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적는 이야기들은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저희 가족이 겪었던 실화입니다.
재작년쯤부터 타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여러번 썼었습니다.
이렇게 후기를 쓰게 될 줄 모르고, 당시 썼던 글을 거의 다 지워버렸네요.
타 커뮤에서 남동생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썼다가,
추천을 많이 받기도 했었고,
그 외에도 몇개의 글을 더 썼었습니다.
그 몇몇 글을 쓸 때는 사건이 일단락되는듯 싶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도 일이 많이 터졌었네요.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에 대해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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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댓글로는 이상한 취급도 받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우울증이 있긴 하지만,
지능도 풀배터리 검사 시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고,
정신에도 어떠한 문제가 없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정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신과 검사를 통한 결과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들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습니다.
하지만 믿으라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것들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는 신병을 앓아오셨지만,
제 나이 30이 되도록 그것을 믿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달조차 뜨지 않은 껌껌한 산을 오르는 것도,
야자가 끝난 늦은 밤, 혼자 불 꺼진 학교 복도를 홀로 걷는 것도,
밤 늦은 시간 공동묘지 근처도
모두 무서워하지 않았었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았었으니까요.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울 게 없는 것이죠.
저에게 있어 신이나 귀신은 외계인, 드래곤, 페가수스, 피닉스, 엘프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존재 같은 것 정도로 치부했었던 것이죠.
그러니 여러분들께도 믿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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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5명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여동생, 남동생
어머니와 작은이모는 오래전부터 *신병(神病)을 앓으셨습니다.
*신기가 있는 사람이 신을 받지 않고, 운명을 거부할 때 생기는 신체 이상 증상.
그리고 그 신병을 이유로 두 분은 절을 꾸준히 다니셨습니다.
불교와 무속인이 함께 하는 절로 자주 다니시곤 했는데,
그 때문에 어렸던 저는 스님과 무속인이 같은 종교인 줄로만 알았었습니다.
최근에서야 많은 일들을 겪게 되면서, 스님과 무당은 다른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많은 굿들을 받았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잠시 좋아지셨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상태가 나빠지시곤 했었습니다.
왜 굿을 해도 다시 안 좋아지는 걸까 생각했었는데,
뒤늦게 알게 된 사실로는 굿을 해서 영을 내보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무속인들은 *귀문(鬼門)을 닫는 것까지는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영적 존재들이 드나드는 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귀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와 작은 이모는 항상 귀문이 열려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을 받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죠.
그래서 어머니는 굿을 받으면 몇 개월 간 괜찮아지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린 귀문으로 또 다시 영들이 들어왔었고,
그러면 또 다시 신병으로 몸이 아프게 되신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약 5~6년 전부터 신병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신병으로 너무나도 아프셨던 어머니는 한 절의 스님에게 경전을 받아오셨던 겁니다.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줄여서 금강경(金剛經).
어머니는 금강경을 수년 동안 읽으십니다.
그 긴 내용을 다 외우시고, A4지에 수십장을 쓰고 접어서 부적처럼 들고 다니기도 하시고.
제게도 건네며 외워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전을 다 외우면 용돈으로 200만원을 주겠다고까지 말씀하시며 말이죠.
그 정도로 어머니는 금강경에 빠져있으셨습니다.
본인은 뭔가 외우고 학습하는 머리가 없다고 가끔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그 긴 경을 줄줄 외우는 걸 보면서 놀라웠습니다.
저는 용돈을 준다해도 도저히 못 외울 그것을, 애창곡만큼이나 쉽게 부르는 경지까지 이르시더라고요.
그런 어머니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신병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저는, 그저 어머니께서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신을 믿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영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팬들처럼, 하나의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납득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라는 셀럽을 좋아하는 어머니다.
경전이 앨범이고,
염주가 굿즈고,
불경을 외는 것은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다.
가끔 *방생(放生)을 한다고, 물고기 수십만원치를 사다가 바다에 풀어 줄 때면, 아이돌 콘서트 비용을 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생명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주는 행위.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저는 그 행동들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삼남매를 키우며, 동전 한푼도 아끼고 아끼는 어머니께서,
수십만원치 물고기를 사다가, 바다에 풀어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본인은 헤진 싸구려 옷을 십수년을 돌려입으면서, 수십만원을 바다에 내버리는 어머니를 그 때의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모두 진심이었습니다.
풀어주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물고기들을 돌려보내곤 했습니다.
잡히지 말고 잘 살라며, 바다를 향해 두 손을 꼭 맞대고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차츰 아프단 말씀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굿을 받지 않으셔도 되었고, 불경을 외우는 것만으로 어머니는 개운해하셨습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재작년쯤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진중하게 이야기하십니다.
남동생이 눈빛이 변했다며, 엄마를 보는 눈이 아니라고,
남동생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남동생의 몸에 들어갔다고 말입니다.
저는 단순 엄마랑 남동생이 다투는 과정에서 그러는 것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사람이 다투다 보면, 눈매도 변하고, 언성도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저는 그런 어머니에게 과대망상하지 말라고, 남동생도 나이가 있으니, 이제 자기 주장도 표출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저희 집은 많이 엄해서, 남동생이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계속해서 남동생이 뭔가에 빙의 되었다며,
본인 말이 맞으니 제발 믿어달라며, 알 수 없는 말씀만 하셨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말씀에, 저는 도대체 왜 다 큰 남동생을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생각하며 끊었었습니다.
별 일 아닐 줄 알았죠.
그저 어머니가 심각한 망상에 빠진걸까 걱정했었습니다.
이후로도 몇차례 더 그런 연락들이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남동생을 내버려두라고, 걔도 이제 자취할 나이가 된 것이라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곤 끊었습니다.
