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식사 동석자 “내 밥값 내가 냈다”더니…결제내역엔 없어

“현금으로 각자 냈다” 의원 배우자 증언 배치되는 증거 나와
“일부 금융기관 회신 지연”…재판부, 결심 재차 미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10월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와 식사 모임을 가졌던 동석자의 증언과 배치되는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동석자는 당초 "내 밥값은 현금으로 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금융기관이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엔 해당 내역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10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2021년 7월 김씨가 식사했던 서울 소재 일식당 등의 포스기(결제 단말기) 결제 내역이 공개됐다. 이는 재판부가 금융기관에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결제 내역은 모 국회의원 배우자 A씨 증언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A씨는 김씨가 재판받고 있는 이번 사건 식사 모임에 동석한 인물이다. 그는 본 사건 전후인 2021년 7∼8월 김씨와 식사 모임을 가졌거나, 약속했었다.

A씨는 지난 6월3일 법정에서 이번 사건 식사 모임의 결제에 대해 "피고인과 식사비 부담 방식에 대해 조율한 적 없다. 나는 차를 빼달라고 해서 먼저 나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전후 이뤄진 식사 결제에 대해서도 "내가 현금으로 결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2021년 7월20일 김씨와 A씨 등이 식사한 식당 포스기 결제 내역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를 반박했다. 재판부는 "상당히 자세히 회신됐다. 룸 13번에서 약 9만원이 결제됐는데, 따로 현금결제가 됐다고 회신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18일, 김씨가 참석하기로 한 의원 배우자 모임 식사 자리에서의 계산도 "현금으로 각자 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금융기관이 제출한 자료에는 현금 결제 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 두 식사 자리의 계산도 김씨 측근이자 이 사건 공범인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씨가 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식사 자리는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되지 않았다.

재판장은 제출받은 금융자료를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전달하면서 검토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배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 회신이 지연되면서 10월24일 오전 10시 공판기일을 한차례 더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결심공판은 두 번 연기됐다. 재판부는 9월12일 예정돼 있던 결심을 한차례 미룬 바 있다.

한편, 김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 배우자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수행원 등 3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총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 측은 "당시 피고인은 다른 동석자들도 각자 계산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배씨가 법인카드로 동석자 등의 식대를 결제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