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에서 ‘톱5’로 돌아온 제베원…“세상 무너지게 슬펐지만, 더욱 단단해졌다”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고, (마지막) 무대에서 내려올 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프로젝트 팀이라 계약의 끝이 정해진 건 알았지만 실감은 못 했거든요. 우리도 이렇게 아픈데 팬분들은 얼마나 아팠을까….”(제로베이스원 리더 한빈)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제로베이스원(이하 제베원)은 이별이 빚어낸 새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2023년 CJ ENM의 K팝 그룹 선발 방송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데뷔한 이들은 그해 7월 첫 앨범부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데뷔 37일 만에 서울 고척돔에 섰다. 역대 K팝 그룹 중 손에 꼽게 빠른 성장이었지만 방송용 프로젝트 그룹의 시한(2년 8개월 계약) 탓에 지난 3월 서울 콘서트를 끝으로 기존 9인 활동이 종료됐다. 멤버 중 5인(성한빈·김지웅·석매튜·김태래·박건욱)만이 팀에 남았고, 나머지 4인(장하오·리키·김규빈·한유진)은 연습생 시절 속했던 YH엔터테인먼트(구 위에화)로 돌아가 그룹 ‘앤더블’로 재데뷔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제베원은 18일 새 미니 앨범 ‘어센드-’(Ascend-)를, 앤더블은 오는 26일 데뷔 앨범 ‘시퀀스 01: 큐리어시티’(Sequence 01:curiosity)를 발매한다. 한때 한 식구였던 멤버들이 두 달여 만에 서로 경쟁자의 위치에 서게 된 것. 제베원 멤버들은 이에 대해 “여전히 (나간) 멤버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서로 부둥켜안고 아름다운 이별을 한 만큼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 선의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다짐을 밝혔다. 멤버 건욱은 “(앤더블 멤버와) 서로 준비 중인 음악을 들려주며 감상평을 나누거나 이런 느낌의 안무는 어떨까, 요즘 이 안무팀이 잘한다 등 조언도 나눴다”며 “이젠 서로 다른 그룹이라 막 이야기를 꺼내긴 어렵지만 처음으로 각자 다른 음악을 펼치는 데 대한 기대도 있다”고 했다.
멤버들은 지난 3월 KSPO돔에서 9인 체제의 막을 내렸던 콘서트 때를 “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때”로 추억하기도 했다. 한빈은 “공연 준비 과정은 물론 무대 위에서도 계속 울었지만, 이 과정을 거쳤기에 이후 남은 멤버들과 더욱 단단해진 걸 느꼈다”고 했다. 건욱은 “항상 (9인이) 같이 섰던 무대인데 이제 못 선다는 생각에 계속 눈물이 차올랐던 것 같다”며 “공연 후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다들 눈이 퉁퉁 부은 채 삼겹살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총 7곡이 실린 미니 6집 ‘어센드-’에도 줄어든 인원수로 인한 영향이 진하게 반영됐다. 타이틀곡 제목부터 ‘톱5’(TOP5)다. 매튜는 “9명에서 5명으로 달라진 우리의 조합과 케미스트리(화학 반응)에 맞춰 ‘미니멀리즘’해진 소리를 택했다”면서 “이전보다 클래식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웅은 “사실 5인 동선이 아직 낯설긴 하다.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콘서트가 5인으로 가장 처음 선 무대였는데 그때도 잠시 헷갈리는 순간을 겪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전보다 (무대 위 인원수가 줄어) 멤버 개개인의 아우라가 더 잘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살려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앨범 전체에 걸쳐 2000년대 댄스 팝을 재해석한 점도 재미 요소다. 노래 ‘인트로’의 경우 ‘톱5′, ‘브이 포 비전’, ‘커스터마이즈’, ‘이그조틱’, ‘체인지스’, ‘제로 투 헌드레드’ 등 전체 수록곡에 들어간 악기 요소를 전부 합쳐 냈는데, 군데군데 2000년대가 담긴 복고풍 연주가 튀어 나온다. 타이틀곡인 톱5에선 특히 버터처럼 매끈한 멤버들의 보컬이 그 시절을 풍미한 끈적한 알앤비 창법을 소환한다. 멤버들은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2000년대 인기 무대나 색감을 많이 찾아봤다”고 했다. 매튜는 “녹음 때도 ‘그 시절만큼 느끼하지 않다’며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아 재녹음의 재녹음을 거쳤다. 듣기 부담 없으면서도 섹시한 발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며 웃었다.
멤버 건욱이 처음 도전한 자작곡 ‘커스터마이즈’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수록곡이다. 건욱은 “제베원 멤버들의 장점은 개개인의 노래 톤이 각자 다이나믹하고, 음역폭이 넓다는 것”이라며 “멤버 태래는 특히 팝 록 장르인 이 노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 생각해 고음역대를 많이 주며 자주 괴롭혔다”고 했다. 태래는 “건욱 형이 마치 우리에 갇혀 있다 풀려난 야생 동물처럼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라더라”며 “지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여러 가지로 내본 뒤 가장 좋은 소리를 골라 넣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고 했다.
멤버들은 앞서13일 5인의 새출발 다짐을 다지기 위해 경남 가야산을 오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음원 활동 1위 공약을 “한 번 더 등산”으로 꼽았지만, “대신 가야산은 너무 돌산이라 힘들었기에, 다른 산을 오르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한빈은 “저희의 최종 목표는 결국 멤버 모두 다치지 않고 팬분들과 행복하게, 완벽한 무대를 즐기는 것”이라며 “오는 28일 매튜의 생일날에는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에서 신곡을 선보이는데 그때 1위 상을 받는다면 저희에게 정말 뜻깊은 다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희 재데뷔를 가능하게 해 준 제로즈(팬덤명)에게 앞으론 오래오래 만나겠단 약속을 해주고 싶습니다.”(한빈)
“밖에 나가서 ‘우리 자랑스러운 제베원이야’란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앨범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태래)
“제로즈만 보면 늘 설렜는데, 이젠 제가 제로즈를 많이 설레게 해주고 싶습니다.”(지웅)
“오래 기다려 준 만큼, 이번 앨범에 저희 마음을 다 쏟았어요. 듣자마자 내적 댄스가 나올 거예요.”(매튜)
“전 진짜 좋은 노래를 들으면 입꼬리가 ‘우와’ 하고 올라가요. 저희 노래에도 그런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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