빨리 본가에 내려가서, 어머니의 상태를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말이죠.
그러다 한번은 남동생과 부모님이 싸웠다길래,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도 잠시 접어두고, 수시간 동안 말이죠.
그런데 그 싸웠다는 내용은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불경을 외웠고, 남동생은 그것이 듣기 싫다고 싸웠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금강경뿐만 아니라,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줄여서 지장경(地藏經)이라는 경전도 외우기 시작하셨습니다.
남동생이 이상해졌다고 느낀 이후로, 스님에게 지장경을 받아 외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지장경에는 잡귀를 쫓아내는 힘이 있으니, 집에서 외우면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그 지장경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습니다.
금강경은 괜찮은데, 지장경을 외울 때면, 남동생은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고 그만 외우라며 난리를 친 것입니다.
이 때의 부모님과 남동생의 증언이 모두 다릅니다.
어머니: "그냥 순수하게 지장경을 읽기만 했다."
아버지: "나도 외우는 것을 들었는데, 너희 어머니는 정말 지장경을 얌전히 읽기만 했다."
남동생: "가족들이 모두 거짓말 하고 있어. 엄마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지장경을 외운다고! 형은 날 꼭 믿어줘야 해!"
그리고 남동생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 합니다.
자신이 집 밖에 있을 때도, 어머니가 집 안에서 지장경을 외우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느껴질 때마다 남동생은 엄마에게 전화해 화를 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수 킬로미터 밖의 다른 건물에서 불경을 외우는 것을,
어떠한 소통수단도 없이 오직 오감만으로 정확히 느낄 수 있나요?
저는 모두 믿을 수 없었습니다.
평범한 상식 선에서 이것들은 모두 거짓임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남동생에게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화를 냈었습니다.
이것들에 대한 진실은 뒤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거짓을 말하는 건지, 누가 미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 부모님이 이상해진 것 같고,
저 부분을 보면 남동생이 이상해진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이 전부 다 같이 이상해져버린 것인가.
뭔가 이상한 종교에 빠진 건가.
머리가 뒤집히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두어달 후,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또 남동생이 난동을 피운다고 말이죠.
서울에 사는 제게, 오늘 바로 본가인 거제로 내려오라고 다급히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도 직장이 있어서 단번에 내려가기는 힘들었고, 여러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그 때 가족들에게서 듣게 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남동생이 밤마다 소리를 지른다.
- 남동생이 기도를 드리는데, 한번 기도를 시작하면 2시간에서 길게는 한나절(12시간)동안 기도를 드린다.
-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가족들을 위협한다.
- 칼을 들고 위협하기도 한다.
- 한자책을 사다가, 수 시간동안 한자쓰기 연습을 한다.
- 가끔은 어린 아기처럼 굴면서, 간식을 사달라 떼쓴다.
- 경비 아저씨와 이유없이 싸우는 것을 아버지가 말려서 데려왔다.
- 어머니의 회사에 방문해, "엄마!"라고 외치며 아기같이 굴어서는 어머니가 급히 집으로 데려왔다.
- 이제는 지장경을 외워도 화내지 않고, 지장경을 거꾸로 외우거나, 혹은 2배속 3배속을 하듯 빠르게 외우고는, 키득키득 웃으며 어머니를 조롱한다.
등등
그 날, 부모님은 난동을 피우던 남동생을, 경남 하동에 위치한 무당이 있는 절로 데려갑니다.
굿이든 뭐든 해보려고 말이죠.
하지만 남동생은 그 무당을 보고서는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리고 또 절의 불단이나 무당의 신당을 보면서, 밝게 웃었다고 합니다.
그 후, 남동생은 그 무당의 상석을 빼앗아 앉아서는, 무당에게 호령을 하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그 곳의 무당은 남동생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 남동생의 난동은 계속 커져서, 끝내 경찰분들께서 출동해 남동생을 어렵게 말렸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불단이나 신당을 보게 되면, 일반인들은 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그냥 '신당이구나..', '불단이구나..' 정도로 인지만 하는 것이 보통이죠.
평범한 사람인 저도 마찬가지로 신당을 봐도 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기가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감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신당을 보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숨이 턱 막히거나, 눈물이 툭툭 떨어져 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남동생은 신당을 보면 해맑게 웃습니다.
즐거워합니다.
아무튼 그 날 남동생의 통제는 불가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남동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정신병원에 남동생을 입원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가족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도 남동생의 정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약으로 약간이나마 진정이 돠긴 했었지만, 본인의 자아는 여전히 찾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보냈으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동생을 입원시키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모두 지쳐 잠들었다고 합니다.
밤마다 깨워서 가족들을 집합시키고, 칼을 들고, 위협하고, 그렇게 모두가 수 일을 공포로 잠들지 못했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가족들은 그저 기다리기로 합니다.
신을 몰아내는 굿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죠.
그렇게 약 1~2주 정도 후 동생을 병원에서 데려나오게 됩니다.
남동생이 정신병원에 있을 당시, 통화를 하면 남동생의 대화 내용은 늘 요상했습니다.
대화가 안 통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닌데, 평소의 남동생과는 뭔가가 달랐습니다.
제가 헷갈려할 때면, 어머니는 남동생이 없는 곳에서 알려주셨습니다.
"아까 남동생이 한자책 사다달라고 하는거 들었지? 그건 니 남동생이 아니야.“
"근데 어떤 음료수 먹고싶다고 하는 거 들었지? 그건 니 남동생이 맞아.“
확실히 제 남동생은 난데없이 한자 공부를 할 사람은 아니긴 했습니다.
그리고 한자책을 사달라고 할 때의 남동생의 목소리나 억양이 뭔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조현병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사진 속을 보았을 때,
남동생이 빙의되었을 때 쓴 글들은 정말 완벽하게 잘 쓰여있었습니다.
