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망언 “오타니 보복구, 자랑스럽다” 끝나지 않은 전쟁

MLB TV 중계 화면

샌디에이고의 궤변

“오타니를 맞힌 수아레스의 행동은 무척 자랑스럽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보복 사구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샌디에이고 지역의 인기 팟캐스트다. ‘벤 앤 우즈(BEN & WOODS)’라는 프로그램이다. 벤 히긴스와 스티븐 우즈가 진행한다. 프로듀서 폴 라인들까지 3인 체제다.

매일(월~금)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하루 4시간씩 ‘턴다’. 주로 스포츠 얘기를 한다. MLB, NBA, NFL….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주제는 야구다. 지난 6월의 사건이다. 오타니를 맞힌 빈볼(보복 사구) 얘기가 뜨겁다.

먼저 스티븐 우즈가 톤을 높인다. 라디오 진행자만 10년 넘게 한 베테랑이다.

“100년 넘게 계속된 일이다. 상대가 우리 선수를 노렸다. 그렇다면, 이쪽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 그게 동료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로베르토) 수아레스의 행동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는 다저스의 비열함을 지적한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얼마나 당했는지 아는가. 10게임에서 몸에 맞는 공이 4~5개나 나왔다. 너무나 지독한 일이다. 그냥 놔두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파트너도 거든다. 스포츠 캐스터 벤 히긴스다. 이상한 논리를 편다. 궤변처럼 들린다.

“일부러 맞혔을 것이다. 난 고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행동 자체에는 경의가 포함됐다. 상대를 최고의 선수로 존중한다는 의미다. 위험한 타자이기 때문에 실력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예우를 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BEN & WOODS

인사하지 않는 오타니

아침 방송이다. 흥분하기엔 이르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높다. 이유가 있다. 라이벌의 도발 때문이다.

스티븐 넬슨이라는 인물이 있다.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는 스포츠넷 LA의 캐스터다. 그가 ESPN LA의 한 프로그램에 나가 ‘아는 척’을 했다. 이런 얘기다.

“오타니는 정말 매너가 좋은 선수다. 모든 경기에서 (1번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다. 그러면서 상대 벤치를 향해 격식을 차린다. 헬멧에 손을 얹고,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볼 때마다 무척 인상적이다.”

논점은 그게 아니다. 핵심은 따로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걸 생략하는 팀이 있다.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그리고 마이크 실트 감독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에 대해서는 이런 루틴을 생략한다.”

물론 일방적인 주장이다. 선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자신의 관찰을 말했을 뿐이다. 추론의 이유는 바로 그 일이다. 보복구 사건 말이다.

“사태가 벌어진 것은 6월 20일이다. 그 뒤로 두 팀은 6게임을 더했다. 모두 8월에 치러진 경기다. 3연전씩 LA와 샌디에이고를 오가며 붙었다. 그러나 그동안 오타니가 상대 벤치를 향해 인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

꽤 예민한 관찰력이다. 추론의 근거도 그럴듯하다. 물론 본인의 주장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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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4연전의 후유증

6월 중순이었다. 정확하게는 17~20일의 나흘 간이다. 살벌한 분위기였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시리즈였다. 그야말로 창과 칼이 번쩍인다. 총알이 핑핑 날아다닌다. 100마일짜리가 몸쪽 깊숙이 박힌다. 쓰러진 타자가 하나둘이 아니다. 몸에 맞는 공이 8개나 나왔다.

급기야 마지막날(20일) 사건이 터진다. 9회 페타주의 타석이다. 또 맞았다. 양 팀이 몰려나온다. 벤치 청소 시간이다. 그 와중에 로버츠 감독이 주연 욕심을 낸다. 실트 감독을 살짝 밀친다. 덕분에 동시 퇴장 처분이 내려진다.

곧 이은 9회 말이다. 오타니 타석에 느낌이 쎄~하다. 아니나 다를까. 카운트 3-0에서 수아레스의 포심(99.8마일)이 옆구리에 박혔다. 피해자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스코어 5-2, 파드리스 우세)

꾹 참는다. 간신히 1루까지 걸어 나간다. 덕아웃은 분노로 끓어오른다. 그라운드로 돌진 태세를 갖췄다. 2차전이 일촉즉발이다.

그러나 돌연 스톱 사인이 나온다. 당사자 오타니의 간절한 몸짓이다. 선수들을 향해 손바닥을 편다. “그러지 마라. 멈춰라.” 하는 신호였다.

더 이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억울함은 떨칠 길이 없다. 각자가 피해자라고 호소한다.

“다저스 전에 유난히 많은 사구를 맞는다. 최근 경기에서만 벌써 3개째다. 고의성 여부를 따질 일이 아니다. 더는 참을 수 없다.” (마이크 실트 감독)

“다저스 투수들이 유독 나를 노리고 있다.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이 온다. 이제까지 경험한 야구로 볼 때 이건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오타니는 이틀 전에도 허벅지에 맞았다. 오늘도 고의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느낌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다. (동료들을 말린 것은) 더는 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스러운 대처였고, 존경스러운 태도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유튜브 채널 = 스포타임

실트 감독의 돌연한 사임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충격적인 브레이킹 뉴스가 나온다. 마이크 실트(57) 감독의 사임 소식이다.

의외였다. 나름 괜찮은 시즌이었다. 2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계약 기간이 꽤 남았다. 2027년까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걸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극심한 스트레스 탓이다. 매체 디 애슬레틱의 보도다.

‘실트 감독은 그동안 수면 부족, 가슴 통증, 탈모 같은 이상 증세를 겪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울러 본인의 멘트도 인용됐다. 이런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쌓인다. 건강하지 못한 매일이 되고, 스스로 돌봐야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지쳤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만두고 나니, 마음이 평온하다.”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다. 8월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다. 그것 만이 아니다. 디 애슬레틱은 ‘낯선 인물들의 살해 협박도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척 공교롭다. 이 무렵은 바로 그 때다. 오타니가 인사를 생략했다는 시기였다. 혹시 그것 때문일까? 어느 기자가 얼마 전에 물었다.

기자 “6월에 보복구 논란이 있었다. 그 이후로 샌디에이고 벤치를 향해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오타니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다. 전부 잊었다.”

실트는 그만뒀다. 그러나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에도 다시 전쟁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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