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5위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최정우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19일 이사회를 앞두고 최 회장이 퇴진 혹은 연임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 임기 완주를 목전에 둔 최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여부를 표명해야 한다.
'셀프 연임' 규정 바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19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 우선 연임에 관한 심사 규정' 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행안에서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현직 회장을 단독으로 후보로 올려 우선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했다. 이후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거친 뒤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후보로 주총에 참여해 안건이 통과되면 연임할 수 있었다. 현직 회장이 다른 후보군과의 경쟁 없이 손쉽게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이사회에선 해당 규정을 개정해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혀도 다른 후보들과 동시에 심사를 받아 경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이른바 '셀프 연임'이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와 비슷한 입지의 소유분산기업 KT의 경우, 올 2월 구현모 전 대표가 셀프 연임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현직 대표 역시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최 회장이 직접 지배구조TF를 지시하고 해당 안건에 대해 직접 설명한 만큼 이번 개편안은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불화설 이슈…차기 회장 후보 '관 출신' 하마평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영예로운 퇴진을 선택할지 '3연임'에 도전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 최 회장이 재계 5위인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수장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단 한 번도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퇴진에 무게가 실린다. 당시 재계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포스코 회장직은 2000년 민영화 이후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려왔다. 7.25%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 최대주주로 정부의 통제권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전 회장들 또한 정권 교체 시마다 예외 없이 사퇴했다.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이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불화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2대 황경노 회장, 3대 정명식 회장 모두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에 이어 8대 권오준 회장까지 모두 같은 수순을 밟았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7월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까지 무사히 마친다면 최 회장은 포스코 민영화 후 선임된 역대 회장 중 재임을 무사히 마친 첫 사례가 된다.
최 회장이 첫 번째 임기 당시 일찌감치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지만 두 번째 임기 막바지인 현재까지도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예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약 최 회장이 이번 이사회 전후로 용퇴 의사를 밝히면 차기 회장 선임의 첫 단계인 'CEO 승계 카운슬(Council)'이 구성된다. 카운슬은 1차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발해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회부하고 위원회가 최종 1인을 선발한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최중경·윤상직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 출신이 거론된다. 포스코는 오랜 기간 내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순혈주의를 지켜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외부 출신은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4대 김만제 전 회장이 유일하다. 내부 출신으로는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역대 회장 최초 3연임…'경쟁' 거쳐 회장직 재도전?
일부에서는 최 회장의 3번째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회장 주도하에 포스코는 기존 굴뚝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 소재기업'이라는 실질적인 변화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그룹 체질 개선에 앞장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최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 6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35조2000억원(2018년 7월)에서 100조원을 넘어서며 크게 성장했다.
이번 이사회 심사 규정 개정 역시 셀프 연임 논란 여지를 사전 차단하고 연임 도전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최 회장과 새로운 후보군을 두고 자격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한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얻어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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