조현병은 문법 체계가 무너지는 증상이 흔하게 일어나곤 하는데,
놀랍게도 동생은 평소보다도 글을 훨씬 잘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번도 본 적 없는 옛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던 저로서도 처음 보는 단어들이었는데,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모두 전부 있는 단어들이었습니다.
문맥상으로도 정확한 부분에서 알맞게 사용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그것들을 한문으로도 한글로도 쓰더군요.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조현병의 증상들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마 진단서에는 조현병 정도로 기록되어있겠죠.
그 당시의 저는 많은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빙의 현상은 오래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존재했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면 신빙성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빙의는 일부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착각이 아닌, 지구촌이 긴밀히 연결되기 전부터, 전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던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문명과 접촉이 없었던 원시 부족들조차도, 영혼과 소통하는 주술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잡귀라고 이야기하지만, 서양에서는 사탄 또는 악마라고 칭하는 것 같습니다.
빙의를 하게 되면, 동양의 귀신도, 서양의 사탄에게서도 모두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더군요.
그리고 그들은 모두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등의 종교적 힘으로 치료한다는 부분도 유사했습니다.
누군가는 한국에만 무속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무속이라는 용어가 한국 특유의 명칭일 뿐.
영혼이나 신령과 소통하는 빙의나 주술적, 종교적 현상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제가 결론지은 것은, 서양에서의 악마 취급을 받는 것과 한국에서의 귀신이 같은 것이 아닌가.
또한 무당이나 주술사는 전세계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물론 이것이 정말 신을 통한 현상인지, 아니면 정신이나 그런 것의 문제로 일어나는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속임수는 같은 것은 아니고, 어떤 공통된 계기로 인해, 이런 현상이 생기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오은영 박사님께서도 방송에서 빙의는 질병 진단 분류에 속하지 않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아마 이 무렵쯤 제가 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겁니다.
(지금은 지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동생을 정신병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 때 베스트 댓글을 포함한 대다수의 댓글들이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이 맞다는 댓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네. 저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정신병원이 아닌, 뛰어난 무당에게 데려가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저를 제외한 모두가 같은 뜻이었으니, 결국 과반수의 뜻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받게 된 분이 '고춘자' 선생님이십니다.
이 분이 누구시냐 하면, 천만 영화였던 '파묘'에 자문을 해주셨으며, 해당 영화의 주인공인 '화림'의 수호신 할머니로 등장하셨던 분이기도 하십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당이시죠.
저희 가족이 도움을 받은 시점은 파묘가 개봉하기 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작은 이모께서 계속 이 분야에서는 최고인 분이시라고 하셨었는데, 저는 잘 몰랐었습니다.
파묘가 개봉하고 나서야 그 분의 유명세와 능력을 실감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저희 가족은 고춘자 선생님과 연이 닿아, 그 분의 도움으로 남동생을 치료하기로 합니다.
고춘자 선생님과의 행사 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은 본가인 거제에서 출발해,
하동의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남동생을 데리고,
서울에 있는 제 자취방에서 하루 정도를 묵게 됩니다.
그 때 처음 본 남동생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남동생의 감정은 시시각각 눈에 띄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의심하고 있던 조현병의 증상과는 또 사뭇 달랐습니다.
남동생은 사고장애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똑 부러지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밤이 깊어 다들 자는데, 남동생은 갑자기 일어나 새벽 2시쯤부터 기도를 시작합니다.
새벽 2시부터 점심 시간까지요.
저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 놀랐습니다.
평범하게 앉아서 조용히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흔들고, 손으로 온 몸을 털고, 일어나서 통통 튀고, 팔을 휘적 휘적 저으면서, 십수시간을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기도합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범하게 손을 모으는 기도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기도를 십수시간씩 하다보니, 남동생은 땀에 절어 있습니다.
하지만 빙의한 남동생은 땀이 주륵주륵 흐를지언정,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남동생을 보며, 본인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닐 거라며, 얼마나 힘들겠냐고 안타까워하십니다.
어머니께서 쉬라고 말릴 때면, 남동생은 되려 화를 냅니다.
여동생은 일찌감치 포기하고는, 더 화내기 전에 어머니에게 내버려두라 말합니다.
저는 그저 멍하니 보기만 합니다.
사람이란게 그렇습니다.
108배를 해보신 분이 계실까요?
몇십분 동안 108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고 힘들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3000배를 해도,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라면 12시간 가까이 지치지 않고, 화장실 한번 가지 않고, 계속 몸을 흔들며 방방 뛰는 기도를 매일 같이 하실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꼭 꼭 해야만 한다면 한번쯤이야 어찌 어찌 해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것을 매일 같이, 자의적으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남동생의 기도는 평범한 사람의 영역을 떠난 무언가였습니다.
또 저희 남동생은 롤과 테일즈런너라는 게임을 정말정말 좋아했었습니다.
게임중독자가 될까봐 걱정했을 정도로 게임만 했었죠.
아니, 어쩌면 중독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던 남동생은 단 한 순간에 모든 게임을 끊었고, 수개월동안 매일을 그렇게 기도했던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사람이 어떤 중독을 끊기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중독을 떠나서, 매몰 비용 때문에서라도 끊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키워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쉽게 내칠까요.
20년을 가깝게 플레이했던 테일즈런너에서 남동생은 엄청난 고수였었습니다.
그런 게임들을 빙의 후부터는 단 한순간에 접고는, 어떠한 한 치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래대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제가 게임을 권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제 자취방에서 지낸 다음 날, 고춘자 선생님께 방문하게 됩니다.
남동생은 고춘자 선생님을 보자마자, 선생님께 안겨 얼굴을 부빕니다.
