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행보' 샌디에이고, LA 다저스 위협할까

지난주 트레이드 마감시한의 주인공은 샌디에이고였다. 약 2시간을 남겨두고 트레이드 4건을 성사시키는 엄청난 활동력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A J 프렐러 사장이 있었다.

A J 프렐러 사장 (샌디에이고 SNS)

매드맨
프렐러의 별명은 '매드맨(madman)'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과감한 영입을 주도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번에도 마감시한 전날까지 조용했지만,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프렐러는 보란듯이 모두의 기대에 부응했다.

프렐러가 처음 알려진 건 텍사스 시절이었다. 국제 아마추어 선수 스카우팅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중남미 시장에 누구보다 밝았다. 텍사스가 도미니카에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하도록 이끌었던 장본인이었다. 덕분에 텍사스는 뛰어난 중남미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프렐러의 능력을 눈여겨봤다. 2014년 8월에 단장직을 약속하고 데려왔다. 프렐러는 샌디에이고 최대 지분을 가진 피터 사이들러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프렐러가 샌디에이고에 오자마자 팀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프렐러의 충동적인 행보가 항상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프렐러는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유망주들을 아끼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의다. 트레이 터너와 맥스 프리드가 그런 식으로 넘겨졌다. 뿐만 아니라 안드레스 무뇨스와 제임스 우드, 매켄지 고어, 루이스 카스티요 등도 샌디에이고를 떠난 뒤 펄펄 날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렐러의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오늘날 메이저리그는 이전보다 유망주가 귀한 대우를 받는다. 잘 키운 유망주 한 명이 외부에서 데려오는 선수보다 투자 가치가 더 낫다. 그래서 정상급 선수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도 유망주를 희생하는 거래는 기피한다. 다저스와 양키스 같은 팀들도 돈보다 유망주를 아낀다.

그런 측면에서 프렐러는 이번 마감시한에 또 충격을 안겨줬다. 최정상급 유망주 '리오 드 브리스(leo de vries)'를 넘겼기 때문이다.

18세 유격수 드 브리스는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7월에 발표한 유망주 순위에서 전체 5위, <MLB 파이프라인>에서는 3위였다.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카를로스 코레아가 비교 대상이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전체 5위 유망주가 마감시한에 팀을 옮긴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만큼 프렐러가 또 보기 드문 선택을 감행했다.

리오 드 브리스 (포트 웨인 SNS)

계획
프렐러는 드 브리스와 함께 유망주 세 명을 더 내줬다. 그 대가로 불펜 메이슨 밀러와 선발 JP 시어스를 데리고 왔다.

핵심은 밀러다. 밀러는 지난해 오클랜드(현 어슬레틱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55경기 28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100마일이 넘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를 제압한다. 지난해 65이닝 104삼진으로, 타석 당 탈삼진율이 41.8%에 달했다.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2024 불펜 투수 탈삼진율 (%)

41.8 - 메이슨 밀러
38.9 - 에드윈 디아스
37.8 - 조시 헤이더
37.3 -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37.0 - 아롤디스 채프먼


샌디에이고는 밀러가 없어도 이미 최강 불펜을 자랑했다. 올스타 불펜 투수 세 명을 배출한 최초의 팀이었다(로버트 수아레스, 제이슨 애덤, 애드리안 모레혼). 여기에 제레미아 에스트라다도 다른 올스타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이들을 '네 명의 기수(Four Horsemen)'라고 불렀다.

7월까지 불펜 ERA 순위

2.97 - 샌디에이고
3.22 - 샌프란시스코
3.36 - 보스턴
3.39 - 텍사스
3.39 - 휴스턴


샌디에이고는 기존 마무리 수아레스 트레이드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수아레스가 결국 잔류함으로써, 불펜에 '5번째 기수'가 생겼다. 밀러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많은 팀들이 눈독 들인 마무리 투수였다. 샌디에이고 불펜이 더 강력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2024-25 포심 평균 구속 (마일)

101.0 - 메이슨 밀러
100.4 - 요안 듀란
99.5 - 라이언 헬슬리
99.2 - 대니 팔렌시아
98.9 - 트레버 메길
98.8 - 로버트 수아레스


그렇다고 해도 불펜 투수에게 이 정도의 유망주 투자는 무모하다. 선발 투수 시어스가 포함됐다고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트레이드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샌디에이고의 계획은 이내 알려졌다. 샌디에이고는 내년 시즌 밀러의 선발 전환을 노린다. 단순히 경기 후반 불펜 투수로만 쓰려고 데려온 게 아니었다.

