.

암 환우들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일분일초를 아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이 건강 레시피 앱을 만들었을 뿐 실제로 큰 해악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녀는 3억여 원의 벌금 처벌을 받았을 뿐 중죄인으로 체포되지도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의 레시피를 보고 병원 치료를 늦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1%의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으리라 본다. 아무리 항산화 성분이 많은 레시피라도 그것이 암을 치료하지 못한다. 건강식을 먹고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그것이 암을 치료한 것도 아니다. 시간은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 날, 상태가 심각해짐을 느꼈으나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만다. 수많은 사람들이 벨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치료 시기를 놓쳤겠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는 분이 암 진단을 받았다. 연세가 꽤 있는 분이셨는데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살면서 주변에서 암에 걸린 많은 사람들이 항암 치료를 하다가 고생만 잔뜩 하고 갔다며 평소 암에 걸리면 치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이 무슨 선사시대 같은 얘기냐며 살짝 흥분 하면서 항암치료의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내가 겪었던 각종 부작용도 자세히 알려줬다. 손발이 시리고 아플 때는 찜질팩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알려주며 명색이 암 치료인데 조금은 힘들지만, TV나 영화에서 보듯이 죽을 맛은 아니라고, 치료받으면 건강 회복한다고 설득했다. 남의 아이는 유난히 일찍 자라듯이, 그분의 항암 치료가 벌써 끝났다. 견딜 만했죠? 라고 물으니 아주 씩씩하게도 치료만 된다면 이쯤이야! 하신다. 부작용 증상을 미리 알고, 완화하는 방법을 전수하고 무엇보다 치료 후에 건강해진 ‘증거’ 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오늘도 SNS에서 수술과 항암 없이 유방암이 나았다는 인풀루언서가 여러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팔고 있었다. 위험하다 위험해. 우연히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 속 벨 같은 사람들이 말한 대로 수술도 위험하고 항암치료의 독성은 끔찍하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술과 항암치료라는 현대의학의 힘으로 암을 치유하고 일상을 살고 있다. 아직 자연적으로 암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어쩌다가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이지 죽은 나무에 꽃이 필 정도의 확률이다. 병원에서 하라는 표준 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다. 병원 치료를 무시하고 자기들이 파는 ‘보조제’ ‘식품’ ‘약’ ‘기적의 물’ 등이 암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면 당장 거리를 두어야 한다. 원래 달콤한 말은 귀에 빨리 들어온다. 사기꾼들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데 선수들이다.

글쓴이: 구경희

미술대학입시 전문 컨설턴트이다. 인생 이야기를 즐겨 읽다가 글쓰기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를 키우며 자신까지 해방된 운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고 한때 바위타기를 꿈꾸었다. 요가,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인생의 동반자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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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명 소개: 슬기로운 항암 생활:

암에 걸렸다. 대장암 3기였다. 명랑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눈물 흘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완치까지 1년 반이 남았다. 요가도 하고 수영도 하고 해외여행도 하고 출근도 한다. 아직, 절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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