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남편.. 그리고 롤라(킹키부츠 강홍석 배우님)

제 딸은 올해 10살입니다.

2년 전 아빠와 함께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킹키부츠 뮤지컬 롤라를 알게 되었어요.

롤라 중에도 강홍석님이 가장 멋지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을 봤지요.

마침 2년 전 겨울 저희가 사는 지역에서 킹키부츠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와 꼭 보기로 약속했었어요.

근데 공연을 얼마 앞두고 사고로 남편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나도 가정적이고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안타까움과 그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매일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보며 괴로움에 살았습니다.

딸은 한 번씩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시나 그림으로 표현하며 이겨내고 있어요.

엄마의 눈물을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했지만 씩씩하게 지내는 아이를 보며 힘내고 애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10주년 킹키부츠 소식이 다시 들려왔어요.

꼭 홍석님 공연을 봐야 한다는 딸이지만 예매가 쉽지 않아 1차, 2차 티켓팅에 실패했어요.

아빠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금이라도 꼭 지켜주고 싶어 20년 만에 피씨방을 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성공했어요!

딸과 함께 방방 뛰며 좋아했지요.

그날도 자기 전까지 롤라 영상을 보고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며 한 달을 어찌 기다리냐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기뻐하니 저도 행복했고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 배우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일 밤 아이가 잠든 후 남편에게 답이 없는 메시지를 보내곤 하는데 그날은 배우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디엠으로 이런 이야기를 전하며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깨서 보니 답변이 와있었어요.

행복이 된다니 감사한 일이라고 괜찮다면 공연이 끝나고 만나자고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폰을 껐다 켜서 다시 확인해 보았어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딸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만으로 벅찼습니다.

딸에게는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은 마음에 비밀로 하고 지냈고 공연 전날 배우님께 다시 메시지가 왔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이쪽으로 오라고 친절히 사진까지 찍어 보내주셨어요.

드디어 공연 당일,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어야 하고 굿즈도 사야 한다며 서두르는 딸 덕에 일찍부터 도착했습니다.

홍석배우님 사진과 이름만 보이면 사진을 찍어달라며 너무 즐거워했어요.

앞좌석을 예매해서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몇 번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렇게 공연을 보는 내내 저는 저렇게 무대 위에서 멋진 분을 곧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딸은 너무너무 재밌고 너무너무 멋있어서 더 좋아졌다고 했어요.

그런 딸의 손을 잡고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도착하니 유리문안으로 실루엣이 보였고 홍석배우님이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딸은 그대로 얼어붙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었어요.

괜찮다고 안으로 들어오라며 딸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어 눈을 맞춰주셨어요.

저도 손이 떨리고 너무 긴장돼서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가 용기 내주셔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고 배우님도 딸이 있다며 많은 메시지가 오지만 특히 마음에 와닿아서 뵙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딸에게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 하셨어요.

너무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에 가슴이 벅찼어요.

공연이 끝난 직후 옷만 갈아입고 급하게 오신 거라 얼굴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여서 그 모습에 더 감동받았어요.

영상으로만 보던 롤라가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니요!

만남을 뒤로하고 차에 타서 보니 메시지가 와있었더라고요.

저희보다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희 둘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멍했답니다.

"엄마, 공연이 너무 재밌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 나. 마지막 모습만 생각나. 내가 지금 졸린지 안 졸린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도 모르겠어. 현실성이 없어. 이건 황홀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해"

정말 그랬어요.

마치 꿈을 꾼 것 같았어요.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만났을 땐 떨려서 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를 한 번 더 전했습니다.

힘내서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라는 응원의 답변도 보내주셨어요.

한참 오래전 일 같은데 딱 일주일이 되었네요.

딸은 다음 날 일기도 그다음 일기도 모두 롤라였어요.

공연 내용이 가물가물하니 다시 한번 꼭 보기로 약속도 했어요.

남편은 늦가을에 떠났습니다.

곧 다가올 나의 생일, 남편의 생일 그리고 2주기까지.. 이 가을은 저에게 고통의 연속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큰 선물을 가을에 받았네요.

우릴 지켜보던 남편이 보내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남편의 말처럼 재미있게 많이 웃으면서 살 거예요.

실력도 인성도 너무 훌륭하신 강홍석배우님, 저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응원할게요.

우리의 영원한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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