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보다 매력적인 KF-21, "사우디와 UAE가 주목하는 이유"

중동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군비경쟁이 치열합니다.

2023년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태를 시작으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라크로 확대된 분쟁은 전체 지역의 안보 구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은 자국 방위를 위한 최첨단 무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특히 공중 우세를 확보할 수 있는 최신예 전투기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들이 전투기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는 활용도와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전투차량이나 화포 같은 무기체계는 특정 환경과 임무에 제한되지만, 전투기는 광범위한 작전 영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의 야심찬 공군력 현대화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최강의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F-15 계열 전투기 230여 대, 유로파이터 타이푼 71대, 토네이도 80여 대를 운용 중입니다.

특히 F-15는 4세대 전투기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계획 아래 사우디는 노후화된 토네이도와 F-15 계열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하려는 대규모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도입 규모만 300대 이상에 달하는 이 초대형 사업을 놓고 세계 주요 항공방산 업체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현재 사우디 전투기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미국의 보잉(F-15EX)과 록히드마틴(F-35A), 유럽의 BAE시스템스(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4)와 다쏘(라팔 F4), 러시아의 수호이(Su-57, Su-75), 중국의 선양항공(J-35)과 청두항공(J-10CE), 튀르키예의 TAI(칸), 그리고 한국의 KAI(KF-21)입니다.

사실상 세계 주요 전투기 제작사 모두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F-35를 원했지만 얻을 수 없는 사우디

F-35 전투기

흥미로운 점은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오래전부터 미국의 최첨단 5세대 전투기 F-35 도입을 원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 정책은 항상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 유지'를 기본으로 합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사우디에 첨단 전투기를 판매할 때 항상 이스라엘보다 다운그레이드된 버전을 공급했습니다.

F-15C/D를 도입할 때도, F-15E(이스라엘명 F-15I)를 도입할 때도 사우디는 성능이 제한된 모델(F-15S)을 받아야 했습니다.

레이더의 지상 표적 식별·타격 능력 일부가 삭제되거나, 심지어 전투행동반경이 이스라엘에 미치지 못하도록 연료 탱크를 제한하려는 시도까지 있었습니다.

F-35의 경우는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모든 F-35는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운용되며, 자율군수정보체계(ALIS)가 메인 클라우드와 연결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이는 스마트폰의 운영체계와 유사한 개념으로, 특정 국가를 위해 '다운그레이드 버전'을 따로 만들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완벽한 동맹국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사우디에 자국 공군과 동일한 첨단 F-35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우디의 국산화 정책과 KF-21의 매력

KF-21 전투기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무기 구매 예산의 50%를 국산 장비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군사산업총국(GAMI)과 사우디아라비아군사산업(SAMI)을 설립했지만, F-35의 경우 이미 JSF(합동타격전투기) 프로그램 초기부터 파트너 국가들에 생산 물량이 분배되어 있어 사우디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일본·이탈리아가 주도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GCAP(글로벌 전투환경 프로그램) 참여를 추진했지만 일본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중국의 J-35와 튀르키예의 TFX 칸 공동개발 등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사우디는 중국 옵션을 접었고, 튀르키예의 TFX 칸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TFX 칸에 F100 계열 엔진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는 점도 큰 걸림돌입니다.

튀르키예가 개발중인 KAAN 전투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KF-21은 사우디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KF-21은 기술 이전과 국산화 가능성이 높아 사우디의 국산화 정책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2028년 등장 예정인 블록 2 모델은 라팔, 유로파이터, F-15EX 등 경쟁 기종과 대등하거나 더 우수한 4.5세대+급 성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며, 공대공·공대지·공대함 작전 능력을 두루 갖춘 다목적 전투기입니다.

특히 레이더 반사 면적이 적어 생존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현재 5.5세대+급 성능을 목표로 하는 블록 3 버전(KF-21EX) 개발도 추진 중인데, 이 모델은 내부 무장창 설치와 외부 센서 내부화를 통해 스텔스 성능을 크게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F-35와 달리 KF-21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우디에게는 첨단 전투기를 확보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카드입니다.

한국과 사우디의 윈-윈 전략


KF-21EX 프로그램에 사우디가 참여한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큰 이점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사우디는 F-35에 근접한 성능의 전투기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고, 한국은 개발비 부담을 줄이면서 더 높은 목표 성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그룹도 KF-21EX 프로그램 참여를 검토 중인데, 여기에 사우디까지 합류한다면 GCAP에 대응할 수 있는 대형 글로벌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투입된다면 당초 5.5세대+급으로 계획된 성능을 6세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KF-21에는 미국제 부품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자국 방산 산업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미국의 수출 승인을 얻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전망


사우디의 신형 전투기 소요는 300대 이상으로 추정되며, 과거 사례를 볼 때 사우디는 전투기 구매에서 항상 '풀옵션'에 웃돈까지 얹는 관대한 구매자였습니다.

KF-21 수출 계약이 성사된다면 그 규모는 300억에서 400억 달러(약 43조~5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동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UAE, 카타르 등 인접국으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극화되는 방산 세계의 새로운 주자, 한국

KF-21 전투기

전통적으로 전투기 시장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장악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튀르키예, 한국 등 신흥 방산 강국들이 자체 개발 전투기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방산 산업의 변화를 넘어 국제 안보 질서의 다극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의 KF-21은 기존 강대국들의 전투기와 달리 '중견국 모델'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최첨단 기술을 갖추면서도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에 열려 있는 KF-21은 자체 방산 역량을 키우려는 신흥국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전투기는 종종 정치적 조건과 제약이 따르지만, 한국의 KF-21은 이러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는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정치적 유연성을 원하는 중동 국가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독자적 방산 역량 강화는 미국에게도 부담이 덜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무기체계를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프록시 방산 외교'의 가능성도 열리는 것입니다.

KF-21이 사우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이는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한국이 국제 안보 질서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전투기 한 대의 판매를 넘어, 글로벌 안보 구도의 새로운 판을 짜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우디의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 방산과 국제 안보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