이전에 하동의 절에서 본 무당에게 깽판을 쳤던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죠.
처음 본 고춘자 선생님을 그렇게도 반기고 말을 잘 듣습니다.
내보내기 굿을 시작합니다.
남동생의 몸에서 악령을 내보내고 귀문을 닫습니다.
어머니의 몸에서도 악령을 내보내고, 귀문을 닫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했었죠?
평범한 무당들은 귀문을 닫지 못합니다.
하지만 신력이 뛰어나신 고춘자 선생님은 귀문까지 닫으실 수 있었기에 그것을 닫아주셨다고 합니다.
별의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무당들은 사기꾼이다.
평범한 무당들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기 위해, 귀문을 못 닫는 척 하는 것이고.
고춘자 선생님은 유명해서 손님이 많을테니, 그냥 귀문 닫았다 하고 돌려보내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저는 무속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냥 최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면을 통해 낫게 하는 것이다.
최면 비용을 내는 것이다. 라고 말이죠.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이 솔직한 저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굿 도중, 어머니께서 큰아들에게도 우울증이 있다며,
귀신이 있어서 우울한게 아니냐며,
고춘자 선생님께 한번 봐달라고 말합니다.
네. 그 큰아들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입니다.
그 말에 저는 이가 갈리고 눈에 핏대가 설 정도로 분노했지만, 그저 표정 관리를 하며 꾹 참았었습니다.
만약에라도 제게 귀신이 있다고 말한다면, 무당이란 것은 사기꾼이 맞는 것이니까요.
사기꾼임을 증명할 생각으로 이를 악 물고 감정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고춘자 선생님께서는 제게 다가와 눈을 들여다 보시더니 단칼에 딱 잘라서 말씀하십니다.
큰 아들은 너무 멀쩡하고, 마음이 아픈 것이 맞으니 가족들이 배려를 하라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남동생은 굿이면 해결이 되지만, 우울증은 굿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어쩌면 큰 아들이 더 힘들 수도 있다며 말이죠.
그렇게 고춘자 선생님께서는 나머지 가족들은 너무나도 멀쩡하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고춘자 선생님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됩니다.
제가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지장경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남동생은 사실 사주 상, 신이 들어올 운명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보시는 모든 무속인들마다 똑같은 말씀을 하곤 했습니다.
"신이 있을 사주가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꼬.." 라고 말이죠.
고춘자 선생님을 뵙기 이전에 보았던 수많은 무속인들도,
고춘자 선생님도,
그리고 고춘자 선생님과 함께 하시던 무속인들도
모두 입을 모은 듯 하나같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 남동생이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알려주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귀문은 열렸다 닫혔다 반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동생의 귀문이 열려있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평소대로라면 어머니의 귀문이 항상 활짝 열려있으니, 귀신들이 그 곳을 통해 드나들었을 것인데,
어머니가 금강경을 외우고부터 귀신들이 그 귀문을 이용할 수가 없었을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필 남동생의 귀문이 열려있는 시기에, 어머니가 귀문을 금강경으로 막아버리니, 어머니에게 가야 할 귀신들이 갈 곳을 잃고 남동생에게로 향하게 된 것이죠.
심지어 저희 어머니 이상으로 신을 받아야 할, 작은 이모까지 함께 금강경을 외우고 있었으니..
신력을 가진 두 사람이 나눠 받던 귀신을, 평범한 사람이 홀로 오롯이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남동생의 귀문으로 귀신들이 몰려들어오니, 남동생이 서서히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남동생의 변화를 눈치 챈 어머니는 퇴마의 기운이 있다는 지장경까지 함께 외우게 됩니다.
그렇게 어머니께서 퇴마력이 더 강한 지장경을 외우니, 이론대로라면 귀신들이 도망쳐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불력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습니다.
불력은 신기가 강한 것과는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무속인들의 기운과 스님의 기운은 결이 다르니까요.
마치 목사와 스님의 기운이 다르듯 말이죠.
차라리 불력이 강한 스님이 꾸준히 외워주었더라면, 남동생의 몸에서 귀신을 완벽히 쫓아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불력이 강하지는 않았던 어머니의 경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정도밖에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귀신들은 어머니께서 지장경을 외우면 외울수록,
더더욱 남동생의 몸으로 숨어들어 요동친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지장경을 외울 때마다, 남동생은 지장경을 외우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게 된 것이고요.
당시 어머니의 입장은 "지장경을 평범하게 읽었다."
남동생은 "아니다, 엄마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읽었다."
라는 입장이 있었다고 했었죠?
둘 다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거짓을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평범하게 읽었지만, 남동생의 귀에는 여러 잡귀들의 아우성이 함께 섞여 들렸던 것이죠.
또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어머니께서 집 안에서 지장경을 외우는 것을,
남동생이 집 밖에서도 정확하게 알고서 전화로 화를 냈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뒤늦게 인정하시더군요.
남동생이 집에서 나갈 때면, 집에서 몰래 외웠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남동생이 전화로 화를 냈었다고 말이죠.
어머니는 고춘자 선생님께 많이 혼났습니다.
운명대로 신을 받던지, 아니면 계속 신병을 앓던지 해야지, 신을 거스르려 하니, 자식이 벌 받는 거 아니냐며 혼났습니다.
그나마 남동생의 그릇이 커서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도 아파서 그랬던 것인데, 왜 혼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후에 전화로 작은 이모께서 말씀하시길,
신들의 일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으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의 규율도 법도 모두 납득하지 못할 거라며 말입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불경과 염주를 고춘자 선생님께 드려 모두 태우고, 본인의 행동에 반성하십니다.
