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바트·루피보다 더 출렁인다
경상적자에 달러공급 취약 … 하루 진폭 0.53%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한국 원화값의 변동성이 4위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파운드화나 일본 엔화 같은 기축통화를 빼면 호주 달러에 이어 2위다. 원화값이 그만큼 강달러 시대에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응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매일경제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데이터 등을 가공해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미국 달러당 원화값의 일간 평균 변동률은 0.53%에 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를 분석했다.
달러당 원화값을 1300원으로 놓고 환산하면 하루 새 종가 변동폭이 6.9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주요국 통화의 일간 변동률을 보면 호주 달러(0.66%), 영국 파운드(0.60%), 일본 엔(0.55%)에 이은 4위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과정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의 발언 강도에 따라 주요국 통화가 동반 요동친 측면이 있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자체적인 상황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 수출이 부진한 여파가 겹치면서 원화가치를 지탱하던 원동력인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원화 변동성이 상당 기간 클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유로, 엔 등 주요국 통화가 파월 의장의 발언 강도에 따라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원화 역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붕괴돼 IMF 사태 이후 한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기저에는 중국 수출은 고전하고, 대미 투자는 늘어나며 발생한 달러 수요의 우위 현상이 고착화된 점이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닌 까닭에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이는 달러 공급이 가치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다. 원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0.1% 수준에 그친다.
높은 자본시장 개방도로 인해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쉬워진 점도 원화 변동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자본 유출입이 용이하다 보니 대표적인 위험 통화로 분류돼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지금 환율은 대외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외환당국이 미세 조정으로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우람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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