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약도 못 썼는데…'핏줄 혹' 호빈이가 15명 살리다
<앵커>
핏줄 안에 혹이 생기는 희소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호빈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직 2살이 안 됐다는 이유로 신약 치료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저희가 지난해 전해드렸었는데, 그 뒤로 1년 반이 지난 지금 호빈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3월, 13개월이던 호빈이는 온몸 혈관에 혹이 덩어리지고 있었습니다.
치료법이 없어 낙담하던 주치의에게 프랑스 논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약 투여로 호전된 유럽 아기 연구였습니다.
[이범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지난해 3월) : (논문 사례가) 호빈이랑 굉장히 비슷하죠? 12개월 치료하고 이만큼 좋아진 거예요. 이걸 보면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신약을 만든 다국적 제약사가 무료 지원의 호의를 밝혔지만, 우리 정부의 벽에 막혔습니다.
호빈이가 2세 미만이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이 희소병에 대한 경험이 적은 전문가들이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입니다.
부모는 '2세 미만 투약 사례'를 직접 찾아 헤맸습니다.
[호빈이 아버지 (지난해 3월) : 미국에 있는 병원 그리고 이 약에 대해 임상했던 병원 리스트를 다 뽑아서 (조사했습니다.)]
미국 아기 5명의 신약 치료 선례를 찾아냈습니다.
이 사연은 지난해 3월, SBS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심의를 했습니다.
호빈이에게 투약이 허가됐고, 그렇게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호빈이 : (아빠가 좋아요. 엄마가 좋아요?) 엄마.]
다시 만난 호빈이.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호빈이 어머니 : 지금은 걸음걸이도 너무 자연스러워지고 일단은 아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 다리에는 혹이 남아 있지만, 가슴, 등, 엉덩이의 혹은 사라졌고, 무엇보다 뱃속 혈관이 회복돼 뇌졸중, 심근경색의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범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혈전 이런 것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 그런 위험에서 해방됐다는 게 가장 큰 이득입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건, 호빈이의 투약을 계기로 다른 '2세 미만 혈관 혹 환자' 15명도 신약 치료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호빈이 어머니 : (호빈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건강하게 받은 사랑 돌려줄 수 있는 사랑 많이 줄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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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재난적' 약값?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신경외과 전문의) : 지금 호빈이와 다른 15명에게 신약이 허용된 건 보건의료 공식 용어로 동정적 사용이라고 합니다.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다급할 때 임시로 허용하는 건데 그래서 약값이 무료입니다. 하지만 신약이 정식 허가를 받게 된다면 약값이 문제가 될 겁니다.]
[호빈이 아버지 : (정식 허가 후) 매월 4백만 원을 이제 하면 좋겠지만, 좀 그렇죠, 재정적으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신경외과 전문의) : 한 해 수천만 원이 들 수 있는데 보험 적용 못 받는다면 재난적 의료비가 되겠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과 재난적 의료비 가구 비율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희소병에 대한 공적 보험이나 민간 펀드 지원이 적은 게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Q. 다른 나라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신경외과 전문의) :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은 희소병 환자, 특히 어린이에게는 신약 지원이 적극적입니다. 영국은 고가의 약 폭넓게 지원하고요, 미국도 희소병 어린이와 18세 미만 암 환자에 대한 공적 보험의 보장 수준은 높습니다. 약값 비싼 건 마찬가지인데 왜 그렇게 하느냐. 희소병 어린이들을 신약으로 빨리 치료하는 게 보험 재정 면에서 길게 보면 돈이 덜 든다는 판단이 있는 겁니다. 재난적 의료비의 짐을 나눠서 지는 선택, 우리도 이제는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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