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 모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예술적이고 품질과 성능의 기준이 높은 브랜드. MV 아구스타는 애초에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각각의 예술품을 만들어왔다. 그런 그들이 엔듀로 벨로체라는 색다른 도전을 선보였다.
양현용 개인적으로도 MV 아구스타의 미디어 테스트는 처음이에요. 지금까지의 MV 아구스타하고는 완전히 다른 그런 색깔을 가진 모델이라는 점과 피에러 모빌리티 그룹에 들어간 후 선보이는 첫 번째 모델이었다는 것.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인 미디어 테스트였어요.
윤연수 처음에는 럭키 익스플로러 9.5와 5.5를 공개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모델의 상용화 모델은 엔듀로 벨로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네요.
양 모티브가 된 모델은 카지바 엘리펀트에요. ‘럭키 익스플로러’라는 것 자체가 담배 브랜드인 ‘럭키 스트라이크’를 후원받던 랠리 팀이 사용하던 이름이죠. 담배 회사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럭키 익스플로러라는 이름으로 간접적 홍보를 했던 거죠. 이 ‘카지바 엘리펀트를 부활시키자!’라는 의미를 담아 럭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죠.
윤 당시에 왜 엘리펀트라는 이름은 왜 사용했을까 싶어서 보니까 카지바 그룹의 브랜드 로고가 코끼리였더라고요.
양 카지바가 MV 아구스타 브랜드 권리를 인수한 것이 1991년이고 이때는 한창 엘리펀트가 다카르에서 활약하고 있었던 시기에요. 하지만 MV가 F4 세리에오로를 선보이며 부활한 것이 1997년이니 엄밀히 말하면 엘리펀트가 MV와 같은 시기에 활약한건 아니에요. 카지바는 허스크바나, 두카티, 모토모리니 등 굵직한 브랜드를 소유했었지만 1996년에 다른 브랜드들은 다 매각하고 MV아구스타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했어요. 모회사에서 자회사가 된 것이죠. 그러니 카지바의 유산을 MV가 사용해도 이상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MV아구스타가 피에러 모빌리티 산하로 들어가 처음으로 발표하는 신 모델,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어드벤처 바이크라니. 브랜드로써는 진짜 격동의 시기에 놓여 있네요.
윤 MV 아구스타가 ‘이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라고 하면서 그 콘셉트 모델까지 선보인 후에 피에러 모빌리티 산하로 들어갔잖아요. 그래서 KTM의 입김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양 그 부분에 대해서는 MV 아구스타 담당자에게 혹시 이제 같은 식구가 된 KTM의 파이널 터치가 있었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봤어요. 하지만 답은 ‘그런 건 없다. 이건 100% MV아구스타다 ’라는 답을 들었죠. 다만 완성된 엔듀로 벨로체를 보고 ‘이걸 시장에 선보여도 되겠다.’라고 생각했을 테니 피에러 모빌리티의 인정을 받았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겠죠. 실제로 럭키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소형 모델인 5.5는 피에러 모빌리티가 MV아구스타 인수 후 바로 폐기해버렸거든요.
윤 어쨌든 수익을 내야 하는데 성능이 뒤지거나 같은 그룹의 다른 모델과 분위기가 겹친다면 애매하겠죠. 그리고 지금까지의 대화 내용은 이 바이크를 직접 타보는 순간 이해가 돼요. 어드벤처 장르에 도전한 것뿐이고 이건 완벽하게 MV 아구스타라는 필링을 줘요. 물론, 기존에 MV 아구스타가 갖고 있던 섹시함을 생각하면 엔듀로 벨로체는 덜 화려해요. 정말 오프로드에서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파손됐을 때 비교적 부담 없이 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양 좋은 포인트인데요. 디자인부터 어느 정도 실전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거죠. 프레임 구조는 꽤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어드벤처 바이크에 교과서적인 형태인 더블 크레이들 프레임에 정비 용이성을 위해 하단 프레임은 분리가 되도록 설계했죠. 옛날 카지바 엘리펀트 시절 바이크에 고집했던 튼튼하고 신뢰감 높은 구조를 그대로 따라요.
