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되살아난 공한증" '손흥민 2골-1도움X이강인 택배 도움' 한국, 중국에 3-0 대승 'WC 예선 2연승 질주'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호가 중국 원정에서 시원한 승리를 챙기며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21일 중국 선전 선전유니버시아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2차전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맹활약을 앞세워 3대0 승리을 거뒀다. 싱가포르와의 1차전에서 5대0 대승을 거둔 한국은 이번 2차예선에서의 고비로 여겼던 중국 원정에서도 승리하며, 최종예선행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한국은 중국, 태국, 싱가포르와 한조에 속했다. 각조 1, 2위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앞선 5번의 경기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던 클린스만호는 최근 공식경기 5연승을 이어나가며, 신바람을 타는 모습이다. 최근 5경기에서 무려 18골을 기록하는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가 번갈아 골맛을 보고 있다는게 고무적이다.
지난 싱가포르전에서 선제 득점을 올린 조규성이 최전방에 섰고, '캡틴' 손흥민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좌우에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코리안가이' 황희찬과 '골든보이' 이강인이 포진했다. 박용우와 함께 황인범(즈베즈다)이 중원을 지켰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전경기 선발 출전이었던 이재성(마인츠)이 벤치에 앉은게 눈에 띄었다. 포백은 이기제(수원)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김태환(이상 울산)이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알샤밥)가 지켰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3-4-3 전형으로 맞섰다. 웨이스하오-탄룽-우레이가 스리톱을 이뤘고, 류양, 왕상위안, 우시, 류빈빈이 중원에 자리했다. 주천제-장성룽-장린펑이 스리백을 이뤘다. 옌�K링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한국은 싱가포르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산뜻한 첫발을 뗐다. 전반 상대의 밀집수비에 다소 고전했지만, 이강인의 마법이 번뜩혔다. 'GOAT'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로빙패스로 조규성의 골을 도왔다. 조규성이 발만 갖다대면 될 정도로, 그야말로 자로 잰듯한 패스였다. 이 골로 혈을 뚫은 한국은 후반 4골이나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말그대로 펄펄 날았다. 절묘한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며 황희찬(울버햄턴)의 두번째 골에 한 몫했고, 이어 과감한 돌파와 문전 쇄도로 손흥민의 왼발 감아차기 골을 빛내는 '명품 조연'이 됐다. 설영우에게 뒤꿈치로 공을 흘려 페널티킥을 만들더니, 마지막에는 직접 주연으로 나섰다. 시원한 왼발 무회전 중거리포로 쐐기골을 기록했다.
싱가포르전 대승까지 한국은 최근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10월 A매치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상대로 각각 4대0, 6대0 대승을 거뒀다. 기세는 싱가포르전까지 이어졌다. 9월 유럽 평가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축구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낳았던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부터 기류를 바꿨다.
해법은 역대급 2선 활용이었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와 6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까지 한국축구는 '황금 트리오'의 등장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A매치부터 '손-황-이' 트리오에 대한 '자유도'를 극대화시켰다.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줬다. '해줘' 축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진영에서는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맡기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그의 존재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때로는 포지션상 9번, 때로는 8번으로 보일 정도로, 공격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좌우 측면도 쉴 새없이 오가고 있다. 황희찬의 자리는 왼쪽이다. 황희찬은 좌우 모두 소화가 가능하지만 왼쪽일때 더욱 위력적이다. 이강인의 자리는 오른쪽이다. 중앙 보다 오른 측면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손-황-이' 트리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위치에서 좋아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2경기 연속골, 이강인은 3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자유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다르다.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없다. 물론 선수들의 재능이 좋고, 컨디션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유로움은 포지션적으로나 움직임적으로나 준비한 것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면 섬세하게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실텐데 충분히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상대는 중국이었다. 대한민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4위, 중국은 79위다. 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다. FIFA 랭킹에선 아시아에서 11번째다. 일본(18위), 이란(21위), 한국, 호주(27위), 사우디아라비아(57위), 카타르(61위), 이라크(68위), UAE(69위), 오만(72위), 우즈베키스탄(73위)에 이어 중국이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북중미월드컵에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은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지만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한국축구는 중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단 2패(22승12무) 밖에 없다.
축구에 절대는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 출신) 시절인 2017년 3월 23일이었다. '창사 참사'의 흑역사가 쓰여진 날이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중국과 맞닥뜨렸다. 당시 중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6위, 한국은 40위였다. 한 명이 빠졌다.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그 공백은 컸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동아시안컵 0대3 패배 이후 7년 만의 눈물이었다.
