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내를 죽였습니다"…아무도 몰랐던 노부부의 고통
"10년 넘게 한 병간호 힘들어서" 진술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아내의 목을 조른 뒤에 자신이 한 일이라고 직접 신고한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0년 넘게 아내 곁에서 병간호를 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세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두운 주차장에 경찰차가 급히 들어섭니다.
'코드 제로', 살인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새벽 0시 30분쯤, 대부분 잠든 시간이었습니다.
곧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뛰어갑니다.
신고 내용은 "내가 아내를 죽였습니다"라는 한마디였습니다.
[경찰 관계자 : 본인이 신고한 거고요.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했고요.]
70대 노인이 잠든 60대 아내 목을 졸랐습니다.
이웃들은 놀랐습니다.
10년 넘게 돌보던 소중한 아내였습니다.
[주민 : 걸음 잘 못 걸으시거든. 힘드셔 몸이. 안 좋은데 할머니가 더 오래 사셔야 되는데 너무 아프다고…]
오래 병치레를 한 아내는 거동이 힘들었습니다.
말기 암이었고 매일 고통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부부의 고통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주민 : {암 투병하셨던 60대 할머니 계신데 혹시 아세요?} 아니, 지하에 사나 봐요. 저는 이게 지하에 사는 일이 있었나 보네.]
[주민센터 관계자 : 저희가 뭐 이 사람이 어렵다 어렵다 아니다 다 일일이 파악하기가…]
남편은 "10년 넘게 병간호했지만, 이제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도움 없이 더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런 간병 살인, 판결로 남은 것만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73건입니다.
[안기종/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24시간 가족 옆에 붙어 있어야 되니까 죽을 때까지 간병을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
숨졌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으로 간 여성은 살았습니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누가 아픈 사람을 돌볼지는 여전히 아무도 모릅니다.
[영상취재 이주현 영상편집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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