윤 단순히 카지바 엘리펀트의 유산을 들먹이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재해석한 것들이 담겨서 좋아요. 그중에 21/18인치 휠 조합도 꽤 과감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진짜 오프로드 어드벤처 바이크 스타일, 실제 성능에도 많은 영향을 주죠. 역동적인 느낌도 주고요.
양 그래도 사이드 페어링에 아고스티니의 투톤 컬러가 적용된 걸 보면 ‘역시 MV 아구스타구나.’ 싶어요. 사실 어드벤처 라이더에게 사이드 페어링은 소모품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고급스럽게 만들어놔서 그 ‘예쁨’을 보호하고 싶더라고요. 설령 넘어지지 않더라도 나뭇가지에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도 속상할 정도죠.
윤 자동차로 비유하면 페라리 푸로산게, 람보르기니의 우르스와 같은 맥락일까요.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게 만들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아껴주고 싶다는 점에서요. 어드벤처 바이크지만 MV 아구스타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죠.
양 솔직히 흙이 묻었을 때 예쁜 바이크는 아니었어요.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썼을 때 보다 반짝반짝 빛날 때 멋있는 바이크랄까, 이게 어드벤처 바이크에겐 양날의 검이긴 하죠.
윤 MV 아구스타는 그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감성적인 면에서 다른 어떤 모델이나 브랜드와 겹치지 않아요. 가장 교집합이 적은 브랜드랄까요. 놀랍게도 MV 아구스타의 모든 모델이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에 F3나 F4, 브루탈레를 타던 사람이 ‘어드벤처 바이크를 타볼까? 조금 더 편안한 포지션의 바이크를 타볼까?’ 할 때는 완벽한 선택이 될 것 같아요.
양 지금 개인적으로 브루탈레1000RR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바이크는 타는 동안은 기분이 정말 좋아요. 아주 빠르거나 코너링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름’이 주는 만족감인 거죠. 엔듀로 벨로체도 오프로드 지향 어드벤처를 표방하지만 도심을 달리고 카페만 다니더라도 행복할 거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와 동일한 잣대를 두고 이 바이크를 평가할 수 없는 이유죠.
윤 저는 개인적으로 클래식 바이크, 크루저 브랜드가 말하는 감성에 잘 공감하지 못했어요. 뭔가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감성이라는 핑계로 채우려는 것 같아서죠. 하지만, MV 아구스타가 얘기하는 감성은 조금 달라요. 엔진이 주는 진동과 사운드가 정말 매력적인데 성능까지도 타협하지 않았어요. 21/18인치 휠은 온로드 주행 성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옛말이죠. 스포츠 바이크에 비해 선회가 늦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달릴 수 있어요.
양 사르데냐 섬에 웬 코너가 그렇게 많은지. 웬만한 코너는 모두 타이트하게 느껴질 정도로 주행 페이스가 엄청 빨랐어요. 휠이 큰 만큼 바이크가 돌아나가는 속도가 비교적 느린데 그만큼 라이더가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요. 머리가 휙 돌아나가지 않기 때문에 내가 뒤에서 기다리며 같이 도는 느낌, 뭔가 바이크를 조작한다는 느낌을 더 줬던 것 같아요.
윤 여기에 매력적인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죠.
양 저는 엔듀로 벨로체의 소감 중 80%는 사운드 얘기로 끝낼 수 있다고 봐요. 그만큼 매력 넘치고 라이더를 흥분하게 만드는 사운드를 내죠.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는 각종 소리를 연구하는 부서가 있다고 하잖아요. 문 열리는 소리, 방향지시등 조작음 등까지 말이죠.
마찬가지로 모터사이클에서의 소리도 참 중요한데 MV 아구스타는 이 부분에 집착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짜릿한 소리를 내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소음규제 속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를 만들까 놀라울 정도죠. 엔진이 돌아가면서 나는 기계음, 흡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 시프트업 소리 등. 이런 것이 하나로 모여서 ‘이탈리안 오케스트라’가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윤 이 모델을 구매한 누군가가 “그냥 소리가 좋아서 샀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요. 그만큼 대중을 놀라게 할 수준인 거죠. 또 신기한 건, 바이크 밖에서는 별로 시끄럽지 않다는 거예요. 외부로 퍼지는 소리보다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소리에 집중한 거죠.