원정은 분명 부담이다. 중국은 태국과의 2차예선 1차전서 2대1 역전승해 한껏 들떠 있다. 유럽에서 뛰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한국을 향해 중국팬들도 열광했다. 공항 입국장부터 요란했다. 토트넘, 파리생제르맹 등의 유니폼을 든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약 4만석의 경기장 입장권도 이미 매진됐다. 수비수 장센룽은 "손흥민이 치른 많은 경기들을 수없이 보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양발이 다 능한 높은 수준의 선수다. 하지만 동료들과 전술적으로 협력해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 손흥민을 어떻게 막아내는지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방심은 없다. 부상 변수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 손흥민은 "거친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를 화나게 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전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휘말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중국이라고 두려워할 것도 없다. 우리 것만 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 훈련 후 선수들과 모여 "잘 준비된 마음을 경기장에서 쏟아붓자"며 "어떻게 보면 (중국전은) 올해 마지막 경기이자, 또 아시안컵이라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를 앞둔 경기다. 좋은 분위기로 우리가 소집 해제가 돼야 아시안컵 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끝으로 "내일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는 결연한 각오를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당히 잘 준비한 만큼 내일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예선은 쉬운 경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라는 팀, 대표 선수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재는 "이기는 경기를 하러 왔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꼭 승리하겠다"며 "당연히 무실점 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비에서 실점하지 않는다면 워낙 좋은 공격진이 충분히 득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렸다. 초반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8분 황희찬이 왼쪽에서 환상적인 돌파를 시도했다. 가운데로 이동하며 조규성에게 찔러줬다. 조규성이 때린 슈팅은 골키퍼를 맞고 나왔다. 황희찬이 리바운드를 잡으려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이전까지 좀처럼 경고를 주지 않는 등 아쉬운 판정으로 일관했던 주심이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중국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워낙 잘찼다.
13분 중국이 반격했다. 왼쪽에서 찔러 준 볼을 탄룽이 등을 지며 잡았다. 지체없이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옆그물을 때렸다. 15분 이강인-조규성 콤비가 또 한번 번뜩였다. 이강인이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렸다. 노마크로 있던 조규성에게 향했다. 조규성이 머리에 맞췄지만 아쉽게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19분 한국이 계속된 패크워크에 이어 황인범에게 기회가 생겼다. 황인범이 때린 중거리슛은 상대 수비를 맞고 나왔다. 중국의 간헐적인 역습은 김민재-정승현 라인이 잘 막아냈다.
22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이기제가 먼거리서 때렸다. 바운드 되며 골키퍼가 쉽게 잡았다. 23분 한국이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한 황인범과 2대1 패스를 연결했다. 아크 정면에서 손흥민이 왼발슛을 때렸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흐른 볼을 황희찬이 뛰어들며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에 막혔다. 26분에도 좋은 슈팅이 나왔다. 손흥민이 상대의 거친 파울에 쓰러졌다. 프리킥 기회에서 황인범이 멋진 슈팅을 날렸다. 먼거리였음에도 위력적이었다.
29분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빠른 패스워크로 기회를 잡았다. 김태환, 이강인으로 이어진 볼이 중앙의 손흥민을 거쳐 왼쪽의 황희찬까지 연결됐지만, 아쉽게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33분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기제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조규성에게 향했다. 수비에 막힌 볼이 이강인에게 향했다. 이강인이 오른발로 때렸다. 수비를 맞고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한국의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이 계속해서 볼을 돌리며 기회를 노렸다. 중국은 수비에 전념하며 역습을 노렸지만, 빌드업이 잘되지 않았다. 롱볼은 어김없이 한국 수비에 막혔다.
41분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했다. 빌드업 상황에서 김민재의 패스를 받은 이기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류빈빈이 가로채 중앙으로 볼을 보냈다. 뛰어들던 탄룽이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다행히 옆그물을 때렸다. 한국이 계속해서 압박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오히려 중국의 롱볼 공격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흔들렸다.
43분 한국이 또 한번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다. 곧바로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찔렀다. 뛰어들어가던 손흥민이 잡아 오른발슛을 날렸다.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노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추가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손흥민이었다. 진귀한 헤더골이었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이 뛰어들어가던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홍민이 멋지게 돌렸고, 이는 골키퍼를 넘어 그대로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시간 한국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이강인의 킥이 정승현에 향했다. 헤더가 수비를 맞고 나왔다. 결국 전반은 한국의 2-0 리드로 마무리됐다.
