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남부 항만 47년 만에 파업…“하루 6조 원 손실”

미국 동남부 지역 항만 노조가 1일(현지 시각) 파업을 시작했다. 동남부 지역 항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에 파업에 들어가는 항구 중 일부는 미국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이기에 무역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하루 6조 원의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소속 항만 노동자들이 1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의 버지니아항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 로이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날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소속 노조원 2만50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들 항만에서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중단됐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고,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6년간 50% 인상을 제시했다. 다만 ILA 노조는 이날 임금 인상안을 6년 기준 61.5%로 낮춰잡았다. AP통신에 따르면 ILA 소속 노조원들의 기본급은 약 8만1000달러 수준이며, 초과근무시 2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임금 인상 이외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항만 자동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ILA 소속 롱쇼어멘스협회의 보이즈 버틀러 회장은 “해운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높은 운임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며 “우리는 그들이 보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정당한 임금 인상과 항만 자동화에 대한 일자리 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상당할 전망이다. USMX는 파업에 따라 볼티모어·보스턴· 휴스턴·앨라배마·뉴욕·버지니아·델라웨어·플로리다 등 14개 항구의 운영이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항만 노동자는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분류해 트럭이나 기차에 싣는 작업을 한다. 이번에 파업에 들어간 항만은 미국 전체 컨테이너 선적의 약 5분의 3을 담당한다.

미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하루에만 38억~45억 달러(약 5조~6조 원)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로이터통신은 “항만 파업이 식량부터 자동차까지 상품의 흐름을 중단하면 운임이 상승하고 물가상승률이 도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매업체나 농산물 유통업체, 자동차 부품업체 등 파업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태프트·하틀리 법’을 적용해서 파업을 중단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태프트·하틀리 법은 파업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친노조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이번 파업은 노사 간 단체 교섭으로 인한 결과”라며 태프트·하틀리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ILA가 마지막으로 파업을 벌인 것은 1977년으로 6주 이상 컨테이너 운송이 중단됐다. 당시 사측이 애초에 제안한 임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 인상, 연금에 대한 기여금 증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ILA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더해져 파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