양 새로운 엔진은 기존의 800cc 3기통 엔진의 배기량을 키워서 931cc 3기통 엔진을 만들었어요. 압축비도 13.4:1로 아주 높은 편이죠.
윤 내구성이 괜찮을까요? 이탈리아 바이크는 내구성이 좋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양 MV 아구스타를 얘기하면 대중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얘기예요. 그런데 MV 아구스타의 품질은 유럽 브랜드 기준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에요. 심지어 누가 조립했는지 이름이 차체에 적혀 있죠. 그들 하나하나가 자부심을 담아 제작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는 겁니다.
윤 저도 이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온라인으로 많은 정보와 소문이 퍼진다고 생각하는데 MV 아구스타에 대한 최근의 이슈는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A/S 대응이 좋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을 정도죠.
양 엔진 자체 무게는 57kg로 엄청 가볍고 콤팩트해요. 게다가 역회전 크랭크가 적용됐죠. 출발 직후 토크는 살짝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 구간만 넘어가면 토크가 충분해서 3,000rpm에서 6,000rpm 사이로 달리면 정체되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다루기 좋죠. 그리고 그 위로 더 올라가는 순간, 슈퍼바이크로 변신해요. 10,000rpm이 넘게 회전하는데 어떤 구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바이크가 아닌 라이더 자체의 모드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윤 후반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어드벤처에서 느끼기 힘든 영역이에요. 최고출력이 124마력이니까 다른 120마력 대 모델과 비슷한 가속일 텐데 라이더가 느끼는 즐거움은 절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죠.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플러스 알파가 있어요. 이건 다른 MV아구스타 바이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양 자꾸 감성 이야기를 하니까 마치 감성은 성능의 대척점에 있는 이야기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엔듀로 벨로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은 ‘이탈리안 슈퍼바이크의 감성’이라는 점이 달라요. 실제 성능이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그 이상의 필링을 전달하죠. 이 큰 덩치에 1.6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갖추고도 참 가볍게 움직여요.
윤 역회전 크랭크는 약간 사기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나 브리지스톤 A41은 믿고 쓸 수 있는 파츠죠. 완전 조절 방식의 서스펜션도 어드벤처 장르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봐요.
양 850mm/870mm의 낮은 시트고도 장점이죠. 21/18인치 휠 조합을 사용하는 모델 중에선 낮은 편인데, 아무래도 직렬 3기통 엔진을 탑재했기에 가능한 이점이에요.
윤 결과적으로 엔듀로 벨로체는 MV아구스타의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도 해당 장르를 잘 표현한 모델이에요. 그 어떤 다른 모델이 떠오르지 않고 자신만의 특색을 잘 어필해요. 시승 마지막에 오프로드 테스트를 짧게 가졌는데 솔직히 온로드 성능만큼이나 인상적이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충분히 즐겁고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죠. 만약 이 모델을 선택한다면 그 누구라도 충분히 만족할 구성이에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모델이 되진 않겠지만요. 아, 이것도 장점이려나?
양 전 오프로드 성능에 꽤 만족했어요. 애초에 이 바이크로 오프로드에서 빠르게 달리는 건 부담되는 게 사실이에요. 페이스를 살짝 낮추니 큼직한 휠과 여유있는 지상고, 서스펜션의 조합이 어지간한 요철들을 다 다림질 하듯 없애버리더라고요. 그리고 MV 아구스타만의 어드벤처에 대한 표현방식이 좋았고, 무엇보다 바이크를 타는 내내 재미는 확실했습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각자의 시승기에서 하도록 하죠.
