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보낸 맛있는 하루

이성균 기자 2024. 9. 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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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주는 여전히 맛있는 여행지다.
토속적인 맛도, 요즘 것들의 감성도 골고루 갖췄다.
광주에서 보낸 맛있는 하루, 점심부터 간식, 저녁, 바까지 알차게 배를 채웠다.

무더위를 가시게 하는 맛
광주옥1947

들끓는 더위를 잠시라도 잊고 싶다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육수와 말끔한 면이 조화를 이룬 냉면이 적당하겠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뒤편, 농성동에서는 광주옥1947이 괜찮은 선택지다. 평양냉면과 생비(생고기 비빔밥), 어복쟁반, 육회, 빈대떡, 평양만두 등을 내는 식당이다. 네이버 지도에서 광주 평양냉면을 검색하면 10곳도 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광주에서 평양냉면은 귀한 존재다.

광주옥1947의 평양냉면은 고기 향이 강한 육수와 적당히 쫄깃한 면발이 조화를 이뤄 접근하기 편한 맛이다. 밍밍한 맛의 평양냉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비빔냉면과 들기름 메밀면이 대안이다. 깊게 맛을 탐구하고 싶다면 가게에서 직접 면을 뽑는 메밀 100% 메뉴를 권한다. 또 광주인 만큼 한우육회와 생비도 경험해 볼 만하다.

천변의 추억
클레망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광주에는 영산강과 광주천이 흐른다. 영산강은 담양호에서 시작해 광주를 거쳐 나주, 목포까지 닿는 강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상당한 규모다. 광주천은 광주를 관통하는 아담한 물길로, 지역민들의 친구가 돼 주고 있다. 천만 따라가도 여행이 될 정도로 말이다. 천변을 따라 걸으면 충장로와 양동시장, 기아 챔피언스필드(야구장) 등을 만나고, 쉼터가 돼 주는 카페도 있다.

쌍촌동 클레망이 그러한 공간 중 하나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조각 케이크,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시그니처는 클레망 슈페너·흑임자 슈페너·아이스크림 라떼) 등 메뉴가 알차다. 다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데 경치 값이 포함된 걸로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특히, 벚꽃 시즌에는 천변을 따라 펼쳐지는 벚꽃길이 압권이다.

무등산 막걸리와 반반전
황톳길

광주에서 무얼 먹을지 헤매고 있다면 1순위는 한식이다. 7,000~9,000원 하는 백반집만 들어가도 어느 한정식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밥상이 차려진다. 술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 광주 손맛은 외지에 살고 있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식사와 술을 한 곳에서 해결하고 싶다면 장동의 황톳길을 메모해 두자. 요즘엔 동리단길 카페거리로 더 유명한데 엄밀히 따지면 장동에 있는 곳이다.

황톳길 메뉴판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조합으로 먹는 게 최선일까. 그리고 어떤 술(증류주·약주·막걸리 등)을 곁들일까. 간을 절묘하게 맞춘 밑반찬과 막걸리를 마치 양식의 애피타이저와 아페리티프처럼 즐기면서 고민한다. 첫 방문이라면 역시 추천 메뉴를 따르는 게 좋겠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적인 도토리묵잡채, 노릇노릇한 반반전(파전+김치전), 막걸리의 영원한 단짝 모둠전과 육새전(육전+새우전), 골뱅이무침 등이 대표적이다. 식사로는 소고기미역국, 매생이 수제비, 도토리 수제비가 인기다.

참고로 점심특선도 판매하고 있다. 제육정신은 단돈 8,000원, 안주묶음과 점심묶음이라는 이름으로 전+도토리 수제비, 묵잡채+매생이 수제비, 소고기육전+골뱅이무침 등 광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동명동 로맨스
패러슈트

동명동을 밝히는 근사한 바 겸 카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가는 골목에 자리한 공간이다. 수많은 주류와 LP플레이어 등으로 꾸며진 우드톤 내부는 저녁이 되면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빔프로젝터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도 느낌을 더한다.

만화를 적절히 활용한 메뉴판에는 칵테일, 위스키, 와인, 맥주, 하이볼 등 어른들을 위한 음료와 곁들일 음식으로 알뜰하게 채워져 있다. 하이볼 또는 진토닉과 프로슈토 멜론, 감자샐러드 등으로 가볍게 시작해 위스키, 럼 등의 독주로 무게추를 움직여도 괜찮다. 술을 마시다 보면 탄수화물과 달콤한 것이 당기기 마련. 이럴 땐 비엔나소시지와 채소, 케첩으로 맛을 낸 일본식 스파게티 나폴리탄과 커스터드 푸딩을 즐기면 딱 좋다.

꼭 거창하게 마시지 않더라도 하루를 마무리하기 적당한 곳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푸딩이나 가벼운 먹거리를 즐기고, 귓가에 맴도는 음악을 들어도 괜찮다. 참, 앉으면 노래 신청을 할 수 있는 종이를 건네주니 자신의 취향을 타인과 공유해 보자.

▶광주+
구도심 여행의 거점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

충장로는 광주의 구도심이자 역사의 무대다. 아주 오랜 시간 광주 시민의 희로애락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한 지역인 셈이다. 광주의 '시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고, 5월의 정신이 새겨진 곳이기도 하다. 여행지로도 활용할 만하다. 현지인의 선택을 받은 오래된 식당이 있고, 광주를 넘어 아시아의 예술을 확인할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매력적인 식당과 카페가 가득한 동명동이 나온다. 또 곳곳에 있는 여러 상점도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충장로를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숙소가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이다. 미국의 호텔 그룹인 윈덤(Wyndham)의 브랜드인 라마다를 간판으로 달았지만, 기존 이미지와 다르다. 비즈니스급 브랜드인데 이곳 인테리어는 부티크 호텔처럼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짙은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강렬한 인상을 주고, 곳곳에 작품을 비치해 예술적인 면모도 있다.

객실도 로비의 연장선이다. 모던한 인테리어의 객실(총 95개)은 일반 호텔보다 훨씬 말쑥하다. 편안한 침구와 소파, 업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되는 TV 등 필요한 건 다 갖췄다. 가장 작은 객실도 넉넉한 공간(23.1제곱미터, 7평)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또 로비 라운지 겸 카페, 중식 레스토랑, 피트니스 센터, 남성 전용 사우나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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