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공개 독대 고집 이유는?···친한 “윤, 형님-꼬붕 관계 회귀 원해”

유설희 기자 2024. 9.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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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대 때 ‘김 여사 사과’ 요청하려 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왜 공개 독대를 고집할까.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 드러난 당심·민심에 따라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대등한 관계를 만들려 한다고 말한다. 사적 관계를 공적인 일에 활용하면 안 된다는 한 대표 주장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29일까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대통령실 만찬이 끝난 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재요청했다. 이 사실은 한지아 수석대변인을 통해 만찬 직후 언론에 보도됐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독대를 요청한 데 불쾌감을 표하며 5일째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반발했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기자에게 한 대표의 공개 독대 요청에 대해 “이제는 대통령에게 당이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당대회 민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형님과 ‘꼬붕’(부하를 뜻하는 속어) 관계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 같은데 한 대표는 공적인 관계로 설정하길 원한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사적으로 연락해 의사결정을 하면 야당도 ‘밀실 결정’이라고 얼마나 공격을 하겠냐”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직접 연락하지 않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통해 대통령실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읽씹’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와의 문자도 언론에 공개됐는데,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도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친한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했으면 왜 공식라인을 안 거쳤냐고 문제 삼을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독대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려 했다고 복수의 친한계 인사들이 전했다. 이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려면 독대 형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통해 추 원내대표까지 포함된 3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거절한 이유도, 추 원내대표까지 있는 자리에서 김 여사 문제 같은 껄끄러운 현안을 다루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 대표가 독대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불통 이미지로 비판받게 만들려 한다고 의심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MBC 라디오에서 “독대 요청을 안 받아주면 이런 시중의 여론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귀를 닫고 있다, 이렇게 비판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그래도 들어보자 해서 만났는데 거의 들어주기 어려운 얘기를 많이 꺼내놓으면 ‘영 귀를 닫고 있더라’ 얘기가 되면 대통령이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자기(한 대표)가 대통령하고 똑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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