메이슨 밀러 (샌디에이고 SNS)

불펜이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건 도박이다. 전력 피칭을 하는 불펜과 완급 조절이 필요한 선발은 체력 분배 자체가 다르다.

심지어 밀러는 20살 때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애슬레틱스가 밀러를 불펜으로 키운 것도 팔꿈치 부상을 우려해서였다.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는 선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샌디에이고는 세스 루고와 마이클 킹처럼 성공적인 선발 전환을 경험한 바 있다.

만약 밀러의 선발 전환이 좌절돼도 차선책이 있다. 샌디에이고는 마무리 수아레스가 이번 시즌 이후 FA가 유력하다. 800만 달러 선수 옵션이 걸려 있지만, 올해 연봉이 1000만 달러인 수아레스가 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밀러가 선발진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수아레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밀러는 아직 연봉조정 자격도 없는 2년차로, 2029시즌까지 뛰어야 FA 자격이 생긴다. 구단이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다른 마무리들보다 가치가 높았다.

샌디에이고는 마운드 보강만 치우치지 않았다. 당초 더 시급한 과제였던 타선도 보강했다. 외야수 라몬 로리아노와 1루수 및 지명타자 라이언 오헌을 영입했다. 또 다른 고민이었던 포수 자리도 캔자스시티에서 프레디 퍼민을 데려왔다.

전방위적으로 움직인 샌디에이고는 트레이드 마감시한 최대 승자였다. 각종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샌디에이고를 언급했다. <CBS스포츠>는 아예 프렐러를 승자로 뽑았다.

추격
1969년에 창단한 샌디에이고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5팀 중 가장 오래됐다(밀워키 1970년, 시애틀 1977년, 콜로라도 1993년, 탬파베이 1998년 창단). 하루 빨리 무관에서 벗어나야 하는 팀이다.

지난해 샌디에이고는 우승 적기였다. 첫 100경기까지는 50승50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이었지만, 이후 62경기에서 43승19패를 질주했다. 같은 기간 승률 전체 1위였다.

작년 7/20일 이후 최고 승률

0.694 - 샌디에이고 (43승19패)
0.641 - 다저스 (41승23패)
0.609 - 애리조나 (39승25패)
0.606 - 메츠 (40승26패)
0.594 - 디트로이트 (38승26패)


샌디에이고는 와일드카드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선 애틀랜타를 가볍게 꺾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저스와 격돌했다.

두 팀은 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다저스가 부동의 1위였지만, 샌디에이고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두 팀의 디비전시리즈가 사실상의 월드시리즈였다.

작년 디비전시리즈 (다저스 SNS)

두 팀은 1차전부터 치고받았다. 샌디에이고가 1회 초 먼저 석 점을 뽑았지만, 다저스는 2회 말 오타니의 동점 스리런 홈런이 나왔다. 3회 초 샌디에이고가 다시 두 점을 달아난 뒤에도, 다저스는 4회 말 석 점을 더해 리드를 가져왔다. 공방전이 일어난 1차전은 다저스가 7대5로 승리했다. 샌디에이고의 석패였다.

샌디에이고는 2,3차전을 내리 승리했다. 1승만 더하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가 4차전을 잡는 저력을 발휘했고, 샌디에이고는 타선이 '24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무릎을 꿇었다.

샌디에이고를 누른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 선수들은 샌디에이고와의 디비전시리즈를 "가장 위험한 고비였다"고 인정했다.

올해도 샌디에이고는 '타도 다저스'를 외친다. 다저스를 넘어야 천추의 한도 풀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다저스와 맞붙은 7경기에서 2승5패로 많이 밀렸다. 남은 6경기에서 5승을 거둬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시즌 맞대결 전적은 샌디에이고가 앞섰다.

최근 5시즌 두 팀 맞대결 전적

2021 : 다저스 12승7패 우위
2022 : 다저스 14승5패 우위
2023 : 다저스 9승4패 우위
2024 : 샌디에이고 8승5패 우위
2025 : 다저스 5승2패 우위


샌디에이고가 마감시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반면, 다저스는 다소 조용히 지나갔다. <ESPN>은 두 팀의 마감시한에 대해 "다저스는 망설였고,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고 총평했다. 이로 인해 두 팀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불과 세 경기 차이다. 남은 맞대결에 따라 자력으로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두 팀의 남은 6경기가 모두 8월에 치러지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과연 샌디에이고는 올해 다저스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일단, 프렐러는 그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는 동력을 얻은 샌디에이고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