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멈춰세운 신기록, 압도적 세계 1위 330번의 충격...최정 사구, 왜 많이 나올까

김용 2024. 4. 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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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SSG 최정이 몸에 맞는 볼 이후 자진 교체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치고, 많이 맞는 것 같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 대단한 일이다."

모두가 주목하는 순간, 비극이 발생하고 말았다. SSG 랜더스 간판 타자 최정은 왜 이렇게 공을 많이 맞는 것일까.

최정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변함 없이 3번-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최정을 위한' 경기였다. 최정은 17일 KIA전 9회말 2사 후 극적인 동점 홈런을 치며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홈런으로 2005년 데뷔 후 개인통산 홈런수를 467개로 늘렸다. KBO리그 개인 최다홈런 타이기록.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SSG 최정이 몸에 맞는 볼 이후 자진 교체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1개만 더 치면 신기록. 최정의 타석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최정의 기념비적 홈런공을 잡는 팬은, SSG 구단과 계열사들이 준비한 약 1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3루 외야석 티켓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평일인데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더군다나 상대가 '전국구 인기팀' KIA였다. 그야말로 흥겨운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1회부터 환호 대신 침묵이 경기장을 덮었다. KIA 선발 크로우의 150km 강속구가 최정의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피할 새 없이 몸통을 맞았다. 최정은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1루까지 걸어나갔지만, 결국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갈비뼈 미세 골절이라는 최악의 소견을 듣고 말았다. 다행히 오진이었다. 이튿날 재검진에서 다행히 '단순타박'으로 정정됐다. 하지만 당분간 결장은 불가피 해졌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SSG 최정이 몸에 맞는 볼 이후 자진 교체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최정이 사구를 맞는 건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번 사구가 통산 330번째. 압도적 통산 1위다.

다른 선수들과의 기록을 비교하면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이해가 가능하다. 전통과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최다 사구 기록은 287개 뿐이다. 휴이 제닝스가 보유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는 기요하라 가즈히로의 196개. KBO리그 2위는 은퇴한 박석민의 212개로 차이가 크다. 최정의 기록이 압도적 세계 1위다.

그렇다면 최정은 왜 이렇게 많이 맞을까.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어서 치는 스타일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붙어 치는 선수들도 다 맞아야 한다. 타격폼이 크게 웅크리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다. 오히려 약간 서서 치는 스타일이다. 상대를 자극하는 유형도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큰 액션도 없고, 평소 성품이 온화하기로 유명하다. 맞을 이유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KIA의 경기. 1회 SSG 최정이 몸에 맞는 볼 이후 자진 교체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17/

상대팀 감독으로, 해설위원으로, 국가대표팀 코치로 최정을 신인 시절부터 봐온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일단 투수들이 최정 공략을 위해 몸쪽 공을 많이 던진다. 몸쪽 제구가 되면, 장타 확률이 떨어진다. 그리고 투수가 몸쪽을 던지는 건, 그 다음 수싸움도 위한 것이다. 타자는 몸쪽 공에 움찔하면, 그 다음 공에 반사적으로 피하게 된다. 그러면 바깥쪽 공이 더 멀어보인다. 하지만 나는 최정이 몸쪽공을 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다. 그러니 공이 몸쪽 깊숙한 곳으로 오기 전 대처가 되고, 바깥쪽 공도 칠 수 있게 된다. 홈런도 많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달려들다보니, 피할 수 없는 게 최정의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조선DB

투수가 공을 던지면 1초도 안되는 시간에 타자는 코스 판단을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최정은 공을 보고 웬만히면 피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공이 몸쪽으로 조금만 더 치우쳐도 사구가 되는 식이다. 피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크로우도 경기 후 "최정이 매우 강한 타자인 걸 알았다. 그래서 몸쪽으로 승부했다. 맞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너무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비쳤다.

대단한 건, 최정이 300번 넘는 사구를 맞으면서도 그동안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정을 오래 지켜봐온 SSG 관계자는 "아파도 티 내지도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스타일이었다. 큰 부상이 없는 것도 운이었다. 그러니 이런 홈런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었고, 오랜 기간 간판 스타로 활약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고의 순간을 앞두고, 아픔이 찾아올 뻔 했다. 최대 위기였지만 이번에도 잘 넘겼다. 진정한 '금강불괴'다.

최정과 현역 시절 동고동락했던 박정권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사구 장면을 보는데 아찔하더라. 정이가 저렇게 아파하는 선수가 아닌데, 그 모습을 보고 큰 부상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그는 하루 만에 다시 일어설 준비를 마쳤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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