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링을 2년 반 사용해본 소감

4개월 전 삼성은 갤럭시 언팩을 통해 갤럭시 링을 공개했죠. 아무래도 갤럭시 링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판매되는 스마트 링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처음으로 접하게 될 텐데요. 저는 2022년 2월쯤부터 오우라 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우라 링은 벌써 3세대까지 나온 스마트 링 분야의 선도주자로, 코로나19 판데믹이 한창일 때 코로나 감염을 어느 정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NBA 농구선수들에게 지급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2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오우라 링 그 자체보다는 스마트 링이라는 폼 팩터의 전반적인 사용 소감은 어떤지,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왜 스마트 링을 샀나요?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겁니다. 스마트 워치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왜 스마트 링을 샀나요? 물론 스마트 링보다는 스마트 워치가 훨씬 기능을 많이 제공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링은 스마트 워치에 비해 몇 가지의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폼 팩터입니다. 시계는 차고 벗어야 하죠. 요즘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들이 수면 추적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잘 때 시계를 차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스마트 링이 확실히 유리합니다. 아무리 뒤척여도 걸리적거릴 일이 없죠. 또한, 손목 윗부분보다 손가락 아래가 혈관에 더 가깝기 때문에 심박이나 혈류 측정 등의 건강 데이터 수집에 더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배터리 수명입니다. 물론 한 번 완충하면 며칠씩 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가 매일 밤에는 충전을 해줘야 합니다. 거기다가 수면 추적도 한다면 씻을 때마다 충전하는 걸 습관화해야 하죠. 여기서 한 번이라도 충전을 까먹으면 배터리가 아슬아슬해지겠죠. 스마트 링은 완충 시 1주일 정도의 배터리 수명을 자랑합니다. 스마트 워치에서는 보기 힘든 수치죠. 일요일 자기 전에 1-2시간 정도 충전해 두면 1주일 내내 충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3박 4일 정도의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는 출발하기 전에 완충해 두면 충전기를 챙겨갈 필요도 없죠.

제가 손목시계를 좋아하는 것이 스마트 링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사진은 외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1970년대의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오우라 링도 그렇고 갤럭시 링 또한 최대 100m의 방수를 지원하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일반 애플 워치나 갤럭시 워치의 50m보다 앞서는 부분이고, 각 스마트 워치의 울트라 모델과 맞먹는 방수 성능이죠. 물론 50m 방수여도 수영 운동 측정에 쓸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이따금씩 스마트 워치 침수 관련 이야기를 소셜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걸 생각하면 웬만한 상황에서 벗어야 하나라는 고민 필요 없이 계속 찰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지 정도의 크기면 벗었다가 잃어버리는 경우(https://tinyurl.com/yzp3f25z)도 상당하니까요.

사실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애플 워치 대신 오우라 링을 차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다양한 시계를 차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디에디트에 가끔씩 올리는 시계 리뷰들을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저는 스마트한 기능이 빠진 전통적인(?) 손목시계를 즐겨 차고, 소소하지만 나름의 컬렉션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의 피트니스 추적 기능을 활용하려면 매일 애플 워치를 차야 하고, 그만큼 다른 시계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시계 애호가로서 좋진 않았습니다. 실제로 저와 비슷한 이유로 스마트 워치를 안 차거나, 한 손목에 일반 시계를 차고 다른 손목에 스마트 워치를 차는 경우도 많은데, 스마트 링이 그런 면에서는 저에게 더 맞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 링을 구매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삼성스토어에서 시착해볼 수 있는 갤럭시 링 사이징 키트.

스마트 링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바로 맞는 크기를 찾는 것입니다. 반지는 시계와 다르게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게 불가능해서 처음에 크기를 잘 맞춰야 하는데요. 갤럭시 링의 경우에도 5호에서 13호까지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우라 링을 구매할 때 오우라 링 측에서 미리 맞는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이징 키트를 무료로 보내줬고, 그 사이징 키트에 있는 샘플 중 맞는 걸 찾아서 주문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갤럭시 링도 비슷하게 최초 주문 시 사이징 키트를 먼저 보내주고, 사이즈를 확정하면 실제 갤럭시 링을 보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갤럭시 링이 오우라 링보다 유리한 점은 삼성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 리테일러에서 사이징 키트를 미리 차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핏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이틀 정도는 차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 사이징 키트를 받아와서 확실히 자신의 사이즈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밴드를 조절할 수 있는 시계와 다르게 링은 아예 고정된 사이즈만 있으니까요.


스마트 링의 기능은 어떤가요?

사실 스마트 링은 하드웨어도 하드웨어지만 앱이 중요합니다. 링의 배터리나 하드웨어를 최소한으로 했기에 대부분의 데이터 가공이 앱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죠.

