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1억씩 떨어져" 콧대 높았던 '반포 신축 아파트'까지 하락 전망 분석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 '메이플자이'가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3,307세대 규모의 아파트 '메이플자이'는 입주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월세와 반전세 매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대출 규제 조치로 인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차단되면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급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7일 기준 '메이플자이'의 월세 및 반전세 매물은 1,594건에 달해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6월 말에는 660여 건에 그쳤던 월세 매물이 불과 보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번 현상은 정부가 '갭투자'를 겨냥해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생겨난 도미노 현상이다. 이전에는 세입자가 전세 대출을 실행한 날, 그 자금을 통해 집주인이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구조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전세자금 대출 없이 세입자가 대규모 보증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 수요는 크게 줄어들고 그 여파로 메이플자이 집주인들은 전세금 수준을 낮추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메이플자이 전세 시세는 눈에 띄게 하락 중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전세금은 최근 11억원 선까지 떨어졌으며 일부 매물은 하루 단위로 1억원씩 가격을 낮추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7억~18억원대에서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수억 원대 급락세가 진행 중인 셈이다.

대출규제 제한으로 반전세, 월세 매물 급증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이 장기적으로 묶이기 전에 가격을 낮춰 빨리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라며 "시간이 더 흐르면 11억원 이하로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11억 원대 매물도 다수 포진하고 있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저렴한 가격에도 기존 주택의 전세금 반환이나 추가 분담금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세를 놓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6·27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으며 전세 퇴거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1억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계획이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결과 반전세나 월세 매물 급증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세대출을 전면 차단한 배경에는 갭투자에 따른 시장 불안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대규모 신규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고가 아파트일수록 세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