새로운 역사의 시작
글 윤연수
개인적으로 어드벤처를 좋아하기 때문에 MV 아구스타가 엔듀로 벨로체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 지금까지의 MV 아구스타를 생각했을 때 흙이 묻은 모터사이클, 어드벤처 바이크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1인치, 18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을 탑재했다는 점에서, 어드벤처 무드만 갖춘 그저 그런 모델이 아님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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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에서 현실로
첫인상은 익숙하다. 초기 한정판으로 공개된 LXP 9.5 오리올리와 동일하고 옵션과 컬러나 일부 소재만 변경됐을 뿐이다. 레드와 실버가 조합된 페어링은 F4, F3 혹은 슈퍼벨로체가 떠오른다. 고급스러움과 깔끔함,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열정적인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이드 페어링 안쪽에 동그란 배기구가 절반만큼 드러나 있는데 실제로 라디에이터의 열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이면서 럭키 익스플로러의 로고의 원형을 형상화한 것이다. 과거 유산을 그대로 따른 게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잘 표현한 요소 중 하나다. 휠베이스는 1,610mm로 콘셉트 모델보다 30mm가량 길어졌다. 다른 브랜드의 오버 리터 어드벤처보다도 긴 수준인데 실제로 봤을 때의 비율은 이상하지 않다. 마음속으로 ‘살짝 긴가’ 싶은 생각이 스치는 정도다.
남다른 기준
가장 눈에 띄는 건 21/18인치 타카사고 엑셀 림이다. 일반적인 양산형 바이크에 적용되는 21/18인치 휠과 달리 강성이 높고, 가볍고, 림 폭이 2.15/4.0으로 좁은 것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무게 대비 닿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노면 추종성이 좋고 빠른 스로틀 반응도 제공한다. 타브랜드에서는 스페셜 모델이나 한정판 모델에 적용하는 제품인 만큼 이 모델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브레이크는 전방에 32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가 장착되었다. 이미 수많은 고성능 바이크에서 검증된 조합이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런트에 ZF 작스 48mm 풀 어저스터블 포크와 리어에 ZF 작스 링크 타입 모노 쇽이 장착됐다. 리어도 마찬가지로 핸드 다이얼로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고 압축과 신장 모두 조절할 수 있다. 전후 모두 매뉴얼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라이더의 취향이나 환경에 맞추기 좋다.
친절한 어드벤처
시동 소리는 기존의 MV 아구스타 3기통 모델과 흡사하다. 스로틀 반응이 살짝 더 느긋할 뿐 긴장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바이크를 밀고 끌 때까지는 미들급인가 리터급인가 고민이 들었는데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명 미들급처럼 가볍다. 역회전 크랭크가 적용된 덕분에 가속 중에도 좌우 핸들링이 경쾌하다. 휠베이스가 길고 프런트 포크가 길게 뻗은 만큼 기울임이 느긋하다. 선회 방향을 바라보며 코너 안쪽에 체중을 실으면 자연스럽게 라인을 그린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MV 아구스타에 대한 까칠한 인상이 완전히 무너진다.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크에 쉽게 적응할 수 있고 페이스를 높일 수 있다. 전후 서스펜션의 트래블은 210mm로 넉넉한 편인데 노즈 다운이 심하지 않다. 초반에 일정 이상 눌리고 나면 적절하게 버티면서 코너를 원하는 반경으로 돌 수 있게 만든다. 물론, 슈퍼바이크 같은 배기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면 회전 반경이 시원하게 커진다. 90kg의 라이더 기준으로는 차량의 출력과 타이어 그립에 비해 리어 쇽의 프리로드가 약한 편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투어링을 즐기는 대부분의 라이더에겐 편안한 세팅이란 뜻이다. 순정 브리지스톤 A41 타이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그립이 아주 훌륭하다. 가속이나 감속 상황에서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놓치는 경우가 없다. 도로 위의 큰 범프로 인해 무게가 급격하게 실렸을 때도 불안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21인치 휠에 가장 믿음직스러운 타이어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엔듀로 벨로체에 적용된 전자장비도 수준급이다. 엔듀로 벨로체는 스로틀 민감도, 최대 토크, 엔진 반응, rpm 리미터를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ABS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다. 프리셋이 저장된 오프로드, 어반, 투어링과 더불어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커스텀 모드도 마련되어 있다.