후반 클린스만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고, 전반 멤버를 그대로 내세웠다. 후반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후반 5분 황희찬이 왼쪽에서 멋진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마지막 패스가 좋지 않았다. 이어진 이기제의 크로스를 궤적이 좋지 않았다. 7분 한국이 추가골 기회를 날렸다. 손흥민 이강인 콤비가 역습에 나섰다. 황인범이 찔러준 볼이 손흥민에게 향했다. 손흥민이 수비를 끌어들인 후 노마크로 있던 이강인에게 내줬다. 이강인이 골키퍼를 제치고 때린 오른발슛은 중국 수비의 엄청난 태클에 아쉽게 막혔다.
10분에는 손흥민의 환상적인 패스가 나왔다. 황인범이 내준 볼을 손흥민이 라보나킥으로 찔렀다. 황인범이 잡아 크로스를 올렸지만,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13분에도 손흥민의 멋진 패스가 나왔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침투하던 황희찬에게 절묘하게 찔러줬다. 황희찬이 수비 한명을 따돌리고 슈팅하려는 찰나 태클에 막혔다. 15분 중국이 공격에 나섰다.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탄룽의 머리로 향했지만, 수비가 걷어냈다. 이어 재차 헤더는 김민재의 머리에 막혔다. 이어진 공격찬스에서 이강인이 절묘한 기술로 기회를 노렸지만,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분 손흥민 이강인 콤비가 또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두 세명을 제치고 왼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21분 위험한 장면이 나왔다. 황인범이 상대 킥에 뒷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다행히 일어났다. 23분 역습 상황에서 조규성이 좋은 위치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의 킥이 짤라 먹던 박용우에게 향했다. 백헤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26분 한국이 세명을 바꿨다. 조규성 황희찬 김태환을 빼고 황의조(노리치시티) 이재성 설영우를 투입했다. 30분 오른쪽에서 이강인, 설영우가 볼을 주고 받았고,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슛을 날렸다. 아쉽게 뜨고 말았다. 34분 위험한 찬스를 내줬다. 패스미스를 중국이 가로챘다. 좋은 위치에서 때린 슈팅을 김민재가 멋지게 막아냈다. 중국의 찬스가 계속됐다.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장위닝이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했다. 크게 빗나갔다.
38분 이강인을 바꿔줬다. 아시안게임 득점왕에 빛나는 '작우영' 정우영(슈투트가르트)가 들어갔다. 막판 중국의 거친 파울이 속출했다. 카드를 아꼈던 주심도 계속해서 옐로카드를 꺼냈다. 41분 쐐기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정승현이 멋진 헤더로 연결했다. 정승현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한국은 박진섭(전북 현대)에게 A매치 데뷔전 기회를 주는 등 여유를 보이며 3대0 대승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예선 스케줄을 마무리한 클린스만호는 이제 1월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2024년 아시안컵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시안컵은 클린스만호의 1차 시험대다. 북중미월드컵 8강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아시안컵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도 중요한 테스트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과 협상하며 아시안컵 무대가 중간고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클린스만 감독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각종 논란을 낳았다. 국내 상주를 약속했지만, 잦은 외유로 도마에 올랐다. 국내에 없으니 당연히 K리그를 면밀히 관찰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미국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한국 대표팀과 상관없는 토트넘,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를 분석하는데 열중하는가 하면, 유럽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에도 다녀왔다. 대표팀 명단 발표도 사라졌다. 9월 유럽 2연전이 정점이었다. 소집 기간 중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자선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떼를 쓰는가 하면, 아들을 위해 웨일스 주장 애런 램지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외국인 사령탑 중 최장인 6경기만에 첫 승을, 그것도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클린스만 감독은 "오라고 해서 왔다"는 말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지 5일만에 다시 미국행을 택하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심지어 튀니지전에서는 선수단 소개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마이웨이'를 택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며 "결과를 통해 자신을 평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가 바로 '아시안컵'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줄곧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고, 자신이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행히 분위기는 좋다. 한국축구는 전에 없는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슈퍼스타들이 빅클럽에서 매 주말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64년간 아시안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손흥민의 전성기에 치르는 마지막 아시안컵인만큼, 이번이야 말로 우승 도전의 적기로 여기고 있다. 초반 헤매던 클린스만호는 유럽파들의 그라운드 내 자유로움을 최대한 살린 '자유축구'로 분위기를 바꿨다. 일본, 이란, 호주 등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스쿼드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서 말레이시아, 요르단, 바레인과 함께 E조에 속했다. 대진표상 이란과 대결할 가능성이 높은 8강전이 첫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고, 일본과는 결승에서 격돌할 공산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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