오우라 링 앱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바로 ‘Readiness’라는 개념입니다. 직역하면 ‘준비된 상태’라는 뜻인데, 간단히 말하면 전날 밤의 수면이나 휴식기 심박수, 체온, 그리고 활동 등 다양한 데이터 수치를 모아 그날의 컨디션을 예측하고, 조언하는 기능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우라 링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전반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링에서 받는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활동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사용자의 운동 패턴과 그에 따른 신체 변화 패턴도 학습하죠. 저는 긴 거리를 걷거나 등산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주로 대부분 걷기를 자동으로 잘 인식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애플 건강과 같은 타사 서비스와도 연동할 수 있습니다.

오우라 링으로 추적한 운동 데이터 뿐만 아니라 다른 앱으로 추적한 기록도 애플 건강 앱을 통해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우라 링은 애플 워치와 다르게 화면이 없으니 링 자체에서 운동 추적을 시작하지는 못 합니다. 걷기나 뛰기 등의 일부 운동 타입에 한해서 스마트폰 앱에서 켜주는 방식으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긴 합니다. 이때에는 앱에서 운동 추적을 종료할 때까지 링의 심박측정이 지속적으로 켜져 있습니다.

오우라 링도 시간이 흐르면서 스트레스 감지와 산소 포화도 감지, 증상 감지 기능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추가되었는데, 이 모든 기능 추가가 거의 3년 간 같은 하드웨어로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스마트 워치보다도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기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스마트 링을 사용하면서 느낀 단점은 무엇인가요?

갤럭시 링을 팝업에서 차본 지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두껍다”였습니다. 아무래도 그 작은 몸체 안에 배터리와 각종 센서들이 들어가야 하니 일반적인 반지보다는 좀 두껍고 클 수밖에 없긴 합니다. 당장 에디터B님도 비슷하게 언급을 하셨죠. 특히 반지를 한 번도 껴본 적이 없다면, 그 이질감이 더 심할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의 기술을 집약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놀랍지만, 현실은 일반 반지와 많이 비교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우라 링(왼쪽)과 같은 호수의 갤럭시 링 견본. 거의 비슷한 크기와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우라 링의 경우 센서가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검지손가락에 차는 걸 조언하다 보니 검지손가락에 차고 있으면 뭔가를 잡을 때 이질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오우라 링과 갤럭시 링이 거의 비슷한 크기임을 감안하면 갤럭시 링도 비슷하리라 짐작됩니다. 저도 그래서 처음에는 검지에 차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2년 반을 차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검지에 잘 차고 있습니다. 다양한 곳에 쓸리면서 검은색을 내기 위한 코팅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긴 하지만, 기능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착용감에서 오는 단점 말고 오는 다른 단점은 장기적인 이용 시의 문제입니다. 바로 배터리인데요. 갤럭시 링과 오우라 링 모두 새 제품일 때는 1주일을 보장하지만 저같이 2년 반을 착용하다 보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4일 정도가 최대입니다. 물론 일상생활 때에는 여전히 큰 부담이 없는 사용 시간이지만, 이제는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충전기는 필수로 챙기게 되네요. 그리고 일상에서도 씻을 때마다 조금씩 충전해두지 않으면 수면 추적 도중 배터리가 방전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나마 갤럭시 링의 충전기는 휴대에도 적합하도록 뚜껑(?)도 있고 내장 배터리 덕분에 비상 충전도 가능하다는 것은 이점일 것 같네요.

갤럭시 링의 충전 케이스는 배터리도 내장하여 비상시 충전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화면도 없는 스마트 링에서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는 당연히 하진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진동 모터도 없어서 알림이 온 것조차 알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혹자는 도리어 알림에서 해방된다며 이걸 장점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스마트 워치를 스마트폰에서 놓친 알림을 보완하는 용도로 많이 썼다면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겠죠.


누구에게 스마트 링을 추천하나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스마트 워치의 운동 추적 기능에 자주 의존하는 분들에게 스마트 링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스마트 워치와 다르게 배터리와 프로세싱의 한계 때문에 실시간 운동 추적에서 불리한 부분을 보이기 때문이죠. 저도 수영과 같은 좀 더 빡센(?) 운동을 할 때는 스마트 워치의 도움을 받아 운동 추적을 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링을 갤럭시 워치의 보조 기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긴 하지만, 그러기엔 49만 원이라는 가격은 쉽지 않은 가격입니다. 어차피 스마트 워치를 차는 것이 이미 익숙해졌다면, 굳이 스마트 링을 거기에 추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스마트 워치의 운동 추적 기능이 중요하다면, 스마트 워치를 그대로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사진은 갤럭시 워치 울트라. (손목 둘레 16.5cm)

하지만 시계를 차는 것이 모종의 이유로 꺼려지면서 간단한 건강 추적 기능이 탑재된 기기를 쓰고 싶다면 스마트 링은 좋은 대안이 되어줍니다. 특히 요즘 애플 워치 울트라나 갤럭시 워치 울트라와 같이 화면 크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 가운데,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스마트 링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스마트 링이 스마트 워치보다 더 성공적인 폼 팩터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에 비하면 아직 성장의 여지가 훨씬 많고, 그런 부분에서 좀 더 기대를 해봅니다.

혹시 애플… 당신도 만들 생각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