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단골인 효소 찜질, 쑥뜸에 내가 빠진 까닭은
젊은층이 더 많이 찾는
‘아줌마식’ 건강 관리

시작은 ‘효소 찜질’이었다. 작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노폐물 배출’과 ‘순환’에 좋다는 내용을 보고 동네 효소 찜질방을 찾았다.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에 짙은 갈색 쌀겨 더미에 파묻히는 ‘생매장 체험’. 이게 맞나 싶었지만 한 30분 땀을 쏙 빼고 나니 몸이 가벼워진 듯했다. 그 길로 5회권을 끊었다. 이후 좌훈방에 쑥뜸, 부항까지 여의도 직장인 김유진(38)씨가 ‘아줌마식 관리’에 푹 빠지게 된 경로다. 김씨는 “어릴 적에 할머니와 엄마가 찜질을 하러 다닐 때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찾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값비싼 피부 관리실에 다니는 것보다 가성비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종 건강 관리법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러닝 크루’들은 함께 달리기를 한 뒤 동네 사우나를 탐방한다. 깔끔하고 세련된 피부 관리 숍보다 손맛 좋은 것으로 유명한 경락 마사지 가게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젊은 언니들이 많이 온다”
지난 13일 찾은 효소 찜질방. 쌀겨 효소 찜질과 발효 약초 좌훈, 안마 매트 휴식까지 3종 세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이 제법 차 있어 두어 차례 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이곳 사장은 “운영한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요즘 부쩍 ‘젊은 언니’들이 많이 온다”면서 “한두 번 왔다가 친구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 새로운 손님이 꽤 늘었다”고 했다. 흙더미(쌀겨)에 묻혀 있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20분 버티기도 힘들었다. 사우나에 1~2시간 있는 것과 비슷한 강도라고 한다.
지난해 백지영·전현무 등 연예인의 찜질 체험기 등에 관심이 쏠리면서 젊은 층도 이런 ‘아줌마식 관리’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다. 대학 병원에서 일하는 송모(34)씨는 “두어 달에 한 번씩 연차를 내고 의정부에서 유명한 편백원에 가서 반나절쯤을 보내고 온다”며 “친구들끼리 강화도 노천 온천에 가기도 하고 저렴한 웰빙 체험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송씨와 친구들은 ‘아줌마 코어’ 차림으로 하이킹을 가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진분홍색과 빨간색, 꽃무늬 등산복과 고무줄 바지 등 ‘할줌마(할머니+아줌마)’ 콘셉트로 차려입고 등산을 가는 것이다. 최근 SNS에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놀이이기도 하다. 송씨는 “쉬는 날까지 멋 내고 차려입는 게 귀찮다”며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편한 것을 최우선으로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아줌마 스타일’이 실속 있는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우나, 어디까지 가봤나요
코로나 사태 이후 고사 위기에 처했던 대중목욕탕도 최근 젊은 층의 유입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00년 9950곳이었던 전국 목욕탕업(목욕탕·사우나·찜질방) 업소는 지난해 5688곳으로 줄었다. 하지만 역으로 ‘좋은 목욕탕’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전국 곳곳과 해외의 사우나를 찾아 소개하는 한 직장인 SNS 계정은 팔로어가 10만9000명에 달하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함께 목욕을 즐기는 소모임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목욕탕 번개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목욕탕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으니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이 되고, 서로 SNS를 교환하거나 신상 정보를 캐묻지 않는 가벼운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일본으로 2박 3일 사우나 투어를 가거나, 러닝과 사우나를 결합한 행사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른 아침 모여 5㎞ 달리기를 하고 사우나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스몰토크를 한 뒤 각자 직장으로, 학교로 뿔뿔이 헤어지는 식이다. 휴식과 회복을 단련 못지않게 중시하는 이른바 ‘리커버리노믹스(recovery-nomics)’ 트렌드다.
곽금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놀이 문화를 계속 찾아내고 즐기려 하는 젊은 세대가 가성비와 결합한 ‘경험 소비’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기성세대의 방식이라고 외면하지 않고 자기들 스타일로 즐기며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타인의 눈치를 덜 보고, 자기 방식대로 실속을 챙기는 소비를 하는 게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곽 교수는 “피로한 청춘들이 회복에도 방점을 두며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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