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르게 평양까지?…북한 발칵 뒤집은 '무인기' 시나리오
군, 北 경의선·동해선과 연결된 도로 폭파 준비 포착…대비태세 강화
북한이 최근 평양에 한국 무인기가 3차례 침투했다고 주장한 이후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이번 사건이 남측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대남(對南) 적개심 고취와 공포감 조성 등을 위한 선전·선동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제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무인기가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확인하지 못하면서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있다"며 "우리 측으로 10여 차례 무인기를 보내 온 그 책임에 대해선 함구하며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군이 한쪽 입장을 낼 경우 남남갈등이 유발되거나 군에 책임을 추궁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상공에 뜬 무인기는 누가·어떻게 보냈을까. 현재로선 우리 군, 국내 민간단체, 북한 내부 반정권 세력, 북한 정권의 자작극 등의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하지만 북한이 쓰레기·오물풍선을 살포하고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 군이 리스크를 떠안고 무인기를 침투시키진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 내부 소행이나 자작극을 제외하면 우리 민간단체가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포항 지역에 있는 한 동호회는 자체 제작한 '회전익 드론'(헬리콥터 형태)을 북한 금강산까지 보내 사진 수십장을 찍었다. 다만 감시망이 촘촘한 평양에 이번처럼 부피가 큰 '고정익 드론'(비행기 형태)이 갈 수 있을진 해석이 갈린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민간단체의 드론이 내륙으로 가려면 한국·미국·북한의 방공망을 모두 뚫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서해 쪽에서 바다 위로 쭉 올라가 평양까지 갔을 수는 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본만 있다면 기술적으로 민간에서도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레이더가 발달했어도 서해 사각지대에서 날리면 포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알려지진 않았지만 민간 드론이 북한에 들어간 경우는 종종 있었다"면서 "만일 이번에 민간단체가 보냈다면 자체 제작이 아니라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고성능 해외 드론을 구입해 보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무인기를 남측이 날렸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군 소식통은 김여정이 한국을 향해 "X지는 순간까지 객기를 부리다 사라질 것들" "괴이한 돌연변이" "한국 군부깡패" 등의 표현을 쓰면서도 '재발방지 담보'라는 말을 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 김여정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속히 타국의 령공(영공)을 침범하는 도발행위의 재발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재발방지 담보라는 표현은 그동안 북한에서 나오지 않은 표현이라는 게 군 소식통의 설명이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활동하는 평양 상공에 공격 무기로 변화할 수 있는 무인기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실존적 위협이니 우리 군 당국이 나서 무인기를 보낸 주체를 찾아 재발 방지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무인기 침투 사건은 상당히 큰 충격일 것이고 이번 사태로 여러 명이 징계나 숙청을 당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은 드론을 다시 날리지 말라는 취지로 포병사격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고 먼저 군사적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무인기 침투를 계기로 "우리 정부를 윽박질러 남남갈등을 유발시켜 우리 군의 대북방송이나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등을 그만두게 만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큰 위협을 받고 있고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가림막 세운 북한,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 준비…"오늘도 가능"
북한이 남북 간 연결된 도로를 폭파하려는 정황이 우리 군에 의해 포착됐다. 우리 군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화력대기태세를 강화했다. 또 공군 조기경보통제기인 E-737 '피스아이' 등 한미 감시·정찰 자산을 여러 시간대로 나눠 북한 동향을 실시간 포착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보여주기식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 또 작은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있고 아직 폭파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단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가림막 뒤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식별됐다"고 했다.
그는 "그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들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빠르면 오늘도 가능한 상태이고 북한이 공개한 대로 폭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남북 연결도로는 경의선, 동해선, 화살머리 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등 4곳에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남북 연결도로 차단 작업을 마무리했고 최근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3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 북한은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연일 대남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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