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1번째 개막전일까…‘베팬알기’를 끝마치며

[베팬알기] ㉚베어스의 개막전 기록과 기억들 <끝>

한대화는 '개막전의 사나이'로 불린다. 통산 최다홈런(7개)과 최다타점(19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시작이 1983년 OB 베어스에 입단하자마자 신인 최초 개막전 홈런을 날린 것이었다. ⓒ두산베어스

KBO리그가 44번째 봄을 맞이한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고, 두산 베어스는 또 다른 스토리와 역사를 쓰기 위해 출발점에 섰다.

유난히 개막전 승리와 인연이 많았던 팀, 유난히 개막전 특별한 기록을 많이 쏟아낸 팀. 베어스는 그래서 ‘개막전의 팀’이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다.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 30번째 이야기는 개막전 기록과 기억들을 소환해 보려고 한다.

장호연은 1983년 신인으로서 베어스 구단 역사상 최초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완봉승을 올렸다. '개막전의 사나이' 인연이 시작된 지점이다. ⓒ두산베어스

◆베어스 최초 개막전, 1982년이 아닌 1983년인 까닭

베어스의 개막전 역사를 따지자면 1983년부터 시작한다. [베팬알백]과 [베팬알기]를 연재하면서 설명한 적이 있지만, KBO리그 원년인 1982년에는 OB 베어스의 개막전이 없었다. 그해 3월 27일(토요일)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공식 개막전 한 경기만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3월 28일(일요일) 원년 6개팀이 3개 구장에서 일제히 경기를 펼쳤고, OB 역시 이날 구단 역사상 최초의 경기를 치렀다. 여기서 MBC 청룡을 9-2로 꺾고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그러나 KBO는 이 경기를 베어스의 개막전 전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OB로서는 첫 경기였지만 MBC로서는 두 번째 경기였기에 개막전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운동장)의 삼미 슈퍼스타즈-삼성 라이온즈 경기도 같은 이유로 개막전으로 보지 않지만, 양 팀 모두 구단 역사상 첫 경기인 부산(구덕운동장)의 해태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전 역시 KBO에서는 개막전으로 집계하지 않는다.

베어스 역사에서 첫 개막전을 맞이한 건 1983년. 이때도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4월 2일 잠실구장에서 OB 베어스-MBC 청룡의 공식 개막전 1경기만 열렸다. 따라서 나머지 4개 구단(해태, 삼성, 롯데, 삼미)은 1983년 개막전 전적이 없다.

6개 팀이 같은 날 3개 구장에서 동시에 개막전을 치른 것은 프로야구 출범 3년째인 1984년부터였고, 그 이후엔 우천 등 날씨 관계가 없는 한 같은 날 전 구장에서 개막전을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개막전 최다승의 팀, 개막전 최고 승률의 팀

베어스는 개막전과 관련해 좋은 추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가장 많이 승리했고, 사실상 가장 높은 승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개막전에 유난히 강한 전통은 유산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1983년부터였다. 동국대를 졸업한 뒤 입단한 신인 투수 장호연이 팀의 7-0 승리를 이끌면서 완봉승을 올렸다. 신인뿐만 아니라 KBO 역사에서 개막전 최초 완봉승 기록. 그리고 동국대 동기로 같은 해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한대화가 그해 개막 1호포를 터뜨렸다. 이는 개막전 역사상 신인 최초 홈런이기도 하다.

첫해 승리를 시작으로 베어스는 지난해까지 개막전 통산 40경기를 치렀다. 앞서 설명한 1982년 외에 2008년과 2021년에는 우천으로 개막전이 취소된 바 있다.

그래서 베어스는 지난해까지 43년 KBO 역사에서 40번의 개막전을 치른 것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올해 41번째 개막전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베어스는 역대 개막전에서 25승1무14패(승률 0.641)를 기록했다. 25승은 KBO 역대 구단 개막전 최다승 기록이다. 2위가 삼성의 21승이니 아직 선두 자리는 굳건하다.

