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울·불안’ 학생 느는데…초등교 절반 전담 상담교사가 없다
소리 지르고 울고…교실 이탈까지
상담실 찾는 학생 꾸준히 늘지만
전문인력 부족에 현장 대응 부담
교사도 교권 침해·업무 과중 한계
“심리 상담·치료 바우처 확대해야”

“점심시간만 되면 교실 밖 복도에 잠깐 나와 숨을 돌립니다. 아이들 감정이 언제 폭발할지 몰라 하루 종일 긴장 상태예요.”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강 모(28) 씨는 최근 학생 생활지도가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갑자기 책상을 뒤엎거나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 수업 도중 울음을 터뜨리며 “학교에 오기 싫다”고 말하는 학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학생이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잦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부담과 책임이 사실상 담임교사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강 씨는 “학생이 감정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사람은 결국 담임교사”라며 “상담교사가 있더라도 보호자 연락이나 생활지도, 교실 안정은 대부분 담임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생기면 왜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늘 긴장하게 된다”며 “수업 뒤에도 학부모 상담과 상황 설명이 이어져 밤늦게까지 전화를 하는 날도 많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우울·불안, 학교 부적응 문제가 늘면서 전문 상담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학교 상담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상담실인 ‘위(Wee) 클래스’를 찾는 학생은 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할 전문 인력은 부족하고 상당수 학교는 순회상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초·중·고·특수·기타학교의 전문상담 인력 배치율은 73.3%였다. 전국 학교에 배치된 전문상담 인력은 총 8921명으로 이 가운데 학교 직접 배치 인력은 7417명이었다. 별도 상담 인력이 없는 학교에는 교육행정기관 소속 순회상담 인력 1504명이 여러 학교를 돌며 상담을 지원하고 있었다.
학교급별 격차도 컸다. 초등학교의 전문상담 인력 배치율은 44.7%에 그쳐 절반 이상이 학교 전담 상담 인력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중학교는 77.1%, 고등학교는 83.8%였다. 전문상담사 등을 제외하고 전문상담교사만 기준으로 보면 공백은 더 커진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고등학교 67.7%, 중학교 59.4%였지만 초등학교는 39.1%에 그쳤다. 교육부는 중·고등학교의 위기 상담 수요 등을 고려해 상담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 인력의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같은 기간 전체 전문상담교사 6546명 가운데 약 30%는 기간제 교원이었다. 기간제 전문상담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31.6%, 고등학교 29.8%, 중학교 24.6%였다. 일부 학교는 3개월 단기 계약 형태로 상담교사를 채용하기도 한다. 심리 상담은 장기적 관계 형성과 지속 관리가 중요한데 상담교사가 자주 바뀌면 심층 상담과 사후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지역의 한 고등학교 상담교사 A 씨는 교육지원청 소속 순회상담교사로 근무했던 경험에 대해 “여러 학교를 오가다 보면 학생들과 충분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며 “상담 시간이 제한돼 위기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도 순회상담교사를 외부인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아 깊이 있는 상담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 부담이 커지면서 교사들의 정서적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 따르면 교직원 치유 심리상담 프로그램 ‘더(The)-K 마음쉼’ 상담 건수는 2020년 1만 417건에서 지난해 1만 9960건으로 늘었다. 연도별 개별 상담 건수도 2019년 5640건에서 2023년 2만 1245건, 2024년 2만 3886건으로 증가했다.
교사 단체는 교사들의 번아웃이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학교 운영 구조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학생 상담과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대응까지 교사가 떠안는 구조에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며 “상담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사의 심리적 소진이 교육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교사들의 심리적 소진은 직업적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교사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 상담을 학기별로 정기 지원하고 지자체별 심리치료 바우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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