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은 넣고 KB금융은 빼고···속앓는 밸류업지수 [선데이 머니카페]
'2년 합산 적자' SK하닉은 기준 미달에도 입성
증권가 "골고루 담았지만···증시 부양은 미지수"
결국 "연내 재조정"···11월 ETF 출시도 관심사
한국거래소가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지수를 전격 공개한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편입 종목과 증시 부양 효과를 두고 여러 뒷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주로 내가 들고 있는 주식은 지수 구성 종목에 왜 안 들어갔는지, 11월 밸류업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밸류업지수는 어떻게 구성이 됐고 단기적으로 시장에 어떤 효과를 가져 왔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가치 제고 우수 기업을 묶어 투자를 유도할 목적으로 구성한 밸류업지수 종목 100개를 지난 24일 공개했는데요. 여기에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이 포함됐습니다. 정보기술 24개, 산업재 20개, 헬스케어 12개, 자유소비재 11개, 금융·부동산 10개, 소재 9개, 필수소비자 8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5개, 에너지 1개 등 산업군을 골고루 배분한 게 특히 눈에 띄었는데요.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67개, 코스닥시장이 33개를 배치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정보기술에서 포스코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DB하이텍,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등이 포함됐고 헬스케어에서는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등이 선정됐습니다. 자유소비재 종목으로는 현대차, 기아, F&F, 코웨이, 휠라홀딩스가, 금융·부동산 종목으로는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이 편입됐고요. 소재에서는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고려아연을 비롯해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효성첨단소재가 들어갔고 필수소비재에서는 KT&G, 오리온, BGF리테일, 동서, 오뚜기가 선정됐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는 엔씨소프트,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가, 에너지에서는 S-Oil 등이 첫 지수 편입 종목으로 뽑혔습니다.
탈락 종목 가운데는 금융 대장주이자 밸류업 예고 공시 1호였던 KB금융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 회사에는 본 공시를 아직 하지 않은 게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기업 중 DB하이텍, 현대차, 신한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7개 종목이 지수 편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요. 현대차,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은 밸류업 조기 공시 특례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콜마홀딩스, 에프앤가이드(064850), 에스트래픽, 디케이앤디, DB금융투자는 밸류업 조기 공시를 하고도 시총 규모 등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수 편입이 불발됐고요.
일부 종목은 거래소가 제시한 공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2년 합산 흑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지수에 그대로 편입됐는데요. 이는 거래소가 24일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100개를 공개하면서 최근 ‘2년 연속 적자’나 ‘2년 합산 손익 적자’가 아닌 기업만 추렸다고 설명한 부분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거래소는 해당 수익성 항목 외에도 △시장 대표성(시총 상위 400위 이내) △주주 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실시) △시장 평가(전체 증시나 산업군 내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위 50%) △자본 효율성(산업군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위권) 등의 지표를 평가 잣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는데, SK하이닉스에 문제가 된 수익성 부문은 거래소가 밸류업지수 종목을 선별하는 데 있어 시장 대표성 다음으로 본 2단계 기준이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합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였는데요. 거래소가 활용한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2022년 6조 8094억 원의 영업흑자를 낸 뒤 지난해에는 7조 7303억 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2년치 실적을 모두 더하면 영업적자 규모가 9209억 원에 달합니다. SK하이닉스는 순이익 부문에서도 2022년 2조 2417억 원 흑자, 지난해 9조 1375억 원 적자를 내 2년 간 총 6조 8958억 원의 순적자를 봤고요. 원칙대로면 SK하이닉스는 편입 대상이 될 수 없던 셈이죠. SK하이닉스는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한 종목도 아니어서 지수 편입 특례 혜택을 본 회사도 아니었습니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추후 지수 재조정 과정을 감안할 때 SK하이닉스와 같은 큰 기업의 편·출입이 줄 시장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해 지수를 구성했다고 해명했는데요. 특히 올해의 경우 업황 반등으로 수익성이 확연히 나아졌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도 SK하이닉스의 편입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2조 8860억 원, 5조 468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상반기 수익 만으로 이미 지난해 손실액을 뛰어넘긴 넘었는데요. 순이익도 1분기 1조 9170억 원, 2분기 4조 1200억 원의 흑자를 냈고요. 거래소는 다만 2022~2023년 연간 실적 외에 올해 상반기 실적까지 공식적인 수익성 지표로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밸류업지수 비중 상한(15%)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이한 초대형주로 분류됩니다. SK그룹에서 지수에 편입된 유일한 계열사이기도 하고요.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밸류업지수가 각 업종을 균형적으로 담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증시 부양 효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미국 대선, 경기 침체, 금리 불확실성 등 각종 대외 요인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죠.
실제로 거래소의 밸류업지수 공개 직후인 25일 코스피는 7거래일 만에 하락해 2500대로 주저앉았는데요. 여기에는 그간 기대를 모았던 밸류업지수에 대한 실망감도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밸류업 정책 효과를 판별할 핵심 투자 주체인 외국인투자가는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7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6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갔습니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086790), 삼성생명 등 밸류업지수에 포함될 줄 알았다가 불발된 종목들은 예외 없이 내렸고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인 UBS의 한 직원은 회사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같은 날 일부 고객들에게 “편입 종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는 혹평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는 잇딴 비판에 26일 예정되지 않았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계 의견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내년 6월 정기 변경에 앞서 올해 안에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하기도 했는데요. 종목을 재조정할 경우 다시 한 번 시장에 후폭풍이 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1월 운용사들의 ETF 출시에 따른 시장 영향도 주시할 부분이고요. 정책적인 증시 부양이 얼마나 많은 진통을 야기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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