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보다 높은 '12m 해일' 온다.. "오늘밤 마린시티 상가 대피하라"

오경묵 기자 2022. 9. 5. 1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상가들이 월파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기위해 차수벽을 설치하고 있다./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부산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주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은 2016년 태풍 차바가 북상했을 때 바닷물이 밀려드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서귀포 남남서쪽 3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7㎞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30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50m다.

힌남노는 6일 오전 8시 부산 인근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으로 인해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폭풍해일경보도 예상된다. 힌남노가 지나는 시간대가 바닷물이 높아지는 만조(滿潮) 때와 맞물려 최대 12m 이상의 높은 물결이 일 수 있다. 부산은 6일 새벽 4시 31분으로 만조 시간이 예정돼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마린시티와 청사포, 미포, 구덕포 일대 상인과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마린시티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의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역이다. 한 주민은 “친인척 집으로 옮기는 연세 많으신 분들도 있고, 집에 계속 머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태풍 ‘차바’가 북상한 지난 2016년 10월 5일 바닷물이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안쪽까지 밀려들어온 모습. /조선DB

마린시티는 태풍이 북상할 때마다 월파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해일성 파도가 덮쳐 일부 건물의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2010년 8월 태풍 뎬무와 2011년 8월 무이파 때도 해안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2012년 볼라벤이 북상했을 때는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해안도로로 밀려들었다.

2016년 태풍 차바 북상 당시 부산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 근처로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 /유튜브

특히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2016년 차바가 북상했을 때였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해안도로와 40~50m 떨어진 인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이닥쳤다. 아파트 단지 사이의 도로는 거대한 물길이 됐다. 방파제 아래에 있는 돌구조물인 테트라포드가 해안도로에 넘어오기 직전 방파제 턱에 걸리기도 했다.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파도에 밀린 승용차가 60~70㎝ 높이의 화단 위에 올라갔고, 일부 건물의 지하주차장에는 바닷물이 들이쳤다. 파도에 휩쓸려 노래미·돔 등의 물고기가 도로 위에 쏟아지기도 했다. 물이 빠지자 보도블록이 산산 조각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6년 태풍 차바 북상 당시 부산 마린시티 해안도로에 파도가 들이치자 한 촬영기자가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유튜브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의 북상이 예고된 이후 해운대와 마린시티 일대는 단단히 대비하는 모습이다. 마린시티의 상가들은 며칠 전부터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는 등 월파에 대비하고 있다. 청사포 상가들은 양식장 기둥을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돌로 상가 입구를 막았다.

빌딩풍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빌딩풍은 높고 좁은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위력이 강해져 부는 바람이다.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 때 마린시티 일대는 빌딩풍으로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들은 입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대비에 나섰다. 조경으로 둔 돌이나 자갈이 빌딩풍에 날아가지 않게 그물로 덮는 한편, 화단의 나무들도 서로 묶어 고정했다. 해운대 엘시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집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지 않느냐”며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에 태풍 해일로 인한 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쌓여있다. /뉴스1

마린시티 특성상 방파제 뒤로 방수벽 높이가 매우 낮아 태풍 때마다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바 피해 이후인 2017년 파도를 막는 방재시설 사업이 시작됐는데, 부산시와 행정안전부가 방파제와 차수벽을 놓고 갈등을 빚다 최근 바다에 이안제(바다 쪽에 해안선과 평행으로 서있는 방파제)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실시설계와 공사 등의 과정이 남아있어 완공까지는 4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