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최근 캠핑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차량이 있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 택배 기사나 소상공인을 위해 태어난 이 실용적인 밴이, 어느새 차박 캠퍼들의 '꿈의 차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의 평균 가격은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보조금을 받아도 3000만원 안팎은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PV5 카고는 파격적인 조건을 들고나왔다.
소상공인 생계형 전기화물차로 분류되는 PV5 카고는 최대 2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실구매가가 2000만원 중반대까지 내려간다. 전기 세단 한 대 살 돈의 절반 수준이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전기차 거품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PV5 카고는 진짜 현실적인 가격이더라고요." 최근 PV5 카고를 구입해 차박 개조를 마친 30대 직장인 김모 씨의 말이다.
PV5 카고의 가장 큰 특징이자 걸림돌은 바로 격벽이다. 운전석과 적재함 사이를 가로막는 이 철제 벽은 화물 보호를 위한 설계이지만, 차박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첫 번째 장벽이 된다.
격벽이 있으면 적재함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카고 트림은 창문도 없다. 히터와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겨울엔 냉동고, 여름엔 찜통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해결책은 합법적 구조변경이다. 화물차를 개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캠핑카로 등록하거나, 이동형사무실차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 중 캠퍼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방식은 이동형사무실차 전환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캠핑카로 구조변경할 경우 받았던 보조금 일부를 반환해야 할 수 있지만, 이동형사무실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비용도 100만원대면 충분하다. 격벽을 제거하고 공간을 하나로 트는 작업까지 포함해도 200만원 중반이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DIY 열풍이다. 구조변경보다 더 흥미로운 건 내부 꾸미기 트렌드다. 캠핑 커뮤니티에는 PV5 카고 적재함을 직접 개조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방식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적재함 도면을 구한 뒤, 두꺼운 합판을 재단해 벤치형 테이블 겸 침상을 짜넣는 것이 기본 구성이다. 테이블 높낮이를 조절하면 낮엔 식탁, 밤엔 침대로 활용할 수 있다. 매트리스 하나면 차박의 기본 조건이 완성된다.
바닥에는 알루미늄 코팅 우레탄을 깔고, 벽면에는 방음·방진재를 붙여 주행 중 발생하는 공명음과 진동을 줄인다. 이른바 '트리밍 작업'이다. 차량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220V 콘센트는 휴대용 히터나 소형 가전 사용에 요긴하다.
물론 이 모든 게 호텔 침대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건 모두가 안다. "등이 좀 배기죠. 내 방 침대랑 비교하면 착각이에요. 그냥 뻗고 눕는 거예요." 경험자들의 솔직한 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공간에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전국을 달릴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그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솔직히 말해 아직 완벽한 차박 캠핑카는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냉방 문제다. 휴대용 히터로 겨울 난방은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에어컨은 이동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실외기 없이 작동하는 이동식 에어컨의 효율은 좁은 공간에서도 기대 이하다.
탑승 인원도 제약이다. PV5 카고는 최대 2인 탑승 구조. 아이를 포함한 3인 이상 가족이라면 선택지가 달라진다. 이 경우엔 PV5 패신저 모델이 대안이다. 5인 탑승이 가능하고 일반 전기승용차에 가까운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가격이 카고보다 약 1500만원 비싸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PV5 카고가 차박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일상 겸용성이다. 평일엔 일반 전기차처럼 출퇴근에 쓰고, 주말이면 캠핑카로 변신하는 이중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하다.

기아의 전기화물밴 PV5 카고승차감도 예상보다 훨씬 낫다는 반응이다. "화물차라고 해서 울퉁불퉁할 줄 알았는데, 과속방지턱 넘는 것도 부드럽고 가속도 시원시원해요." 전기 모터 특유의 안정감과 가속감은 화물밴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주행 중 바닥에서 들리는 저음 공명음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지만, 방진재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PV5의 파생 모델인 하이루프와 워크스루밴 출시가 예정돼 있다. 실내 높이를 높인 하이루프는 차박 활용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워크스루밴은 운전석과 적재함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이동형 오피스 수요까지 흡수할 전망이다.
사전계약 대기가 여전히 길게 늘어서 있는 만큼, 보조금 확보 경쟁도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0만원대 전기 화물밴이 캠핑 문화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