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밖 결과들이 속출했다.
유로 2024 조별리그가 끝났다. 24개팀이 참가했다. 각 팀당 세 경기씩 펼쳤다. 혼전과 혼전이 거듭한 끝에 16강이 가려졌다. 혼돈이었다. 예상 밖 결과에 다들 놀랐다.
안갯속 유로 2024 조별리그 그 어긋났던 시간들을 복기해본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위기
대회 시작 전 유럽 언론과 도박회사들은 최대 우승후보 두 팀으로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선정했다. 이유는 확실했다. 초호화멤버를 자랑했다.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을 비롯해 필 포든, 쥬드 벨링엄 등 유럽 최상위 리그를 정복한 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프랑스 역시 킬리앙 음바페, 앙투안 그리즈만 등 윌리엄 살리바 등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답답한 경기로 일관했다. C조에서 덴마크, 세르비아,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1승 2무를 기록했다. 세르비아에 1대0 승리, 덴마크와는 1대1로 비겼다. 슬로베니아와는 0대0 무승부였다.
경기 내내 시원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간신히 이기거나 비기는 형국이었다. 스타군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감독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매 경기 어이없는 전술로 나섰다. 첫 두 경기에서는 풀백 자원인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풀백으로서는 세계 최정상급인 그도 중앙 미드필더로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포지셔닝이나 패스 연결 등에 있어 실수를 연발했다. 잉글랜드의 공격 템포와 리듬이 계속 끊어졌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고집을 부렸다. 세번째 경기 슬로베니아전에 가서야 알렉산더 아놀드 대신 갤러거를 투입했다.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었다. 이미 외부 비판에 잉글랜드 선수들은 자신감을 잃은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는 '외부 비판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애써 일축했다. 그런 모습 자체가 크게 신경쓰고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마이웨이'가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고집에만 매몰됐다.
그나마 잉글랜드에게 다행인 것은 16강 이후 대진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사실이다. 16강에서 슬로바키아와 만난다 8강에 오른다면 스위스와 이탈리아 승자와 격돌한다. 그 고비만 넘으면 4강, 결승까지는 수월할 수 있다.

프랑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D조에서 조1위 통과가 유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1승 2무. 승점 5점. 조2위로 16강에 올랐다.
필드골이 없다. 3경기에서 프랑스는 단 2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나마 1차전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상데 수비수 뵈버의 자책골이었다. 3차전 폴란드전에서 음바페가 페널티킥골을 넣은 것이 프랑스 선수가 기록한 유일한 골이었다.
프랑스는 음바페에 너무 의존한다. 조별리그에서 음바페 외에는 골을 넣어줄만한 선수가 없다. 2선 자원 그중에서도 그리즈만의 부진이 너무나 아쉽다. 그리즈만은 총 9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드리블 돌파도 1번에 그쳤다. 어시스트도 없다. 그리즈만이 잘 돌아가야 프랑스 공격력이 살아난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고민이 깊다.
여기에 음바페의 부상도 걱정스럽다. 오스트리아전에서 코를 다친 음바페는 2차전 네덜란드전은 결장했다. 폴란드전에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시야나 호흡 측면의 문제 때문인지 그리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일과 스페인 고공비행
독일과 스페인은 분명 강팀이다. 그러나 이번 유로 2024를 앞두고 그렇게 기대해볼만한 팀은 아니었다. 8강이나 4강에는 오를 수 있어도 우승까지 넘볼 팀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뚜껑을 열었다. 완전히 달라졌다. 독일은 2승 1무. 스페인은 3승을 거뒀다. 24개팀 중 가장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16강에 선착했다.
녹슨 전차 군단 독일은 이번 대회를 통해 녹을 완전히 제거했다. 첫 경기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5대1 대승을 거뒀다. 헝가리를 상대한 2차전에서도 2대0으로 이겼다. 3차전 스위스전에서는 1대1로 비겼다.
이 3차전을 주목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스위스전에서 독일은 앞선 2경기와 달랐다. 답답한 흐름이었다. 스위스의 탄탄한 수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스위스는 선제골을 넣은 후 아예 밀집 수비로 일관했다. 독일로서는 계속 두드렸지만 막히고 또 막혔다. 그렇게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퓔크루크가 경기 종료 직전 투입됐다. 그리고 그는 투입 3분만인 후반 추가시간 2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의 의미가 크다. 독일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하베르츠를 축으로 한 제로톱 전술을 쓰고 있다. 최전방은 위아래로 많이 움직이고 허리는 좌우로 흔들면서 허리에 큰 비중을 두고있다. 그런데 스위스에게 간파당했다.
전통적인 해법이 필요한 순간, 즉 대형 스트라이커가 해줘야 하는 순간, 피지컬 좋은 원톱 퓔크루크가 그대로 들어가 골을 넣었다.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에게 새로운 옵션이 제대로 장착됐다.

스페인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죽음의 조였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를 상대했다. 최약체 알바니아는 사실상 들러리였다.
스페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가 서로 물고 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한 듯 치고 나갔다. 첫 경기 크로아티아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이탈리아를 상대로도 1대0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 수문장 돈나룸마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경기력이었다. 알바니아와의 경기에서는 로테이션을 돌렸다. 2군이 나왔지만 경기를 압도했다. 여유있는 경기 속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3경기 5득점 무실점. 완벽에 가까웠다.
데라 푸엔테 감독은 2023년 스페인 무적함대의 키를 잡았다.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갔다. 스페인 연령대별 대표팀을 이끈 경험 덕분에 어린 선수들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 가운데 2000년대 출생 선수만 6명이다. 야민 라말은 2007년생이고, 알바니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페란 토레스는 2000년생이다. 측면에서의 맹활약으로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니코 윌리엄스도 2002년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소외되어왔던 아요제 페레스나 호셀루, 마르크 쿠쿠레야 등을 적극 기용하며 팀 내 경쟁 구도를 통한 전력 상승에 성공했다.

#토너먼트의 강자 그리고 다크호스
이제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조별리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판 승부. 그 경기의 중압감은 상당히 크다. 이럴 때 토너먼트의 강자들이 나설 차례다.
토너먼트를 앞두고 가장 관심받는 팀은 역시 이탈리아다. 사실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는 아쉬웠다.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돈나룸마 골키퍼가 없었다면 대패를 당하고 귀국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3차전. 그것도 후반 추가시간 터진 차카니의 극적 동점골이 이탈리아의 승부욕을 깨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 그들은 바로 이탈리아였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토너먼트는 변수의 무대다. 어이없는 실점이나 부상, 퇴장 등 각종 변수가 난무한다. 경험이 중요하다. 이탈리아는 선수 구성 측면에서 경험이 많다. 지난 대회 우승까지 한 전력도 있다. 돈나룸마 골키퍼라는 최고의 골키퍼도 보유하고 있다.
다크호스들에게도 눈이 간다. 특히 탄탄함으로 주목받는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의외의 성적을 낼 수도 있다. 모두 허리와 수비에서 탄탄함을 과시했다. 90분 여기에 30분을 버틴 후 승부차기를 통해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려는 전략을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 2004년 그리스가 이런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다크호스들도 그런 영광을 누리지 말란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