그리고 굿이 끝난 후, 놀랍게도 한동안 남동생은 좋아집니다.
폭력이 줄어들고 온순해졌으며, 조금 더 평범한 대화가 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시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남아있는 신들이 있었는데, 본질적으로 내보낼 수 없는 신들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남동생은 내보내기 굿이 아닌, 신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거제로 내려갔던 가족들은 다시 서울의 제 자취방으로 올라옵니다.
신 받기 전 날, 분위기가 축 처져있는 가족들과 함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빙수를 먹으러 빙수집을 방문합니다.
마포역 근처 설*
메론 빙수를 먹다, 남동생이 뜬금없이 기도를 시작합니다.
기도는 시도 때도 없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도 아무도 말릴 수 없습니다.
억지로 말리다가는, 빙수집에서 깽판을 칠거라며, 다들 눈치만 봅니다.
전처럼 극단적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남자아이의 불호령에 쩔쩔 매는 가족은 눈치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급기야 남동생은 눈을 매섭게 뜨고, 가족 모두에게 기도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빙수집에서 나가라고 으르렁댑니다.
한번 시작하면,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한나절이 넘게 한다는 그 기도를 빙수집에서 시작한겁니다.
저희 가족은 빙수집 문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다, 결국은 고춘자 선생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남의 영업장에서 소란을 피우면 민폐가 되기도 하고, 요즘 SNS가 워낙 활발하니까요.
고춘자 선생님은 전화를 받으시고는, 영상통화로 돌려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고춘자 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서야, 남동생은 또 다시 동자처럼 변해 선생님을 "엄마"라 부르며,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신을 받게 해주는 어머니를 '신엄마'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신을 받기로 예정이 되었으니, 남동생은 고춘자 선생님을 엄청나게 따르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결국 남동생은 신을 받게 됩니다.
막막하더라고요.
형인 저로서는 동생이 평범하게 성장해서 평범한 직업을 갖길 바랐었는데..
무속을 믿건, 믿지 않건.. 형으로서는 마음이 착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기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신을 받던 도중, 중간 테스트를 하겠다면서, 고춘자 선생님은 남동생을 밖에 내보냅니다.
그리고 굿을 하던 신당의 이곳저곳에 물건들을 숨기기 시작합니다.
*오방기를 비롯한 3가지 영적인 물건들을 숨겼고, 동생이 들어오자, 동생에게 물건을 찾아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다섯 방향을 상징하는 색상의 깃발
저는 솔직히 하나도 못 찾을 줄 알았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떻게 이곳저곳을 수색하지 않고, 남이 숨긴 물건을 한번에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동생이 눈을 감고 방울을 귀에 대고 흔들더니, 팔을 특정 방향으로 들어올려 가리킵니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그대로 걸어가, 단번에 숨겨진 물건을 찾아내더군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그게 어렵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7~8평짜리 자취방에서도 리모컨을 수시로 잃어버리는 것이 사람입니다.
때로는 양말, 혹은 폰이나, 이어폰 등등을 잃어버리고도 십수분간 쩔쩔 매며 찾아보신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제 기껏 두어번 와본 40~50평 정도의 신당에서,
숨겨진 물건을 단번에 찾는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설령 누군가가 귀띔을 해주었다 하더라도, 들어오자마자 대번에 그 장소를 인지하고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남동생은 첫 번째 물건과 두 번째 물건을 단번에 눈을 감은 채 찾아내었습니다.
여담으로 남동생의 시선이 땅을 향하거나 눈을 감는 것을 보고는, 그 곳에 계신 어떤 분께서, 조상신 중에 땅을 보는 분이 계셨을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정말 놀라운 것은 세 번째였습니다.
세 번째가 오방기를 찾는 순간이었는데, 남동생이 엉뚱한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무당들의 표정도 의아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남동생이 오방기를 찾아 꺼내어들었고, 다른 무당들이 모두 함께 깔깔 웃기 시작합니다.
고춘자 선생님께서도 함께 웃으시며, 남동생에게 다가가 말씀하십니다.
"제자야, 아무 오방기나 찾아달라고 하지말고, 너의 오방기를 찾아달라고 해야지. 눈을 감고 다시 천천히 동자에게 말해봐. 내 오방기를 찾아줘~라고 이야기해보는거야.“
그렇습니다.
남동생에게 있는 동자신령이 아무 오방기나 찾아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다른 무당의 오방기를 동생에게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고춘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남동생은 다시 귀에 대고 방울을 흔들더니, 자신의 오방기를 찾아내었습니다.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차라리 이런 작고 귀여운 실수가 없었더라면, 짜고친다고 억지로라도 엮어서 생각했을텐데..
실수의 이유도 굉장히 합리적이었어서, 더 이상 저의 뇌는 이러한 상황들을 속임수라고 단정짓기가 어려웠습니다.
남동생은 그렇게 신을 성공적으로 받고, 서울에 새로 자리잡은 집에 도착합니다.
정신이 안정을 얻게 되기까지, 고춘자 선생님께 방문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서울에 잠시 집을 잡게 된 것입니다.
동생은 새로 잡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또 눈을 감은 채로 방을 훑는듯한 자세로 걷습니다.
이 부분도 정말 신기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년을 살던 집에서도 눈을 감고 걸으라고 한다면 어딘가에 부딪힐까 움찔거리는 것이 사람인데, 새로 이사온 집에서 눈을 감은 채 주저없이 걷습니다.
눈을 감고 손을 휘저으며 걸음에도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습니다.
손으로 벽이나 장애물을 더듬으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은 채로 손에도 아무것도 닿지 않고, 온 집을 한바퀴 훑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탐지하듯 걷다가, 어느 구석에서 별안간 걸음을 멈춥니다.
