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스프레드 13년만에 최대..기업들 돈구하기 갈 수록 어려워진다

일부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신용채권과 국고채의 금리차)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채권과 국고채간 금리차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같은 신용채권 시장 위축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이 20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외 통화 긴축 강화 등 영향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채권 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됐다. 일반기업과 2금융권이 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더많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과 비교한 회사채(AA-)의 신용스프레드는 1.14%포인트, 여전채(AA0) 스프레드는 1.52%포인트로 모두 2009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보고서는 최근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 데는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고 봤다.
우선 금리 상승 국면이 지속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와 유동성이 낮은 신용 채권의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위기 상황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채권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고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화가 어려운 회사채·여전채의 경우 투자수요 위축이 시장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유동성 악화에 따라 채권투자가 재차 축소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단기투자자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 손실을 우려해 채권투자에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투자 수요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채권투자 수요가 위축된 반면 공급은 늘었다. 올해 들어 신용채권 발행물량이 특수채와 은행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부담이 커졌다. 올 1~9월중 신용채권 순발행 규모는 총 4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의 67조6000억원보다는 적지만, 장기평균(2012~2021년중 24조8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특수채·한전채 등 초우량 신용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다른 신용채권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 1~9월중 AAA등급 신용채권의 순발행액은 총 48조원으로 전체 신용채권 순발행액의 96%에 달했다. 신용채권 순발행 중 AAA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4.2%에서 올해 96.3%로 크게 증가했다.
한민 한은 채권시장팀 차장은 “주요국 통화 긴축 강화 등으로 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국 금융시장 불안 사례처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수시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고, 여전채·은행채 대규모 만기도래, 안심전환대출 주택저당증권(MBS), 한전채 대규모 발행 등 수급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PF-ABCP) 시장 불안 등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수급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신용채권시장 유동성 제고를 위한 시장 활성화 방안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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