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윈인은...성별을 고려한 예방대책 필요
한국인의 우울증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2021년 발표된 OECD의 '정신 건강 체계를 위한 새 기준: 정신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해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조사 대상이었던 OECD 주요 국가 38개국 중 최상위에 있었다. 이 수치는 주변국인 미국(23.5%), 일본(17.3%)과 비교해서 월등히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더 악화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1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의 숫자는 93만 3,481명으로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서 35.1%나 증가했다. 문제는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지속해서 감소 중이었던 자살률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인구 10만 명당 31.7명이었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속해서 낮아져, 2020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25.7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전년도인 2021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26.0명으로 상승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직장인
이러한 정신건강 악화 문제는 한국 근로자 계층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감염병과 높은 실업률 같은 사회적 요인부터 시작해 유전적 요인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정신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직장인의 경우 스트레스 수치가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2014년 OECD 회원국 중 직장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직장인 스트레스 비율은 87%로 미국(79%)과 일본(72%)보다 높았다. 지난 1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에서도 직장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62.1%로 가정생활(34.9%), 학교생활(35.6%)보다 높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직장인들의 높은 스트레스 원인을 만성 장시간 노동에서 찾는다. 실제로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 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726시간보다 길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른 국가들보다 1년에 최소 1개월 이상 더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긴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은 2,137시간으로 몇 년째 OECD 국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멕시코뿐이다.
한국 직장인, 극단적 선택 원인은?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전상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만성 장시간 노동이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2015~2019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심(心)’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근로자 9,326명을 대상으로 극단적 선택 위험을 높이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9.5세였으며 여성의 비율은 40.8%였다.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0.8시간이었고, 평균 근속연수는 11.6년이었다. 참가자 67.9%는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유했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여성 근로자보다 근무 시간 증가와 극단적 선택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명확했다. 연구진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보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더 크다"라고 전했다. 반면, 여성 근로자의 경우 근무 시간 이외의 요인인 우울이나 일상 스트레스, 개인의 회복 탄력성 등 극단적 선택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정신과적 증상 외에 사회·경제적 요인이 여성 근로자의 극단적 선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만성 장기간 노동은 급성 스트레스 사건과 함께 한국 직장인 정신질환의 주된 원인이다"라고 말하며, "지속적인 장기간 노동은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다"라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했던 전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직장인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하며, "성별에 따른 예방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자의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해 근무 시간 조절, 초과 근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제공 등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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