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설탕세 도입 성공사례, 우리도 가능하다!

[더칼럼니스트 문주용 기자]

눈길 끄는 하버드대 예측 실험

이재명 대통령의 '설탕부담금' 제안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순히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꼼수 증세'일까. 그런 비판을 넘어서려면 도입의 목적이 '징수'가 아닌 '국민 건강의 변화'에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사례는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커보인다.

하버드 연구진은 'CHOICES(Childhood Obesity Intervention Cost-Effectiveness Study)'라는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 캘리포니아주 인구 4,330만 명을 대상으로 온스당 2센트(약 24원)의 설탕세금을 부과했을 때, 가격이 약 22.7% 인상된다고 가정하고 10년간의 변화를 추적하는 예측 실험을 공개했다.

연구 결과, 정책 시행 10년 차인 2032년 한 해에만 성인 26만 6,000명, 아동·청소년 4만 2,700명의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6320명의 비만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막고, 삶의 질을 고려한 생존 연수(QALY)는 총 11만 4,000년이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점은 경제성에 있다. 10년간 정책 운영비는 1인당 약 0.93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를 통해 절감되는 비만 관련 의료비는 45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연구진은 "행정 비용으로 1인당 1달러를 쓸 때마다 의료비 112달러가 절감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보건 정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 저소득층에서의 비만 감소 효과가 고소득층보다 1.4배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저소득층이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가당 음료 섭취를 빠르게 줄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으로, 설탕세가 오히려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복지적 성격'을 띠게 된다는 분석이다.

사진= 연합뉴스

건강보험 체계 다른 한국, 더 효과적일 수도

미국의 사례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다른 독특한 식문화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먼저, 미국은 탄산음료가 주된 당 공급원이다. 반면 한국은 맵고 단 '단짠' 중심의 배달 음식과 각종 소스류를 통한 당 섭취가 상당하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탕후루'나 저가형 프랜차이즈의 대용량 가당 커피 등 조리 식품에 대한 기준 마련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건강보험 체계의 차이는 정책적 효과면에서 미국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단일 보험 체계(NHI)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비만 인구 감소가 곧 '국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로 직결될 수 있다. "국가가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게 아니라, 국민전체의 건보료 인상을 막으려는 노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정책 실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 대부분은 매출면에서 수출시장 대비 내수 시장 비중이 큰 구조인데, 세금이나 부담금을 지울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을 불러와 '슈거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영국처럼 2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고 기업이 설탕 함량을 조절할 시간을 주는 전략도 검토할만하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 기업 참여형과 멕시코, 국민체감형

이와 관련해 영국과 멕시코는 정책의 신뢰성을 제대로 증명하고 있는 모범 국가들이다.

먼저 영국의 '제조사 타겟' 모델 (Soft Drinks Industry Levy, SDIL)이다. 영국은 소비자에게 직접 세금을 매기기보다 제조사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음료 100㎖당 설탕 함량이 5g 이상이면 과세, 8g 이상이면 고율 과세를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2년 유예기간을 거친 법안 시행 전후로 영국 음료 기업의 50% 이상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설탕 함량을 낮추는 '레시피 변경(Reformulation)'을 단행했다.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 더 건강한 음료를 마시게 되었고, 음료를 통한 설탕 섭취량은 21.6%나 급감했다.

멕시코의 사례는 또다른 의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비만율로 고심하던 멕시코는 지난 2014년 설탕세를 도입했다. 가당 음료에 10%의 세금을 부과하고, 여기서 발생한 세수를 학교 내 식수대 설치 및 식수 보급 사업에 전액 투입했다. 도입 2년 만에 저소득층의 설탕 음료 소비가 11.7% 감소했으며, 물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세금이 다시 아이들의 '깨끗한 물 마실 권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책 수용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국내는 다양한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예상되는 반발 논리들

반대 논리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저소득층을 더 힘들게 한다'는 '역진세' 주장이다. 하지만 하버드대 연구에서 입증되었듯, 설탕세의 건강 혜택은 저소득층에서 1.4배 더 크게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건강 복지' 성격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논리는 '물가 상승' 우려다. 그러나 영국의 사례처럼 '함량별 차등 과세'를 도입하면 기업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설탕을 줄인 신제품을 내놓토록 유도한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성분을 바꾸도록 유도해 소비자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시간을 주면 해결될 수 있다.

이밖에도 '국가가 개인의 입맛까지 규제하나'하는 반발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비만·당뇨의 치료비(건강보험 재정)를 국민 전체가 나누어 분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탕부담금은 타인에게 전가되는 '사회적 비용'을, 원인 제공자가 일부 책임지는 '수익자 부담 원칙의 실현'이 된다고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잘 써야 걷는 명분이 지켜진다

이같은 반대 논리를 갖추더라도 실제 정책의 적용에서는 세밀한 준비 여하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세금의 활용에 대해 엄격한 원칙을 갖춰야 한다.

우선, 세입-세출의 투명한 연결이다. 이를테면 설탕부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일반 예산과 분리해 '국민건강기금'으로 전환해 이를 소아 당뇨 환자 지원, 학교 급식의 질 개선, 지역 공공의료 강화에만 사용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소비자 부담 상쇄(Revenue Neutrality) 원칙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설탕세로 걷은 만큼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의 부가세를 감면하거나 '저소득층 건강 포인트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체 가계 지출의 균형을 맞춰주는 정책적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게는 '레시피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일괄 과세가 아닌 함량별 차등 과세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가격 인상을 억제하면서도 건강한 제품 선택지를 넓히는 영리한 방법이다.

이밖에도 비만율이 특정 지표 이하로 떨어지면 부담금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일몰제'를 검토하고, 부담금 수익의 일부를 걷기 운동이나 건강검진을 성실히 받는 국민에게 '네이버페이'나 '전통시장 상품권' 등으로 즉각 돌려주는 체감형 환원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