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빌딩 대신 영화를 택한 남자…이경규, '복수혈전' 참패 딛고 40년 버틴 이유

예능 대부 이경규가 30년 넘게 스크린을 향해 던져온 짝사랑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방송가 정상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부동산 대신 영화에 쏟아부은 그는 1992년 '복수혈전'의 참담한 흥행 실패로 막대한 빚을 떠안았지만, 이후에도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 등을 잇달아 제작하며 영화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남들처럼 자산을 불렸다면 지금쯤 강남 요지의 빌딩주가 됐을 것이라는 세간의 계산에도, 그는 여전히 영화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1992년 '복수혈전' 참패… 코미디언의 무모한 외도라는 조롱까지

이경규가 직접 제작·감독·주연을 맡았던 영화 '복수혈전'은 1992년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모두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당시 그는 이 영화에 모든 열정과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막대한 빚만 떠안았고, 코미디언이 분수도 모르고 영화에 손을 댔다는 세간의 조롱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 실패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그는 전국의 밤무대와 지방 행사, 각종 방송 현장을 가리지 않고 뛰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는 영화로 인해 생긴 손해를 메우려 야간업소 활동까지 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남에게 빚을 지지 않고 스스로 감당해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14년 만의 재도전 '복면달호'… 유일하게 손익분기점 넘긴 작품

'복수혈전' 이후 14년이 흐른 2006년, 이경규는 영화 '복면달호'의 제작자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연출과 주연에서 손을 떼고 제작에만 집중했는데, 그는 스스로 빠지고 나니 오히려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돌아본 바 있다.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지방 나이트클럽 가수가 인기 트로트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그가 그동안 제작한 영화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으로 남았다. 5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이 영화는 '복수혈전'의 실패와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생 영화 10편이 목표"… '전국노래자랑'까지 이어진 집념

이경규는 이후에도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직접 제작하며 스크린에 대한 애착을 이어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남들은 돈이 모이면 건물이나 땅에 투자하는데 자신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밝히며, 평생 10편의 영화를 남기겠다는 목표를 전한 바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영화를 하지 않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다는 그의 말에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고 싶다는 오랜 갈망이 묻어난다. 그는 훗날 감독으로도 직접 메가폰을 잡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 같은 도전은 경제적 손익만 따지면 설명되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그에게는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딸과 함께한 예능부터 월드컵 특집까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활동

수십 년간의 부침을 딛고도 이경규의 활동은 최근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그는 딸 이예림과 함께 MBC 예능 '호적메이트'에 출연해 가족 간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KBS1 특집 생방송의 진행자로 나서며 과거 '이경규가 간다'로 쌓았던 월드컵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는 생방송을 마친 뒤 곧바로 북중미 현지로 이동해 현장 응원 열기를 전하는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 과정은 그가 출연 중인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빚과 실패로 얼룩졌던 영화에 대한 짝사랑이 방송인으로서의 뚝심으로 이어지며, 이경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