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임기만료 앞둔 임규준號, 실적업고 흥국화재 계속 이끌까

흥국화재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임규준 대표의 거취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임 대표가 이뤄놓은 실적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전례가 있어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춘원 전 흥국생명 대표는 지난 2021년 부임해 1년 동안 흥국생명의 연간 누적 순익을 300% 끌어올리며 흥국생명과 계속 동행할 것처럼 보였으나 임기 1년만에 임형준 현 대표로 바뀐 바 있다. 임규준 대표도 성과를 냈지만 연임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나오는 이유다.

흥국화재 관계자도 "3월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흥국생명 최대주주로서 흥국생명이나 흥국화재경영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한 흥국화재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0%를 보유하고 있다. 흥국화재의 경우 흥국생명이 59.56%, 태광산업이 19.63%를 갖고 있다.

<넘버스>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금융당국과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소송 중이다. 이 전 회장 측은 보유 중인 고려저축은행 주식을 처분하라는 금융위원회의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해 10월 1심에서 일부 주장만 인정되면서 항소에 나섰다. 2심 변론기일은 오는 3월로 예정돼 있어 임 대표의 임기만료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이 전 회장에 대한 소송 건이 임 대표 임기 내에 마무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연임을 점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흥국화재의 경영 연속성과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임 대표의 연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임 대표는 언론계와 정부부처에서 두루두루 활동한 이력이 있다. 매경미디어그룹에 오랜 시간 몸담았으며 지난 2016년부터 금융위원회 대변인과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쳐 2022년 3월 흥국화재 대표에 부임했다.

임 대표 취임 당시 업계나 언론에서 보험 관련 경험이 부족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적을 증명해보이며 이를 잠재웠다. 임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당기순이익이 62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2년 1475억원으로 급증, 1년만에 2배 이상 성장을 이룬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818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지급여력비율도 분기를 거듭하며 우상향하고 있다. 2022년 말 흥국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163.34%였으나 2023년 1분기 203.98%, 상반기 211.52%, 3분기 272.29%로 계속 200%이상을 유지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초과,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 중이다.

(자료=흥국화재 분기보고서 취합)

흥국화재의 순항은 신회계제도에 맞춰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와 손해율 개선, 계약유지율 관리 등에 공을 들인 결과다. 흥국화재의 장기보험은 원수보험료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흥국화재는 판매망 확장을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현대홈쇼핑을 통해 ‘흥Good 모두 담은 암보험’의 판매도 시작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고객의 문의량이 홈쇼핑 론칭 이후 크게 늘었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가중부실자산비율이 2023년 3분기에 0.19%로 전년 동기 0.07%에 비해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자산건전성분류대상자산 대비 가중부실자산 비중을 의미한다.

흥국화재는 2023년 1분기만 하더라도 가중부실자산비율이 0.01%로 손보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분기부터 0.18%로 껑충 뛰었다. 3분기는 가중부실자산이 더 늘어난데 비해 자산건전성분류대상자산은 소폭 감소하며 비율이 0.20%에 육박했다.

최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부실화가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화재는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 사업에 117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안고 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시기별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차기 실적 발표 시 개선될 것"이라며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 PF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