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비싼 하늘 위 라면

이 사진을 보라. 비행기 라면 맛의 비결이라며 올라온 사진인데,조리법에 승무원 끓인 물을 부으라고 적혀있다.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은 이상하게 평소 먹는 라면보다 더 맛있는 거 같은데, 이런 비법이 숨어있었나?

그런데 요즘은 비행기 이코노미 승객은 라면을 못 먹는 경우가 있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왜 일부 항공사는 이코노미석 승객에게 라면을 안 주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우리나라 항공사 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진에어는 현재 이코노미석에 라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난기류로 인한 안전 문제 때문이다. 반면 이코노미 승객에게 라면을 주는 곳도 있는데, 어느 항공사인지는 영상을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흔들리면서 뜨거운 국물이 담긴 라면이 쏟아지면 승객은 물론, 승무원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비행 중 난기류 사고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11개 국적 항공사를 향해 모든 좌석에 라면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라면 서비스를 중단한 것.

대한항공은 대신 핫도그나 피자 같은 다른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이미 그 전부터 이코노미석에 라면을 서비스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의문. 왜 국토부는 갑자기 이런 대책을 내놨을까?지구 온난화로 난기류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항공사들이 보고한 난기류 건수는 2만7896건으로 2023년보다 35%나 늘었다.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강해졌는데, 지난해 5월에는 난기류로 승객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사실 이쯤되면 라면 먹는게 중요한 게 아닌것 같기도 하다.

다만 정부 권고가 강제 사항은 아니라서 라면 서비스를 완전 중단한 항공사는 없다. 이코노미석에 라면을 제공하지 않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승객이 요청할 경우 라면을 주고 있다.

엥? 비싼 좌석이라고 난기류를 피할 수 있는건 아닐 텐데 왜 하필 이코노미석만 차별하는 걸까?

직접 항공사 측에 물어보니 이건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이상 좌석의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코노미석은 라면을 쏟게 되면 옆 좌석 승객이 다칠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석부터는 좌석 간격이 넓거나 아예 분리돼 있고, 테이블도 훨씬 큰 데다가, 컵라면을 그릇에 옮겨 담아 접시째로 제공해보다 안전하다는 것.

취재하다가 알게 된건데, 항공사에게 라면 서비스는 은근한 골칫거리였다. 일단 뜨거운 컵라면을 하나씩 들고 옮기느라 승무원들의 인력 소모가 심했다고.

그리고 아예 컵라면을 챙겨 비행기에 탄 뒤 뜨거운 물을 받아달라고 하는 승객도 많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승무원들이 고객 컵라면에 실제로 뜨거운 물을 받아다 줬다.다만 현재는 모든 항공사가 분유와 이유식 외에는 온수와 오븐 사용 요청을 받지 않는다.

반면 진에어를 제외한 나머지 저비용 항공사들은 노선 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코노미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에 컵라면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양성진]

가장 많이 팔리는 게 라면이거든요. 컵라면. 컵라면은 처음에 앞에서부터 쭉 지나갈 때 잘 안 팔립니다. 그런데 저기 중간쯤에서 어떤 사람이 라면 냄새를 풍기잖아요. 끝나고 돌아가는 승무원 붙잡고 다 시킵니다. 그걸로 이제 부가 수익을 올리는 거거든요.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은 약 5000원에 컵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은 컵라면을 팔아서 생기는 부가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에 라면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저비용 항공사들은 난기류에 대비하기 위해 컵라면을 지퍼백에 넣어서 제공하거나 화상 주의 스티커를 붙인다. 사실 대한항공 같은 FSC는 공짜로 라면을 제공해왔지만, 알고 보면 비행기 표값에 다 포함된 서비스에 가깝다.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양성진]

티켓팅을 해서부터 내릴 때까지 제공되는 모든 무료 서비스. 그걸 모든 걸 포함한 것을 풀 서비스에 한다고 그래서 FSC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해서 티켓 값을 받는 거예요.

이코노미석을 주로 타는 입장에선 조금 아쉽긴 하지만 비즈니스나 일등석의 경우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그만큼 돈을 더 낸 거니, 라면을 따로 주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또 하나 새롭게 알게된 사실. 사실 비행기에서 끓이는 라면은 고도 때문에 기압이 낮아져 물이 100도까지 끓지 않아 지상에서 먹는 것보다 맛은 덜 하다.그래서 농심에선 낮은 온도에서도 잘 익을 수 있도록 면발을 얇게 만든 비행기 전용 ‘신라면 Air’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오직 비행기 공급용으로 생산하는 거라 일반 소비자는 구할 수 없다. 정말 하늘에서만 먹을 수 있는 라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