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딥페이크 주범 징역 10년…법원 “잘난 여성 증오”

30일 저녁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말하기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는 다음달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6년 5월17일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여성 혐오 범죄의 추모 및 규탄 장소가 됐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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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문들의 졸업 사진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얼굴을 합성한 불법 합성 영상물(딥페이크)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40)씨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는 3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을 감경하지 않고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공범 강아무개(31)씨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박씨는 서울대 동문 등 여성들의 졸업 사진이나 사회관계망에 올라온 사진으로 성범죄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 채널과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와 강씨 등은 텔레그램을 통해 만나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6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해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엄중 처벌로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인식시키고 사회 경종을 울리는 게 사법부의 책무”라고 밝혔다. 법원은 박씨의 심신미약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시험 스트레스와 우울증, 강박증 등 정신병적 요인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텔레그램 대화를 보면 수사를 대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범죄임을 명확하게 인식했고,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을 강력한 익명성의 집단 분위기에 취해 변태적으로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9월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 긴급 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딥페이크 성폭력 조장하는 플랫폼 규제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원은 딥페이크 범죄의 해악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합성하고 반포한 허위 음란물과 이를 두고 서로 나눈대화는 형상과 내용이 극히 혐오스럽고 저질스러우며, 제3자가 보기에 합성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실제 내밀한 영역의 사진이 유출된 것에 준하는 것으로 피해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오늘날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이용한 범죄가 우후죽순으로 퍼지고 있지만 이를 단죄하기 어려워 선량한 사회 구성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 “선의의 제보자들의 노력 끝에 피고인들을 간신히 체포했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청구됐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검찰 구형(징역 6년)에서 감경된 공범 강씨에 대해서는 범행 횟수와 기간이 박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고, 일정 시점 이후로 박씨와 관계를 끊고 범행을 중단한 점 등이 참작됐다.

앞서 이 사건의 또 다른 공범인 박아무개(28)씨에게는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는 서울대 불법합성물 범죄 공모에 더해 자신의 주거지를 방문한 피해자의 용변 보는 모습 등을 촬영한 뒤 이를 영상·사진으로 합성·가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다른 공범들도 연이어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