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회장님"…금호석유화학, 부진 속 반등 노린다
최근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박찬구 명예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간 오너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로 미래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는 위기감이 그룹 내 고조된 가운데 박 명예회장의 복귀로 6조원 규모의 미래사업 투자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이익 10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7%, 69.5% 급락했다.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대부분 사업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력인 합성고무 부문 시황도 침체기로 접어든 지 오래다. 지난해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매출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 대비 16% 감소했다. 올해 2분기 합성고무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547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글로벌 불황 영향이 절대적이다. 석유화학 제품은 소비재·건설·섬유 등 여러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제품 수요가 글로벌 경제 동향과 맞물리는 경향이 크다. 특히 중국의 경제 불황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에 결정적인 악수로 작용했다. 2021년 9월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곧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지 않던 2021년 2분기 금호석유화학은 매출 2조1991억원, 영업이익 7537억원을 기록했지만 2년 만에 영업이익은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돌아온 박찬구…'친환경·R&D' 투자 확대 전망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48년간 석유화학업계에 몸담은 '베테랑' 박 명예회장의 컴백은 "반등의 시작"이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둔 금호석유화학으로썬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은 단기 성과와 업적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달리 5년 이상 중장기 비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서 "박 명예회장은 경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명예회장이 지난해 공언한 "전기차, 바이오·친환경 소재 등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에 5년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박 명예회장의 복권과 맞물리며 금호석유화학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금호석유화학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238억7700만원) 대비 약 50억 증가한 282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박 명예회장의 지휘 하에 그룹의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사업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에서도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LIB)에 첨가제로 사용되는 CNT(탄소나노튜브)가 대표적이다. 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 도전재로 사용되는 CNT는 기존의 카본 블랙 소재보다 전도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전남 순천에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며, 준공 이후 CNT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20톤(t)에서 360t까지 늘어난다. 추후 리튬이차전지 파트너사 판매 확대를 위한 제품 품질 개선과 R&D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CNT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효자 품목'인 NB라텍스에도 투자를 지속 이어간다. 박 명예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NB라텍스 분야 글로벌 1위로 육성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내년 4월까지 23만6000t 규모 NB라텍스 증설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증설에 필요한 투자비용은 총 2765억원 규모로, 올해 6월 기준까지 168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박준경 사장 중심, 물밑 조력자 머무를 것" 관측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박 명예회장 본인이 직접 경영 현장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승계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박 명예회장은 박 사장 중심의 '3세 경영'에 한층 힘을 실을 전망이다. 박 사장은 박 명예회장이 용퇴한지 1년 2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금호석유화학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그룹 3세 경영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용퇴한 박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하기보다는 지금처럼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남아있으며 아들인 박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경영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