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해 손절매한 2대주주의 속앓이.... 팔자마자 3배 넘게 치솟은 샤페론
7억원 손절매 후 주가 급등... 65억원 평가익 놓쳐
지난 7월 신약 연구개발 기업 샤페론 지분을 대거 팔았던 신주인베스트먼트가 뒤늦은 샤페론 주가 급등에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인베스트먼트는 샤폐론의 2대 주주로 석 달 전만 해도 샤페론 최대주주와의 경영권 경쟁자로 시장에서 예상됐던 벤처캐피털(VC)이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손해를 보며 처분했고 샤폐론의 주가는 공교롭게도 신주인베스트먼트가 매도한 이후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에 3배 넘게 치솟았다.
신주인베스트먼트가 샤페론 지분을 급하게 처분한 이유는 회사 재무상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전 최대주주와의 관계 때문에 자금 마련 필요성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7억원의 손실을 보고 샤페론 지분 80%를 매각했는데 매각 직후 샤페론 주가가 급등하며 65억원의 평가이익을 눈앞에서 놓쳤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 신주인베스트먼트는 7월 4~11일 사이 샤페론 주식 320만주를 50억3780만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신주인베스트먼트는 올해 6월 말 샤페론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72억원을 주고 400만주(13.27%)를 취득하며 성승용 대표와의 지분율(15.38%) 차이를 2.11%로 좁혀 경영권 분쟁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매도로 13%가 넘던 신주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2.65%로 쪼그라들었다. 유증 당시 320만주가 57억6320만원(주당 1801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7억2500만원 규모의 손실을 보고 팔았다.
지분 매도 이후 샤페론 주가는 갑자기 급등했다. 원형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 개발, 아토피 치료제 누겔에 대한 기술 이전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신주인베스트먼트가 마지막으로 매도했던 지난 7월 11일(종가 1915원)보다 9월 24일(종가 4795원) 주가가 150% 넘게 치솟았다. 이달 4일 기준 주가가 3820원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유증 당시 가격의 2배가 넘는다. 신주인베스트먼트는 가만히 있어도 약 65억원의 평가이익을 손에 쥘 기회를 그대로 날린 것이다. 매도 당시 가장 낮은 처분 단가가 1439원(평균 1554원)이었기에 신주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뼈아픈 손실이다.
샤페론 관계자는 “신주인베스트먼트는 6월 유상증자 당시에도 갑작스럽게 매입을 통보했고, 지난달 대규모 매도 역시 따로 회사에 알린 바 없다”고 말했다.
신주인베스트먼트는 빚을 갚느라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도 사유를 부채 상환이라고 기재했다. 실제로 샤페론 신주 취득 당시 신주인베스트먼트의 자산은 75억원, 부채 50억원, 자본 25억원이었지만, 지난 8월 지분 감소를 공시할 땐 자산과 부채가 16억원으로 같아졌다. 회사가 보유한 모든 자산이 부채로 충당되고 있다는 뜻으로, 재무구조가 약 한 달 만에 매우 취약해진 것이다.
신주인베스트먼트가 전 최대주주와의 관계 때문에 주식을 급히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신주인베스트먼트는 이홍민 금호전기 대표이사가 지난 2020년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로 있었다. 정헌욱 금호전기 사내이사도 당시 최대주주였다.
지난 9월 20일 금호전기는 운영자금 조달을 이유로 60억원 규모의 9회차 자기 전환사채(CB) 매도계약을 케이쿤투자파트너스와 체결했다. 케이쿤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신주인베스트먼트 대표(정태진·양욱승) 중 한 명인 정태진씨다. 8월 14일 3억원을 미리 지급한 상태고,지난 4일까지 잔금 57억원을 납부해야 했다.또 케이쿤투자파트너스의 100% 자회사인 케이기업발전인베스트1호(양욱승 대표)도 금호전기의 12회차 CB를 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오는 21일까지가 납부기한이다.
금호전기와 CB 계약을 체결한 두 회사의 대표가 신주인베스트먼트의 대표들이고, 모두 신주인베스트먼트가 입주한 서울시 금천구 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즉 신주인베스트먼트가 전 최대주주 측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다가, 자금 조달 필요성 때문에 급히 돌려줘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신주인베스트먼트를 소유했던 신주홀딩스가 금호전기 경영권을 CB 투자를 계기로 가져갔던 것에 주목한다. 당초 신주인베스트먼트도 유상증자 배정 이후 샤페론을 인수할 목표였지만, 금호전기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예상치 못하게 계획이 틀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신주인베스트먼트와 당사의 CB 계약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CB는 부채 상환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고, (신주인베스트먼트와) 당사 최대주주와의 관계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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