그러더니 눈을 번쩍 뜨고는 구석을 향해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리고는 무서운 눈을 하고는 "너!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
그렇게 동생은 뭔지 모를 무언가를 그 빌라의 공동현관까지 따라 나가서 내쫓아내고 돌아옵니다.
그 뒤로 동생은 또 한동안 잠잠합니다.
전보다는 잠잠하지만, 가끔 순간순간 문제를 일으킵니다.
원래 신을 받고 난 후, 한번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 때 어머니께서 굉장히 힘들어하셨었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남동생이 어머니에게 신을 받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동생 몸 안의 신이 요구했던 것이죠.
이제부터 더욱 믿기 어려울 이야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거짓이라고 누가 손가락질을 해도, 저도 이해합니다.
저 역시도 그 정도로 믿지 않았고, 현재도 이런 글을 적는 제가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보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셔도 모두 이해합니다.
믿지 않는다 한들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믿으시면 믿는대로 읽어주시고, 못 믿으시면 그저 재미난 글 하나 봤다 정도로만 생각해주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위에서 제가 말하길 원래 어머니가 신을 받으셔야 했는데, 남동생이 받게 되었다 했습니다.
남동생은 아빠의 성씨인 권씨이고, 어머니는 강씨입니다.
그리고 남동생 몸 안에는 권씨 성의 조상신과, 강씨 성의 조상신이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강씨 성의 조상신들이 권씨성을 가진 남동생보다, 강씨 성을 가진 어머니에게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어머니는 남동생(정확히는 몸 속의 신)과 거래를 합니다.
거래라고 해야할지, 계약이라고 해야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는 모르겠으나 약속 같은 것을 한 것이죠.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신을 다 받아들일테니, 남동생을 제발 원래 상태로 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약속이 진행되었고, 다시 옮기기 굿을 하기로 날을 잡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는 겁이 많습니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너무나도 연약한 소녀같은 분이시죠.
그래서 신을 받기 무서워 수십년을 피해다닌 어머니께서, 직접 신을 받겠다 말하신 겁니다.
남동생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감내하겠다며 말이시죠.
그렇게 어머니는 제게는 말씀하시지 않고, 또 다시 고춘자 선생님을 통해 신을 옮기기로 합니다.
어머니가 생각하기에, 저는 반대할 것이 뻔하니까요.
저는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지만, 제게는 그들끼리 정한 약속을 무를 권한이 없죠.
더군다나,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던 저로서는..
이런 것이 옮겨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 거짓임을 드러나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굿이 시작되었고,
신을 옮기는 작업을 하기 전, 오방기로 점을 쳤습니다.
이 때 남동생이 오방기를 내치며, 점치기를 거부하고는 신당 한가운데로 향하더군요.
그래서 남동생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만이 오방기로 점을 보았습니다.
모두들 신당을 등 뒤편에 둔 채로, 점을 보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마지막으로 저만이 오방기 앞에 남았었습니다.
제가 적당한 깃발이 뽑히지 않아, 다시 점을 치려는 도중,
제 점을 봐주시던 고춘자 선생님의 표정이 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제가 아닌 제 등 뒤를 바라보셨습니다.
그 표정에 이끌려, 저 역시도 아무 생각 없이 고춘자 선생님의 시선을 따라 서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굿을 하기 위해 *무악이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있었고, 그 가운데 남동생이 소리없는 포효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속 음악
뭔가 괴성을 지르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엑소시즘 영화를 보면, 사람이 기괴하게 뒤틀려, 흉악한 표정을 짓고는 합니다.
1초에서 2초 사이 정도, 잠깐 돌아본 남동생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뼈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러지기 직전까지 허리를 뒤로 꺾어 뒤틀었고,
표정은 포악한 짐승이나, 흉신악살을 떠올리게 하는듯하여 인간이 흉내내기도 어려운 표정이었으며,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성난 고릴라 마냥 거침없이 쳐대고 있었고,
그 와중에 한 발은 스모 경기를 시작할 때의 선수마냥 든 채였습니다.
나름 묘사를 최대한 글로 이끌어냈음에도, 이 글이 상상으로 그려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름, 사람들에게 이성적이고,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저조차도, 그것을 보고는 온 몸이 섬짓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 시선은 자연스레 부모님께로 향했습니다.
부모님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가 궁금했을 수도,
혹은 저도 모르게 의지할 대상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계셨고,
아버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남동생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여동생의 역시도 당황해서 초점을 잃은 채, 입을 허망하게 벌리고만 있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오방기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남동생의 기괴한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느슨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동생의 괴상한 모습을 보고 난 후, 손에는 작은 떨림이 생겼고, 제대로 된 오방기가 나와 이 의식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오방기가 나오고, 제가 일어서자 무악이 끝났습니다.
그제야 폭주하던 남동생도 조용히 그 자리에 섰고,
고춘자 선생님도 급하게 남동생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남동생은 신을 받아야 될 사람이 안 받았다며 고함을 쳐대었고,
고춘자 선생님도 남동생을 달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
평소라면 겁먹었을 저희 어머니는 용기내어, 남동생 속의 신들께 이야기합니다.
본인에게로 옮겨오면 남동생 몸에서 완전히 떠나갈 것이냐고.
평범했던 남동생으로 돌려주겠느냐고 그 자리에서 확인 겸 재차 묻습니다.
하지만 남동생 몸 속에서 나오는 말은 약속과는 다릅니다.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그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머니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약속과는 다르지 않냐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신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약속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무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황까지 와서, 약속과 다르다고 무르게 되면 신들이 남동생을 또 얼마나 괴롭힐지 모르니까요.
자식에게 들어와 괴롭혀버리니..
결국은 부모가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인 겁니다.