오프로드 퍼포먼스
시승 막바지에는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브리지스톤 AX41 블록 패턴 타이어가 장착된 엔듀로 벨로체에 올랐다. 인스트럭터를 따라서 오프로드 코스를 짧게 달렸는데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에 놀랐다. 우선, 낮은 rpm에서의 끈기가 좋다. 리어 휠이 쉽게 헛돌지 않고 노면을 꾹 잡은 채 달려 나간다. 그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만큼 원하는 라인을 설정하기 좋다. 그리고 자칫 라인을 잘못 타더라도 21인치 프런트 휠이 각양각색의 요철을 삼켜낸다. 224kg의 건조중량을 잊어도 될 정도로 서스펜션이 한계에 닿지 않고 요철이 배에 닿는 경우도 드물다. 풋 패그는 고무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마찰력이 훌륭하다. 오프로드 부츠를 신고 차체를 제대로 홀딩할 수 있었다. 오프로드 테스트 자체는 너무 즐거웠지만 짧은 코스 때문에 전자장비 세팅을 변경해보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엔듀로 벨로체에겐 더 높은 한계와 잠재성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추후에 국내 시승을 통해 알아봐야겠다.
도로를 뛰쳐나간 슈퍼바이크
글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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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바이크 감성
MV아구스타 바이크는 최초의 F4 세리에오로부터 이 엔듀로 벨로체까지 이어지는 일관적인 느낌 하나가 있다. 일상적이고 평범함을 벗어난, 이른바 슈퍼바이크의 감성이다. 쉽게 말해 페라리, 람보르기니, 파가니존다 등 우리들이 슈퍼카라고 부르는 자동차들이 도로위의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자동차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MV아구스타의 바이크들은 일반적인 바이크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기본적인 스타일은 기본 콘셉트를 가져온 카지바 엘리펀트를 비롯해 8~90년대 랠리머신 분위기를 담고 있다. 측면의 에어벤트 디자인을 NACA 덕트 형상으로 처리한 것은 90년대 슈퍼카가 연상되는 디테일이다. 레트로한 분위기는 자칫 올드 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디테일을 단단하면서도 미려하게 잡아준 덕분에 상당히 세련되게 다가온다. 또한 윈드실드 아래의 전면 페어링도 실드와 동일하게 투명하게 처리한 것은 현재의 랠리 머신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이며 동시에 차체가 더 가볍게 보이게 만들어준다. 차체의 컬러는 Ago레드와 Ago실버로 지아코모 아고스티니가 그랑프리 트로피를 싹쓸이 하던 6~70년대 MV아구스타의 레이싱 머신 컬러에서 따온 것이다.
새로운 931cc엔진은 기존의 800cc 3기통 엔진을 단지 배기량만 높인 것이 아니다. 공유하는 것은 밸브와 밸브캡 뿐일 정도로 새로운 엔진이다. 어드벤처 바이크의 심장인만큼 토크 중심으로 튜닝해 최대토크의 80%가 겨우 3,000rpm에서 나온다. 역회전 크랭크는 그대로 유지된다. 엔진의 회전 방향을 반대로 바꿔 바퀴에서 만들어지는 자이로 효과를 상쇄시켜 배기량에 비해 차량의 움직임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황홀한 사운드
엔듀로 벨로체는 2024년 판매되는 모든 바이크 중에서 가장 황홀한 엔진 사운드를 지녔다. 아이들링에서는 드라이한 배기음이 회전수를 높이면 점점 촉촉해져서 10,000 rpm근처로 돌때는 거의 세이렌의 노래 소리처럼 사람을 현혹시킨다. 이 소리를 듣고 싶어 자꾸만 회전수를 높이게 되는 것이 이 바이크의 가장 큰 단점일 정도다. 시승하는 동안 6단 톱기어는 두세 번 쯤 사용했을까? 거의 대부분 2~3단에 머물렀을 정도로 낮은 기어를 즐겨 쓰게 된다. 당연히 연비는 뭐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특히 변속할 때마다 팍팍 터지는 변속음과 스로틀을 닫고 시프트 다운에서 바글바글 거리는 일명 팝콘 사운드도 의도적으로 연출되어있다. 최신 전자장비는 모두 적용했다. 트랙션 컨트롤은 8단계로 작동하며 ABS는 후방을 해지할 수 있고 IMU기반의 코너링 감지기능을 제공한다. 엔진 브레이크 레벨도 두 단계로 변경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어드벤처 바이크 최초로 런치 컨트롤이 탑재되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기록을 표시해준다. 이를 이용하면 제원상 제로백 가속이 3.72초라고 하는데 실제 테스트에서는 3.5초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퀵시프트는 매끄럽게 작동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배기음 덕분에 변속은 무척 즐거웠다. 다만 퀵시프트를 밟아 시프트 다운 후 레버를 어설프게 밟고 있으면 엔진의 회전을 띄워주는 오토블리프가 작동하면서 스로틀이 튄다. 