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탐구] '재무통' 김회언 HDC현대산업 CFO, 신용등급 개선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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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서울 용산 HDC아이파크몰 /사진=아이파크몰 홈페이지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2년 3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8100억원을 차입했다. 당시 광주 사고 이후 영업정지 처분과 수주 계약 취소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을 확보해 대응에 나섰다.

HDC현산은 자금 차입 이후 2022년 7월 재무·회계 분야의 전문가인 김회언 HDC신라면세점 대표를 대표이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최익훈 대표와 함께 소방수로 등판한 김 대표는 차입금과 PF 관리라는 중책을 맡았다. HDC현산은 향후 대형 사업장에서 유입되는 현금을 기반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재무안정성을 확보해 회사의 신용등급을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비 대여 PF 리스크 관리 성과

김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199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뒤 1999년 HDC현산에 합류했다. 이후 재무팀장과 HDC아이파크몰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HDC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졌다. 2016년 신라면세점 CFO로 옮겨 2018년 공동대표에 선임된 뒤 HDC아이파크몰 대표를 겸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 경험을 쌓았다. 유통사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했을 당시에도 재무안정성을 확보해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현산은 2022년 3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3000억원의 단기차입금과 510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조달했다. 김 대표는 부임 직후 조달한 현금으로 PF 리스크 완화에 나섰다. 당시 HDC현산은 화정아이파크 사고로 차환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보충, 조건부 채무인수 등 신용보강을 제공한 사업현장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김 대표는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으로 시행사와 조합에 사업비를 대여하면서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줄였다. 2022년 감사보고서 기준 HDC현산의 사업비 대여 약정 금액은 8조1024억원이었으며, 이는 올해 6월 기준 8650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사업비 대여 등 선제 조치 덕에 HDC현산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었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022년 9월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업계에서는 PF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가 커졌으나 HDC현산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회사로 분류됐다.

광운대 자체사업 앞두고 차입금 관리 고삐

HDC현산은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등 대형 사업장 준공으로 유입된 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여가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등 9조원을 웃도는 자체사업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차입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체사업의 분양 성과 등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사업이 부진할 경우 현금 투입 등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차입금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HDC현산은 올 6월 기준 1조4102억원의 순차입금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1조3015억원이 단기차입금으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므로 둔촌주공아파트, 홍은13구역 사업 등에서 유입되는 현금 등을 투입해 일부 자금 상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무건전성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 사업비 대여 등으로 HDC현산의 202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7351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6401억원으로 전환됐고 올 상반기 기준 2203억원을 기록했다. HDC현산은 올 상반기 기준 9294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등 자체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현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비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의 남은 과제는 HDC현산의 신용등급 회복이다. 김 대표가 차입금과 PF 우발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덕에 회사의 신용등급은 1년9개월 만에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조정됐다. 신용평가회사들은 2022년 9월경 A+(부정적)였던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로 하향했다.

향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19일 기준 A+등급 회사채금리는 3.75%인 반면 A등급은 4.01%로 다소 높다.

/그래픽=김진현 기자

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