그렇게 얻는 것 없이, 어머니까지도 신을 받게 되셨습니다.
그때까지도 믿지 않았던 저는
'그래. 옮겨지고 막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지. 다 미신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남동생과 달리, 제정신으로 별 일이 없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마가 아니야..‘
아버지도 여동생도 어머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오직 저만이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신을 받기 전, 어머니는 자신은 원래 신을 받을 그릇이니, 아마도 남동생처럼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자주 말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도 여동생도 철썩같이 어머니가 가뿐히 이겨낼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서 가장 그런 것들을 믿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을 받고 난 후의 엄마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여동생은 오빠가 민감한거라며, 엄마의 말투가 살짝 달라졌다고 그렇게 느끼는 거냐며 저를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 따위로, 엄마의 변화를 눈치챈 것이 아니었습니다.
몸은 엄마이지만, 대화를 할 때면 생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평소 엄마가 저를 바라보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혹시라도 어디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스러워 하는 그런 눈빛들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에게 신신당부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만이 남동생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챈 것 마냥,
이번에는 저만이 어머니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었었던 것이죠.
어머니는 이틀 후부터 충청도의 구인사 절로 다니기 시작합니다.
고춘자 선생님께서 이제 절 쪽으로는 발길을 끊으라고 하셨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돈을 펑펑 쓰기 시작합니다.
서울에서 충청도의 구인사까지 밤 중에 택시비로 20만원을 내고도, 팁까지 포함 25만원씩 주시곤 합니다.
삼남매를 키우느라, 한푼이라도 아끼시려고 헤진 옷도 부끄러워 않는 분이 말이죠.
저는 피부가 연약한 편인데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로션을 바르는 것이 미흡해, 피부가 자주 건조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제가 본가에 방문할 때면, 피부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나 싶어, 계속 제 옷을 들어올리며 약을 발라주시는 어머니십니다.
혹시라도 굶고 다닐까 싶어, 전화할 때 마다 밥 먹었는지 꼭 물어보시는 어머니십니다.
저를 볼 때면, 잘나지도 않은 아들이 뭐가 그리 이쁘다는건지.. 매번 꼭 끌어안는 어머니십니다.
그런 어머니가 제 전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말들만 하고 전화를 뚝 끊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갑작스레 집을 나갑니다.
여동생이 제게 울며 전화합니다.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제가 소리칩니다. "그러게 내가 엄마 아니라고 잘 지켜보라고 했지!“
겁이 나더라고요.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누군가에게 시비라도 걸었다가 맞기라도 하면 안되는데..
누구든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당장 엄마가 어디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그 날 어머니는 모두의 속을 썩이고 밤 늦게서야 지척지척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이번에 어머니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데리고 충청도의 구인사로 향합니다.
또 다시 여동생이 울며, 아버지와 저에게 전화합니다.
"오빠, 빨리 와봐라. 엄마가 우리 가족들 모두 다 죽어야 된다고. 다 강원도에 구인사 절로 모이래. 다 죽어야 된다고.“
(여동생은 이 때 구인사가 충청도가 아니라, 강원도인줄 알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이 어머니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 때의 녹음본은 아마 제 폰 어딘가에 아직 있을 겁니다.
울먹이며 쉬지 않고 궁시렁대는 어머니는, 여러사람이 되어가며 이상한 말들을 읊어대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다 죽어야 된다며 울먹이며 중얼대는 어머니는 확실히 제가 아는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속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다 모아놓고 죽어야 한다면, 그냥 안 모이면 되는거 아냐?‘
그런 이상한 잡생각을 잠시 하다가, 급하게 구인사로 향합니다.
그렇게 구인사로 가던 도중, 아버지와 통화하다가 싸웁니다.
"니가 왜 오냐!“
"내가 간다는데 왜 화를 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러게 내가 평소의 엄마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평소라면 싸울 일이 전혀 아닌데..
어머니 혹은 아내에 대한 걱정이 앞서다보니 예민해져서는, 다툴 일이 아님에도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됩니다.
어머니는 신을 받게 된 후로, 남동생 몸 안의 신이 무서워져서, 남동생을 피해다녔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구인사에서 가족들을 혼란에 빠트려놓은 채로, 남동생에게서 도망치려고 달리자, 끝내는 남동생이 어머니를 잡아 넘어뜨렸습니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다리가 크게 다쳐 팅팅 부어오릅니다.
이 부분을 보면 남동생이 불효자식 같겠지만, 몸 안의 신들끼리 다퉜다니..
저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서울 신림의 어떤 병원으로 갑니다.
남동생이 넘어트려 팅팅 부은 어머니의 다리 상태를 보기 위해서요.
지금도 그 병원 기록에는 남아있겠지요.
24년 3월쯤, 발가락 뼈 3개와 복숭아뼈가 부러진 저희 어머니의 기록이요.
어머니는 깁스를 하고, 늦은 밤 고춘자 선생님의 집으로 향합니다.
이 때 남동생 몸 속의 신들은 분노합니다.
고춘자 선생님께서 나중에 말씀해주시길, 어머니가 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춘자 선생님께 도움을 받는 상황이, 남동생 입장에서는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고춘자 선생님의 집을 처음 방문했는데, 경치가 정말 좋고 상쾌한 기분이 들더군요.
고춘자 선생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신당에 들어가십니다.
어머니께서 신당에 들어가고, 남동생과 여동생도 바람을 쐬러 나가니, 아버지와 저만 거실에 남아 낮의 갈등으로 아직도 냉랭했었습니다.
신당에서 나오신 고춘자 선생님은 어머니의 몸에 잡신은 없다며, 아직 초반이라 헛것이 들려서 우왕좌왕하는 것이라고 시간이 필요할거라 하십니다.
