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콘텐츠 보물찾기] 1020의 `데못죽`앓이… "테스타, 아이돌 데뷔해줘!"

김미경 2024. 11. 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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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팝 업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현실감·보이그룹 콘텐츠임에도 탄탄한 남녀 팬덤 지녀
웹소설·웹툰 IP로 팝업스토어 이례적 성과… 방문 1만5000명·인당 평균 구매금액 50만원
SNS·커뮤니티·지하철 옥외광고 등 온오프라인 이벤트도… 출간한 e북 거래액 11억 돌파
웹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주인공 테스타. 카카오엔터 제공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웹소설 표지. 카카오엔터 제공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웹툰 표지. 카카오엔터 제공
데못죽 팝업스토어에 설치된 대형 일러스트에 팬들의 포스트잇 메시지가 가득 붙어 있다. 카카오엔터 제공
데못죽 지하철 옥외 광고. 카카오엔터 제공

가상 아이돌(버츄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등장과 성공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실존하지 않지만 잘 짜여진 세계관과 버추얼 기술, 스트리밍 소통만으로도 팬덤을 일으키고, 음원 순위를 휩쓸고, 음악방송 1위까지 차지하더니 급기야 K-팝 시상식 공연무대에도 올랐다. 과거 잠시 반짝하다 사라진 사이버 가수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이다. 그게 가능하다니, 흡사 콜롬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혁신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가상 아이돌보다 더 고차원적인 아이돌이 존재한다. 플레이브는 음원이 있고 음악방송도 출연하고 소통도 할 수 있지만, 이 아이돌은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모습도 볼 수 없고, 음원이나 공연무대도 없다. 그렇지만 팬덤은 상상 이상이다. '활자'로만 존재하는 아이돌,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의 주인공들인 '테스타'다.

◇볼 수 없지만 보이고, 들을 수 없지만 들린다 '활자돌' 테스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오리지널 지식재산(IP)인 데못죽은 102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국내 누적 조회 수 약 4억7000만회를 기록한 슈퍼 IP다. 데못죽의 큰 인기는 단순히 독자층이 두텁다거나 대중적으로 널리 읽혔다거나 하는 분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느 아이돌 못지 않은 뜨거운 팬덤이 데못죽의 인기를 견인하는 축이다.

데못죽은 4년차 공시 준비생이던 주인공 '류건우'가 어느날 갑자기 3년 전으로 돌아가 '박문대'라는 인물에 빙의하고, 1년 내에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퀘스트(소설에서는 상태이상)를 부여받으면서 시작된다. '박문대'는 가장 빠르게 데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아이돌 서바이벌 '아이돌 주식회사'(아주사)에 출연한 뒤 인기 아이돌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다.

'테스타'는 '프로듀스 101'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사'를 통해 데뷔한 보이그룹이다. 테스타 멤버는 박문대를 비롯해 총 7명이다. 양궁 국가대표 출신 류청우, 아역배우 출신 배세진, 발레를 전공한 선아현, 천상 아이돌 이세진, 넘치는 끼의 소유자 차유진, 천재 작곡가 김래빈이 박문대의 동료다. 박문대는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돌 데뷔에 이어 음악방송 1위, 대규모 공연,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의 대상 수상 등 여러 퀘스트를 차례로 부여받지만, 타고난 지략과 꼼꼼한 설계로 이를 완수해내며 최정상 아이돌을 향해 나아간다.

데못죽의 흥미 포인트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실제 K팝 업계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현실감이다. 데못죽으로 웹소설에 데뷔한 백덕수 작가는 팬들 사이에서 기획사 출신이거나 아이돌 관계자 출신이 분명하다는 루머를 양산할 정도로 업계의 구석구석까지 실감나게 묘사해 주목 받았다. 그러나 필명을 쓰는 작가는 성별도 나이도 출신도 베일에 싸여있다.

테스타는 현실감 가득한 K팝계에서 데뷔곡부터 모든 음원을 자체 기획·제작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테스타의 거의 모든 곡을 가사부터 리듬감과 분위기, 의상, 무대, 안무까지 마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또 다른 흥미 포인트는 주인공 박문대의 '음습함'이다. 험난한 업계에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박문대의 선견지명과 철저한 사전조사, 과감한 계략이 빛을 발하며 테스타는 1군 아이돌로 굳건히 자리잡는다. 원래 보이그룹을 앞세운 콘텐츠는 대부분 여성 중심의 팬덤이 크지만, 데못죽은 박문대의 인기에 힘입어 남성 팬덤도 꽤 탄탄하다.

◇완결은 끝이 아니다…웹툰으로 살아난 활자돌, 팝업까지 휩쓸다

웹소설로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줄줄이 써낸 데못죽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노블코믹스를 통해 2022년 8월부터 웹툰으로 부활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누적조회 수 약 5300만회를 기록 중이다. 올해 3월 시즌2까지 완결됐으며 시즌3는 내년 초에 재개될 예정이다. 웹툰으로 다시 불붙은 인기는 웹소설로 옮겨와 웹소설 조회수도 약 5억7000만회(11월21일 기준)로 증가했다.

웹소설·웹툰 IP로는 이례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어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11일 서울 여의도 더 현대에서 열린 첫 팝업은 '오픈런' 행렬이 2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더 현대 팝업스토어 중 역대급 규모로, 앞서 진행된 슬램덩크 팝업 오픈런 800명 대비 2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2주동안 진행된 팝업의 총 방문 인원은 1만5000여명. 방문객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50만원에 달했다. 방문객의 구매연결율은 50% 상당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2021년 2월 진행한 공식 굿즈펀딩은 목표금액의 4693%인 4억7000만원 상당에 달했다.

테스타의 팬덤은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뜨겁다. '데못죽' 관련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온라인에서도 압도적인 화제성을 보인다. 테스타 개별 멤버들의 생일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는 것은 예사이고, '테스타는 실존한다'는 팬들의 해시태그가 SNS에서 문화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웹소설 연재 당시 팬들이 멤버들의 사인이나 외형을 직접 그려 올리는 인증 글도 이었다.

데못죽 주인공 박문대 생일인 12월15일을 기념해 2021년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에 마련된 옥외광고 인증샷 이벤트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카카오엔터는 2022년 3월 8일 멤버 차유진의 생일 기념으로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벤트 및 인터뷰 콘텐츠를 진행했고, X의 대한민국 트렌드로 '차유진 유죄'가 올라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당시 대선이 한창인 시기였음에도 데못죽이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데못죽 웹소설은 지난해 5월 완결이 났지만 지금도 팬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올해 발간한 리포트 중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작품 톱5'에 웹소설 '데못죽'이 3위에 올라 여전한 인기와 화력을 입증했다.

콘텐츠 플랫폼 리디는 지난 13일 데못죽의 e북을 출간했다. '데못죽' e북은 총 28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별 삽화 8종과 새로운 표지가 추가됐다. 리디 측은 e북 출간 하루 만에 일 거래액이 11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백덕수 작가는 최근 차기작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연재를 시작했다. 괴담 세계관에 빙의해 귀신과 술래잡기를 하는 등 갖은 고난을 겪으며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이 작품 역시 연재가 시작되자마자 현대 판타지 장르에서 최단기간에 1000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장르 주간 랭킹 1위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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