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등 가리고 소화기는 문밖에… 바뀐것 없는 클럽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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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요? 어디 있는지 찾아본 적 없는데요?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요."
주말이던 지난 19일 오전 1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유명 클럽.
한 20대 여성은 "클럽에서 비상구나 대피로를 찾아본 적도, 안내받은 적도 없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 '안전판'들은 잘 설치돼 있지 않았고, 거리는 호객행위를 위한 불법증축물과 적치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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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홍대 등 술집 몰린 골목
불법증축·적치물 등 ‘보행방해’
흡연금지에도 업소는 연기 자욱
구청 단속하지만 상인 불만도
“소방 불시 조사횟수 등 늘려야”
“비상구요? 어디 있는지 찾아본 적 없는데요?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요….”
주말이던 지난 19일 오전 1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유명 클럽. 30평 남짓한 공간에 70여 명이 빽빽하게 들어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클럽에서 비상구나 대피로를 찾아본 적도, 안내받은 적도 없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클럽은 비상구 표시 등이 5개나 설치돼 있었지만, 모두 박스나 천, 테이프 등으로 덮여 있었다. ‘흡연 금지’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일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가뜩이나 어두운 실내에서 화재 등 대피상황이 발생한다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클럽은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는데, 관련법에 따라 비상구 표시 등을 가릴 경우 행정명령 및 과태료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마포소방서 관계자는 “지난해 홍대 클럽 점검 시 이상이 있는 업소가 없었다”며 “업소명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서울의 주요 클럽 거리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빠진 모습이었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 ‘안전판’들은 잘 설치돼 있지 않았고, 거리는 호객행위를 위한 불법증축물과 적치물로 가득했다.
홍대 다수의 클럽에서는 실내에 소화기를 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클럽 2곳만 ‘출입문 밖’에 소화기 한 대를 놓을 뿐이었다. 전자 기기 주변으로는 멀티탭과 전선들이 뒤엉켜 있었고, 담배 연기로 연기가 자욱했다.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종업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포소방서 관계자는 “화재안전조사를 나가고 있다”고 했지만, 소방청에서는 올해 전체 다중이용업소 중 5%만 조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클럽 밖도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각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거리는 2년 전 핼러윈 참사 때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증축물·적치물’이 여전했다. 상점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은 상점들이 불법 증축한 계단과 가림막, 쌓아놓은 물건 등으로 더욱 비좁아졌다. 우재민(24) 씨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특히 걱정된다”며 “압사 사고가 아니더라도 화재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구조활동을 더디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파른 골목과 계단에는 입간판이 즐비했고, 일부 클럽들은 도로의 황색 실선 넘어서까지 불법 천막을 치고 호객행위를 했다. 행인들이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종업원들은 행인의 팔을 끌며 입장을 강요했다. 도로 위 적치물은 도로법 위반으로 벌금 부과 대상이지만 단속도 ‘무용지물’이었다.
용산구청은 “상가밀집 구역에서 호객행위를 위해 일시적으로 매대 등을 점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점들이 경기도 안 좋은데 단속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주일에 최소 2번 단속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핼러윈을 앞두고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적극적으로 깨워야만 한다”며 “동시에 소방의 불시 조사 횟수를 늘려서 실질적인 검문 효과를 높이고, 다중이용업소를 허가하는 구청도 함께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장사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해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업주들이 많다”며 “우수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업주의 책임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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