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충족·가계부채는 '글쎄'…기준금리 결정 앞 난제

한지훈 2024. 10. 6. 05: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플레 둔화·내수 회복 지연만 보면 10월 인하설 무게
9월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에도 '데이터 부족' 판단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오지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의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판단할까.

통화정책의 바탕이 되는 각종 지표는 여전히 다소 엇갈린 방향을 가리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오면서 고물가가 어느 정도 진화된 가운데 내수를 중심으로 체감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점은 신속한 금리 인하 요구를 뒷받침하는 변수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세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어 오는 11일 있을 금통위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금융 안정 리스크를 핵심 고려사항으로 언급해온 금통위가 지난 7~8월 급증한 데 이어 9월 증가세가 누그러진 가계대출 추이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가·내수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 무르익어

먼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전년 동기 대비)로 집계돼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9%로 2%대에 진입했고 8월에는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인 2.0%까지 낮아졌다.

특히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0%로 내렸고,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 가격을 반영한 생활물가도 1.5%로 안정됐다.

이에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회의에서 "물가 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 같은 전망 경로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상승했지만,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6일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모두 2% 이하로 내려갔다"며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도 10월 금리 인하설의 주요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

기업 체감 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달 내수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8.9로 90선을 밑돌며,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에 집값·가계부채 뛸까 우려

가계부채는 한은이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망설이게 하는 변수다.

일단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를 위한 초강수 대책을 쏟아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5조6천29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7조1천660억원)이나 8월(9조6천259억원)보다 작고, 5월(5조2천278억원)이나 6월(5조3천415억원)보다는 큰 증가 폭이다.

반면, 5대 은행이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10조3천516억원으로 집계된 점이 눈에 띈다.

하루 평균 3천451억원 규모로, 8월(3천596억원)보다 4%가량 줄었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천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이 주택 구입용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집 구입과 관련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로 보고 있다.

당장 9월 한 달 수치만 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는지 확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한은으로서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0.43%p 높아지고, 서울 상승 폭은 0.83%p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통위의 기조로 미루어 9월 한 달간의 가계대출 추이만 보고 10월에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