아울러 개막전 승률 또한 경이롭다. 후발주자 NC 다이노스가 0.778(7승2패)의 놀라운 승률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아직 개막전을 10경도 채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개막전을 10경기 이상 치른 팀 중에 비교해 보자면 SSG 랜더스(SK 와이번스 포함)가 0.636(14승2무8패)의 승률로 개막전에 강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두산이 패할 경우엔 승률이 0.625로 떨어진다. SSG가 이긴다면 승률이 0.652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개막전 최고 승률 순위가 뒤바뀌기에 올해 양 팀의 개막전 결과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가 2017년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니퍼트는 외국인투수 개막전 최다선발(6회), 최다승(5승), 최다연승(4연승) 기록을 작성하면서 '개막전의 사나이' 전통을 이어갔다. ⓒ두산베어스

◆개막전 연승과 연패 기록들

베어스가 개막전에 유난히 강한 것은 1980년대 출발이 좋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1983년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88년까지 한 번도 지지 않고 5연승(1986년에는 무승부)을 달렸다. 5연승은 KBO 개막전 최다 연승 기록이다. 원년 챔피언 OB는 이 기간(1983~1988년)에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개막전만 되면 강자의 위용을 발휘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다시 개막전 5연승을 내달리면서 또 한번의 개막전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그 이후 삼성이 두 차례(1990~1994년, 2001년~2005년), 롯데가 한 차례(2011~2016년, 2014년엔 우천취소) 5연승으로 타이기록까지 진행됐다.

각 팀마다 개막전에서도 전성기가 있고, 암흑기가 있다. 하지만 베어스는 개막전에서 긴 연패가 없다. 3연패(1991~1993년, 2002~2004년)가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기록일 정도다.

한화가 9연패(2010~2019년, 2014년은 우천취소)로 KBO 개막전 최다연패를 기록을 썼고, 12차례나 우승한 KIA 타이거즈(해태 포함)은 유난히 개막전에서 약했다. 8연패(2005~2012년)를 당하기도 했다. LG는 6연패(1983~1988년, 2001~2006년), 삼성은 5연패(2019~2023년), 롯데는 4연패(1994~1997, 2005~2005년)가 개막전 최다연패 기록이다.

장호연은 1988년 개막전(사직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KBO 역사상 유일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두산베어스

◆ 개막전의 사나이 장호연

개막전만 되면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개막전의 사나이’ 장호연이다. 개막전 최다경기 선발등판,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신인 최초이자 KBO리그 최초로 개막전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강렬한 첫 인상 때문에 개막전만 되면 호출됐다. 1983년을 시작으로 1985~1990년, 1992년, 1995년 등 무려 9경기에 선발등판했다.

KBO 역대 2위가 송진우의 8경기, 3위가 정민태의 7경기, 4위가 더스틴 니퍼트의 6경기다. 선동열, 정민철, 주형광, 리오스, 류현진, 양현종 등 각 팀 간판 투수들도 5경기에 그쳤다.

그중 장호연은 개막전에서만 6승(2패)을 올려 최다승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김상엽, 정민태, 니퍼트가 도전했지만 5승에 그치면서 장호연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1998년 사직 롯데전에서 기록한 개막전 노히트노런은 KBO 개막전 역사상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2025시즌도 그렇지만 요즘엔 외국인투수가 개막전을 점령하고, 국내 특급투수들은 포스팅시스템과 FA(프리에이전트) 제도로 해외 진출을 하는 사례가 많기에 어쩌면 장호연의 개막전 최다 선발등판과 최다승은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선수 중에서는 더스틴 니퍼트가 '개막전의 사나이'다. 두산 소속으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활약하면서 2016년을 제외하고 모두 개막전에 선발등판했다. 여기서 역대 외국인선수 최다 선발등판, 최다승(5승), 최다연승(4연승) 기록을 썼다.

