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 '언론자유 박탈' 맹공…1년 새 달라진 언론관
尹 가림막 설치·도어스테핑 중단…野 "이성 잃었다"
'언론중재법' 추진 두고는 "당 공식 논의 없다" 선 긋기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언론자유의 주적은 윤석열 정권입니다"(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긴급간담회 현수막 문구)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의 최근 MBC 전용기 배제, TBS 예산 삭감, YTN 민영화 시도 등을 '언론 탄압'으로 규정한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출근길에 가벽을 설치하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 의사를 밝히자 특히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앞장서 윤 정부의 언론 탄압을 규탄하고 나섰다. 언론노조와의 긴급간담회까지 열며 언론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민주당이지만, 불과 반년 전까지도 '언론중재법'을 추진한 바 있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대통령실은 21일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서 벌어진 공개 설전에 대한 대응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잠정 중단 조치 하루 전부터 대통령실이 1층 기자실과 도어스테핑 장소를 잇는 로비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림막을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도어스테핑 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비롯해 대통령실의 가벽 설치와 '도·스 중단'에 일제히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참으로 점입가경"이라며 "무능한 실정의 책임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차라리 땅굴을 파고 드나드십시오"라며 "MBC 기자가 그렇게 두렵나. (윤 대통령은) 덩치는 남산만 한데 좁쌀 대통령이라는 조롱이 많다"고 비꼬았다.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듣기 싫은 질문 피하고 싶었으면 애초에 언론 문답이 아니라 '팬미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남기는가 하면,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그야말로 언론의 입도 막고, 귀도 막고, 눈도 가리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오늘 윤 대통령이 설치한 것은 '언론용 가림벽'이 아닌 국민을 향한 오만의 벽, 불통의 벽, 옹졸의 벽"이라고 일갈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두고 '언론인 출신'(김의겸·노웅래·박광온·정필모·한준호·허종식 의원 등)들이 위원으로 대거 포진해 지난 16일 출범한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도 행동에 나섰다. 특위는 이날 오후 2시 전·현직 MBC·YTN·TBS 언론노조 위원장, 한국기자협회장 등과 함께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공영방송 탄압에 대한 언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등 탄압, YTN 민영화, TBS 지원 중단 등 현 정부의 대언론 행태를 지적하며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반헌법적인 언론 탄압을 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언론탄압' 행태에 대해 민주당은 '입법기관'으로서 '구체적 조치'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고 위원장은 '(언론탄압에 대해) 민주당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다루는 방송법 개정안이 특위위원으로도 있는 정필모 의원 안으로 올라와 있는데 상당히 논의가 이뤄져 있어서 속도를 낼 수 있다"라며 "(YTN 지분 매각 관련해) 공운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으로 매각을 막고자 하는 생각이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절차에 비영리민간단체와 공사 교섭대표노동조합 등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이나 이성과 분별력을 잃어버린 상황인 것 같다"라며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한 이유도, 용산 집무실 이전을 한 이유도 '언론·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것 아니였나. 지금 봐라. 그 의미가 퇴색되버리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MBC 기자와 청와대 참모 사이 설전에서 (가벽 설치가) 비롯된 거라면, 아예 기자실의 기자들을 다 퇴출시키지 가벽은 뭐 하러 설치하나. (대통령실이 하는 행동을 보니) 앞으로 정도가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앞서 지난 16일 이재명 대표도 윤 대통령의 'MBC 전용기 배제 논란'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MBC·TBS·YTN 관련 문제들을 언급하며 "(윤 정부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통제를 장악하려는 반민주적 군사 독재식 언론통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말로만 자유민주주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언론탄압'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의 시간'을 1년만 돌려도 민주당의 언론관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민주당이 이른바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을 시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후퇴한 적이 있어서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지난해 8월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했지만 결국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당시 국민의힘과 국내외 언론·시민사회 등은 개정안이 '언론재갈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은 해를 넘겨 '대선 패배' 후 야당이 된 지난 4월에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과 함께 '언론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다만 검수완박 강행으로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진척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관련 당의 공식적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고 위원장은 "현재 위원회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는 부분을 막고자 하는 모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언론중재법은 관련 부분이 아니다. 당에서 (관련해) 공식 논의했던 것은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준호 의원도 "당 입장은 대변인을 통해 물어봐 달라. 특위 관련 질문을 해 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특위는 '언론 자유'에 방점을 찍고 조직을 운영할 뿐이고, 향후 언론중재법 관련 논의는 할 예정이 없으니 당 전체 의견과는 연관을 짓지 말라는 입장이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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