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요충지' 영풍정밀…최 회장 대항매수에도 MBK '정중동'
MBK "최 회장과 달리 응모주식 전량 매입"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선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요충지'인 영풍정밀 보유 고려아연 지분(1.85%)에 대한 지배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MBK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해당 지분에 대한 주도권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단 추가적인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영풍정밀 주식 25%(393만7500주)를 주당 3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현재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은 35.45%다. 이 상황에서 14.55%만 공개매수로 사들여도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며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분쟁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에 대한 지배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고려아연 지분싸움의 판도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측(35.45%)이 영풍 측(21.25%)보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 최 회장의 특수관계법인으로 분류하는 곳이다. 따라서 영풍정밀에 대한 주도권이 MBK로 넘어간다면 최 회장은 영풍정밀이 보유한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넘겨주는 것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MBK도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지분싸움에서 한층 유리한 구도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선언할 때 영풍정밀 주식도 공개매수하겠다고 동시 선언했다. 이후 MBK는 지난달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만원으로 높이면서 영풍정밀 매수가격도 2만5000원으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은 기존 MBK가 제시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2만5000원)보다 5000원 더 높은 3만원을 제시하면서 가격 면에서 MBK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MBK는 애초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64.68%(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측 기존 지분 포함)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MBK는 당장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을 추가로 높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조건을 따졌을 때 자신들의 매수가격이 주당 5000원 낮지만 매수에 응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MBK 공개매수에 참여할 때 기대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MBK는 영풍정밀 지분 43.43%를 주당 2만5000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오는 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MBK가 제시한 목표 수량 43.43%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 외 남은 지분 전량이다. 즉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에 응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신청 주식 전량을 주당 2만5000원에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25%만을 사들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량이 들어오면 목표 수량만큼 안분비례해 사들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만 응할 경우 신청주식을 모두 팔 수 없는 상황도 예상해야 한다.
MBK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이 지나면서 개인이 보유한 영풍정밀 주식을 아비트라지(차익 거래)를 노린 기관이 많이 사들였는데 기관이 제일 싫어하는 게 안분비례"라면서 "최윤범 회장이 제시한 영풍정밀 공개매수 조건은 투자자들이 기존(MBK의) 공개매수를 선택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과 다르게 투자자들이 6일까지로 예정된 MBK 공개매수에 다수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MBK가 영풍정밀 경영권을 얻기위한 최소 지분(28.75%)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1차 공개매수 종료후 가격을 더 높여 2차 공개매수를 선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 선언한 2일 오후 1시 현재 영풍정밀 주가는 2만5850원에 거래중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3만원)을 밑돌고 있지만 MBK의 공개매수가격(2만5000원)은 넘어선 상황이다.
만약 MBK가 1차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재차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시기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 가격 조정의 마지노선인 10월 둘째 주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주가도 단기간 급등한 상황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은 공개매수 개시 직전 각각 50만원대, 9000원대에서 거래됐다. 특히 영풍정밀은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3배가량 높아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투자자의 유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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