브루탈레1000RR역시 동일하게 작동하지만 대부분 약하게 튀는 정도라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엔듀로 벨로체의 경우는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고 스로틀 반응은 빠르다보니 이 튐이 더 강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시프트 레버 조작 후 바로 레버에서 발을 떼 주면 발생하지 않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섬세한 세팅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온로드 중심의 듀얼타이어 A41과 블록 패턴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AX41 두 가지 모두 순정으로 채택되었다. 도로에서는 A41을 장착한 차량으로, 오프로드 코스는 A41과 AX41을 장착한 차량 모두 테스트를 진행했다. 도로주행에서 A41은 높은 신뢰성을 가진 타이어다. 21/18인치 조합임에도 온로드를 빠르게 공략할 수 있었다. 프런트에 21인치 휠을 끼운 차 중 도로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로 달렸던 것 같다.
오프로드 테스트
온로드 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이 바이크는 어드벤처 바이크인 만큼 오프로드를 달려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우선 가볍게 로드 타이어 상태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순정 서스펜션 성능이 꽤 괜찮다. 작은 요철부터 큰 요철까지 잘 대응하면서도 부유하는 느낌 없이 노면을 잘 느끼게 해준다. 오프로드에서도 시원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변속 없이 가속하며 8,000rpm을 넘기면 오묘한 느낌이 든다. 슈퍼바이크의 하울링 소리를 내며 오프로드를 달려가고 리어의 접지감이 희미해지는데 속도는 무섭게 붙는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라이딩이다. 리어의 미끄러짐이 있어도 자세가 틀어지는데 여유가 있어서 조급한 움직임은 나오지 않는다. 대응하기 쉽다는 말이다.
험로구간에서는 AX41타이어를 장착한 엔듀로 벨로체를 탔다. 긴 스트로크와 여유있는 지상고, 그리고 21인치 휠 조합이 만들어주는 혜택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큼직한 돌부리와 단차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지나친다. 저속 토크가 강화되었다고 해도 힘이 살짝 부족해 회전수를 띄우고 반클러치를 끌어 줘야하는 구간이 있었다. 험로가 포함된 오프로드를 달릴 때 저속에서는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달리기가 무척 쉬운데 속도를 높이면 난이도가 훅 올라간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페이스가 높아지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급격히 어려워진다. 그래도 어지간한 험로를 맞닥트려도 겁내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이 바이크에게 있어 상당한 장점이다.
테스트를 마치고 알게 된 놀라운 점이 있다. 이번 미디어 테스트에서 미디어 라이더 사이에서는 한 건의 크래쉬도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이렇게 오프로드가 포함된 미디어 테스트에서 크래쉬가 없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실력이 좋으면 빠르게 달리려다 넘어지고 실력이 없으면 실수로 넘어지는 게 오프로드기 때문이다. 바이크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다들 MV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것일까?(웃음)
독보적인 영역
MV아구스타가 소수를 위한 바이크라는 사실은 어드벤처 모델에도 유효했다. 엔듀로 벨로체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팔릴 수 있는 바이크는 아니다. 하지만 이 바이크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아주 높은 만족감을 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로 닮아가는 어드벤처들 사이에서 좀 더 개성 있는 매력의 어드벤처를 원한다면 엔듀로 벨로체가 답이 될 수 있다.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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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AGUSTA ENDURO VELOCE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81 × 60.2(mm)
배기량 931cc
압축비 13.4 : 1
최고출력 124hp / 10,000rpm
최대토크 102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8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360×980×미발표
휠베이스 1,610mm
시트높이 850-870mm
건조중량 224kg
판매가격 가격미정
글 양현용, 윤연수
사진 MV아구스타, 양현용
취재협조 MV아구스타 코리아 mvagusta.co.kr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