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8.31' 정규시즌 상대전적 비웃었다, PO MVP 완벽투 KIA 우승 확률 100% 저지…“영상 보며 단점 수정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가 다시 한 번 에이스 위용을 뽐냈다. 정규시즌 때 상대 전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호투를 펼쳤다. 레예스는 한국시리즈 3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레예스는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3차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날 레예스는 7이닝 5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1실점을 기록. 퀄리티스타트(선발 7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피칭을 선보였다. 레예스를 앞세운 삼성은 KIA에 4-2 승리를 거뒀다.
삼성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레예스다. 한국시리즈 1,2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90%(20번 중 18번)에 달한다. 3차전까지 승리했을 경우 우승 확률은 100%다. 만약 삼성이 3차전까지 KIA에 패했다면, 우승을 내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레예스의 호투로 삼성은 10%의 기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삼성에 입단한 레예스는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44이닝을 소화했고 11승 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선발진 한 축을 맡은 레예스는 삼성이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조금 부침을 겪었지만 KBO리그 적응을 마친 레예스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여 왔다.
가을야구에서도 레예스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 13일 대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레예스는 6⅔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LG에 10-4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19일 잠실에서 치른 플레이오프 4차전도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LG를 1-0으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레예스의 플레이오프 2경기 평균자책점은 0.66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레예스는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전적 무승 2패 열세인 상황에서 3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게 된 레예스. 올해 KIA를 상대로 3경기에서 13이닝을 책임졌고 2패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했다. KIA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IA도 레예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레예스는 삼성의 에이스 투수다. 점수를 많이 뽑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LG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 때도 공이 좋았다. 우리는 앞쪽에 타자들이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초반에 찬스가 났을 때 활용하려고 서건창을 선발로 냈다. 중요한 상황에서는 우리 팀도 자전을 구사해야 한다”며 레예스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시리즈 흐름을 바꿔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선 레예스는 KIA 타선을 완벽 봉쇄했다. 이날 레예스는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서건창(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순으로 꾸려진 KIA 타선을 상대했다.
1회초 레예스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 박찬호를 3루 땅볼 처리했고, 소크라테스까지 1루 땅볼로 잡아냈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린 소크라테스는 김도영까지 유격수 땅볼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레예스는 2회초 위기를 맞았다. 최형우를 우익수 플라이 처리한 레예스는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김선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서건창을 병살타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했다.
3회초는 삼자범퇴로 끝냈다. 김태군에게 삼진을 솎아내며 기분 좋게 이닝을 시작한 레예스는 최원준까지 삼진 처리했다. 그리고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4회초까지 레예스는 위력적이었다. 3회말 이성규의 솔로 홈런으로 1-0 리드 속에 마운드에 선 레예스는 선두타자 소크라테스를 2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어 김도영을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높였다. 그리고 최형우까지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다.
5회초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 김선빈에게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루 상황에 처했다. 서건창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준 레예스. 김태군에게 삼진을 솎아내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리고 최원준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는데, 좌익수 김헌곤이 넘어지면서 포구에 성공. 레예스의 실점을 막았다.
5회말 김영웅의 홈런으로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레예스가 6회초 등판했다. 하지만 KIA에 1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레예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레예스는 소크라테스를 3루 파울 플라이 처리했다. 김도영 타석 때 한 차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방문했고, 레예스는 김도영에게 삼진을 솎아냈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2루를 내줬다. 2루수 류지혁 포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최형우에게 1타점 우전 안타를 맞았다. 계속된 위기 상황 속에서 레예스는 나성범을 삼진처리하며 동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7회초에도 레예스는 위력적이었다. 선두타자 김선빈을 3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레예스는 서건창을 좌익수 플라이, 김태군까지 루킹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레예스는 이닝의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포효했고, 3루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은 레예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 후 레예스는 “기분이 좋다. 좋은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우리가 잘 준비한 경기였고 그 경기를 잡아서 기분 좋다"면서 ”포스트시즌 들어 많은 공을 던졌다. 피로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내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이 있다. 정규시즌 때 KIA 타자들을 상대로 안 좋았다. 그래서 영상을 다시 보며 단점을 보완하려 했다. 스트라이크를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던 게 잘 됐다“며 승리 소감을 남겼다.
1선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됐다. 레예스는 “코너가 없다고 해서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다. 코너가 우리 선발진에 중요한 몫을 맡아주고 있었는데, 부상은 코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우리 모두 코너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부담감을 갖지 않고 우리가 평상시 하던 대로 성실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등판하는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레예스는 "전력분석 미팅 때 같이 들어가서 게임플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 코치님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내일 원태인, 그 다음 선발투수들에게도 오늘 경기 과정에 대해 얘기해줄 것 같다“며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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