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개 넘지만 노인 7%만 이용하는 ‘서울 경로당’ [통계로 보는 행정]

이병훈 2024. 9.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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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내 경로당이 3600여개에 달하지만 이용률은 7%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도심 특성상 경로당 이외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데다, 60대 ‘젊은 노인’이 경로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에서는 경로당을 스마트화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경로당 문턱을 낮추고 있다.

28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3월31일 기준 서울시 내 경로당은 총 3609개로 집계됐다. 관련법에 따라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에는 경로당을 의무 설치해야 해, 경로당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말(3484개)에 비해서는 120여개 늘어났다. 

25개 자치구마다 경로당을 144개 정도 보유한 셈이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256개로 가장 많았고, 중구가 50개로 가장 적었다. 경로당 별 평균 회원수는 35.5명이었는데, 중구는 56명으로 가장 평균 회원이 많았다. 도봉구(30명), 노원구(30명), 강서구(30명) 등은 가장 적은 회원수를 보유했다.

서울시 구별 경로당 현황. 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다만 서울시 노인들의 경로당 이용률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 노인인구 대비 경로당 이용 률은 7.29%로, 10%에도 못미쳤다. 이용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성동구로, 14.34%였다. 이어 마포구(11.52%),  중구(10.81%) 등이 10%를 웃돌았다. 반면 이용률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관악구(4.73%)로, 노인 인구의 5%도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5.24%), 광진구(5.35%) 등도 5% 수준이었다.

이는 전국의 경로당 이용률(28.1%, 2020 노인실태조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도심 지역의 경로당 이용률이 농어촌 지역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는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동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의 이용률은 21.8%인데 반해, 읍・면 지역의 노인은 47.8%가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70대가 경로당을 외면하는 영향도 원인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1954~1963년생이 경로당 이용 대상(만 65세 이상)에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경로당 이용률은 낮은 수준이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69세의 경로당 이용률은 11.2%에 그쳤다. 향후 경로당을 이용하고자 한다는 응답도 31.2%에 그쳤다. 

노인 1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로당 이용률을 높여 노인 고립·고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노인 1인가구 비중은 2010년 16.2%에서 2022년 19.8%로 증가세다. 고령화를 감안하면 노인 1인가구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경로당을 스마트화 해 노인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비교적 젊은 노인층에게는 ‘놀 거리’를 제공하고, 일상에서 디지털 적응력도 높이기 위해서다. 시는 지난해 11개 자치구 105개소 경로당에 스마트기기를 도입해 ‘스마트경로당’으로 구축하고, 2026년까지 전 자치구에 스마트테이블 등을 갖춘 ‘어르신 놀이터’ 1개소씩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식사 제공 등 경로당의 사회안전망 역할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 기초생활수급자 중 2022년 노인 비율이 41.47%에 달하는 등,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단계적으로 경로당에서 주 5일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경로당 이용률을 높이고 취약층의 식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7월부터 관내 경로당 이용 어르신에게 단계적으로 주 5일 점심 식사 제공을 시작했다. 단계적 지원을 통해 연말까지 80%의 경로당에서 주 5일 중식 제공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방행정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인에게 경로당의 중식 제공은 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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