그렇게 저희 어머니는 고춘자 선생님의 집에서 몇일간 묵게 됩니다.
며칠이 지난 후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십니다.
고춘자 선생님께서는 더 있다 가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계속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셨습니다.
돌아오고 난 후 어머니는 종종 구인사로 뛰쳐나갔습니다.
고춘자 선생님께서는 아마 오래 절에 다녔어서, 그 기운이 익숙해 자연스레 찾아가는 것일거라고, 그냥 잠시 내버려두라 하시더군요.
어머니가 계속 뛰쳐나가고 통제가 되질 않으니, 급기야 아버지께서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서울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됩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말릴 새도 없이 다친 다리로 새벽에 뛰쳐나갑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발에 티끌 하나만 박혀도 걷기 어려운 것이 사람인데, 4군데나 부러진 발로 뛰쳐나갑니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다 부러진 발로 뛴다는 거요.
깽깽발을 짚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 마냥 전력을 다해 달립니다.
생채기에도 아파하는 소녀같던 어머니가, 부러진 발로 달린다는 것에서 인지부조화가 오더군요.
그 일 이후로 누군가 정신력의 한계를 논할 때면 그 때 일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당시, 어머니는 다친 발로 뛰쳐나가 절로 향하다가, 또 정신이 돌아오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며 매일을 보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뛰쳐나가는 행동을 막지 못한 것이 수어번,이었으니, 막아낸 것은 아마 수십번일 것입니다,
그렇게 매번 뛰쳐나가니, 휴식을 취해야 다리가 나을텐데..
오히려 심각해지기만 합니다.
결국 어머니는 다리 상태가 더 심각해져, 수술을 하고, 입원까지 하시게 됩니다.
가족들은 오히려 잘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쉽사리 뛰쳐나가지도 못할테고, 다리가 덧날 일도 없어지니까요.
간호사분들께서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니, 지켜봐주는 사람도 늘어난 꼴이 됩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어머니는 다리를 회복하며, 정신도 함께 회복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퇴원 하실 때쯤 정신을 되찾으십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만약 단순 정신병이라면 이런 식으로 어떤 의식이나 행사만으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을테죠.
그렇게 자연스레 두어달 정도 후 정신을 회복합니다.
정신을 회복한 어머니는..
본인이 택시비로 사용한 금액을 보고는 아연실색 하셨습니다.
"......엄마가 쓴 거잖아.. 난 분명 뜯어 말렸다고.."
남동생도 어머니의 퇴원 후부터 조금씩 정신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동생은 경남 거제시에서 점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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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재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 가족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가 거짓이라고 욕한다한들 저는 그 분들을 이해합니다.
저 역시도 이 모든 것을 당연히 믿지 않았었고,
지금도 이 현상들에 대해 어떠한 정의를 내릴 수 없기에,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합니다.
아버지도 당시 모든 휴가를 끌어다쓰며 가족들을 보살폈고,
어머니도 남동생과 스스로를 통제하느라 고생했고,
여동생도 남동생을 보살피느라 많이 힘들었으며,
남동생은 통제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괴로웠을 것입니다.
빙의가 되었을 때는 남인 것 마냥 행동하다가도,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미안해했었습니다.
지금의 남동생은 너무나도 멀쩡하며, 무속행위를 할 때만 그 영적인 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편하게 글을 쓰지만,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 꿈만 같습니다.
그 당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이런 일은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냐고! 왜 대체 이런 일이 진짜 있는 건데!“
라며 많이 울었던거 같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의 중간 쯤, 좀처럼 가족 사진을 찍을 일이 없던 저희 가족이,
그 날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여동생을 따라 인생네컷을 찍으러 갔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을 당시, 마치 복선마냥 쎄한 느낌이 느꼈었달까요.
왜.. 영화같은 거 보면 큰 마음 먹고 가족 사진 찍고 나면, 사건들이 생기곤 하잖아요.
지금 집에 있는 그 인생네컷의 뒷면에는 가족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전화번호가 쓰인 인생네컷을 남동생이나 어머니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곤 했었습니다.
혹시라도 정신을 잃고 뛰쳐나가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모두 끝난 지금, 그 인생네컷은 장식장 속으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습니다.
저희 가족이 미쳤나, 혹은 제가 미쳤나 생각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일반인을 상대로도 이렇게 스케일이 큰 몰래카메라를 하나 싶어, 가끔은 구석구석 살피기도 했었습니다.
카메라가 숨어있는건가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가족 중 아무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네요.
이런 말들도 그저 변명처럼 보일까요.
저는 지능 검사를 해도 상위권에 속하고, 삶에 있어서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입니다.
하지만, 가끔 세상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순리로 흐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겪었던 그 때의 일들에 대해 뭐라 정의하지 못합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저는 그것들에 대해 무조건 믿지도 않습니다..만, 이제는 안 믿는다고도 말 못하겠습니다.
제가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알지 못하고,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일이 아니라고.
세상에는 납득할 수 없거나,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아주 많이 일어난다고 말이죠.
범죄 뉴스나, 불륜 사건들을 보며 그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저였였음에도,
모순되게도 미지의 영역에 가장 납득하지 못하는 인간은 저였습니다.
직접 보면서도 말이죠.
지금 저희 가족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저는 저대로 열심히 살고 있고,
남동생은 점을 보기 시작했으며,
어머니는 그런 남동생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제 이야기는.
과거에 제가 타 커뮤니티에 썼던 글은 지웠었지만, 일부 남아있긴 합니다.
그리고 당시 쪽지로 응원해주셨던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그 때의 글을 기억하고,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 싶어 이렇게 뒷 후기를 남겨봅니다.
+ 그리고 혹시라도 관련 문제들을 겪고 계신 분들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