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의만으론 부족, 목적 입증해야 처벌…'포괄적' 배임죄 사라진다

이시은 2026. 5.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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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취할 목적 있어야 처벌 가능
"日도 목적범만 유죄…방식 적절"
'경영판단 원칙'도 명문화 예정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 폐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작년 7월 말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업 경영 활동을 하다가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다”며 배임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연쇄적인 상법 개정으로 경제계 반발이 큰 시기여서 배임죄 폐지는 일종의 ‘당근책’ 역할도 했다. 당정은 1년 가까이 배임죄 폐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그 밑그림을 마련했다.

경제계에선 배임죄를 대체할 특례법의 큰 줄기가 잡히면서 해묵은 숙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이 연루된 배임죄 관련 사건들이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은 여론의 변수로 남아 있다.

ChatGPT

 ◇ ‘재산관리 처벌법’ 뜬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임죄를 대신할 새로운 법인 ‘재산관리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특례법’(가칭)은 특례법 형태로 추진된다. 특례법은 일종의 ‘특별한 예외’를 규정하는 법으로, 해당 법에서는 새 배임죄의 정의와 유형이 열거형으로 담길 예정이다.

당초 당정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3300건의 판례를 20~30개가량의 범죄로 유형화해 개별로 입법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단점에 다소 구체성이 떨어지더라도 특례법 한 가지에 모든 내용을 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배임죄의 적용 대상이 크게 좁혀진다. 현행 배임죄의 기본 틀(형법상 일반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에게 이익을 주고, 사무 위임자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죄’를 의미한다. 여권 관계자는 “명시적인 법률관계에 의해 타인의 재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자 등으로 단어의 개념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해도 명확히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목적성’이 추가되는 점도 큰 변화다. 현행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사무 위임자 손해 등에 대한 인식·용인(고의)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재산상 이익을 볼 목적으로’와 같은 조문이 추가될 경우 검사는 피고인이 뒷돈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 했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증명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내란죄가 내란의 고의만으론 부족하고,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본도 배임죄는 목적범만 처벌하는 만큼 적절한 완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 李 대통령 사법 리스크 ‘변수’

특례법에는 배임죄 대상을 좁힌 문구가 포괄하지 못하는 판례도 10개 안팎으로 유형화돼 담길 전망이다. ‘다음 각호의 행위도 죄로 규정한다’고 덧붙여 선언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이중매매, 기술 유출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숙원 과제인 경영 판단 원칙도 예외 조항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아직 형태는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당정은 충분한 정보 수집과 이사회 논의 등 합리적 절차를 거쳐 판단한 투자 결정 등 경영상 판단은 비록 손해가 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법을 넘어 집단소송법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단비 같은 개정”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달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거쳐 연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정치권 반발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등에 배임죄 혐의가 적용된 만큼 기존 법이 사라지며 재판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형벌불소급원칙을 통해 형벌의 소급 적용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다만 신법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한 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 사건이 범위가 좁혀진 신법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법원이 공소 기각·면소 판결 등을 내릴 것”이라며 “구법과 신법 사이 일부 공백이 발생한다면 형 집행이 면제되는 이들도 생겨날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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