1984년에는 OB 베어스 루키 김진욱이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베어스 소속 신인투수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두산베어스

역대 신인투수가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것은 총 8차례. 1983년 장호연에 이어 1984년 최계훈(삼미)과 김진욱(OB), 1985년 정삼흠(MBC), 1989년 김기범(MBC)과 진정필(빙그레), 19991년 조규제(쌍방울), 1994년 강상수(롯데)가 역사의 주인공이다. 이제는 신인이 개막전에 선발등판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이 기록을 이어나가긴 쉽지 않다. 미래에 고교 시절부터 야구계를 뒤흔드는 슈퍼 루키가 나타난다면 모를까.

1998년 OB 베어스 특급 루키 김동주는 KBO 역사상 최초로 신인 개막전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산베어스

◆ 개막전의 각종 기록들

베어스는 이밖에도 개막전만 되면 다양한 기록들을 써왔다.

OB 베어스 시절이던 1997년 4월 1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연장 13회까지 치르면서 무려 5시간21분의 혈투를 펼쳤다. 개막전 역사상 최장시간 경기 기록이다. 이 부문 역대 2위 역시 두산이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잠실 롯데전 4시간43분(연장 11회)이다.

2020년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한화-SK 경기가 2시간6분 만에 끝나면서 역대 개막전 최단시간 경기 기록을 작성했지만, 그전까지는 2000년 두산이 잠실 해태전에서 기록한 2시간11분이 기록이었다.

OB 베어스 시절이던 1998년 광주 해태전에서는 무려21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이는 개막전 한 팀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상대팀인 해태가 친 12안타까지 합쳐 33안타. 개막전 한 경기 양 팀 합계 최다안타 기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날 루키 김동주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5회와 7회 연타석 홈런을 날린 것. 신인이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때린 것은 KBO 역사상 유일한 사례. 그것도 연타석 홈런이었다.

신인의 개막전 홈런은 1983년 OB 한대화를 시작으로 1989년 삼성 강영수, 1998년 롯데 조경환과 김동주(2개) 등 5개뿐이었으나 2018년 강백호(kt 위즈)가 20년 만에 6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OB 베어스 추성건은 1995년 KBO 최초 개막전 대타 홈런 기록을 썼다. ⓒ두산베어스

KBO 개막전 대타 홈런 최초의 주인공도 베어스 선수였다. 1995년 추성건이 대전 한화전 7회에 좌완 이국성을 상대로 기록했다.

KBO 역사상 개막전 끝내기 홈런은 총 4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82년 개막전에서 MBC 이종도가 최고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뒤 20008년 SK 정상호, 2015년 넥센 서건창이 각각 2호와 3호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마지막 개막전 끝내기 홈런은 2023년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가 작성했다. 롯데전에서 연장 11회초에 1점을 내줘 9-10으로 뒤졌으나 11회말에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리면서 12-10으로 역전승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2023년 호세 로하스가 연장 11회 혈전에 마침표를 찍는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두산베어스

◆ 베팬알백과 베팬알기를 마치며

봄이 오면 푸르게 피어오르는 싱그런 풀잎과 각양각색 꽃송이처럼, 베어스는 늘 야구의 문이 열리면 일곱 빛깔 무지개 꿈과 희망을 싹트게 만들었다. 가장 많은 개막전 승리를 택배처럼 배달했고, 예상하지 못한 선수와 기록들이 축포처럼 폭발했다.

주렁주렁 열리는 기대감. 베어스는 그래서 개막전만 되면 팬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올해도 출발선 앞에서 그런 꿈과 설렘이 한가득이다.

이제 KBO의 역사도, 베어스의 역사도 올해로 44번째 나이테를 입는다. 베어스는 그중 41번째 개막전을 맞이한다. 그리고 26번째 승리에 도전한다.

"택배왔습니다. 딩동~!"

2025년 개막전에는 또 어떤 선물이 준비돼 있을까.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두산 베어스 팬들이 2025년 시범경기부터 잠실구장을 찾아와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년부터는 또 어떤 역사가 만들어질까.

※KBO 최초 창단팀, 최초 우승팀이라는 빛나는 역사를 지닌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 [베팬알백]과 [베팬알기] 연재를 여기서 마칩니다. 그동안 [베팬알백] 100편과 [베팬알기] 30편을 꾸준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구단의 역사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