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만 까딱해도 눈앞이 핑 어지럼증 경고 무시 말아야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3. 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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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어도 팽이처럼 도는 시야
구토·이명·발음장애 증상도 유발
'병적 어지럼증' 원인도 제각각
움직일 때 괴로움 심하면 귀 의심
둥실둥실 흔들리는 느낌 지속 땐
소뇌·뇌간 경색 위험도 고려해야
얼굴마비 심해지면 뇌졸중 주의
부정맥·빈혈도 어지럼증 일으켜
게티이미지뱅크

어지럼증은 2명 중 1명꼴로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경험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어지럼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거나 높은 고층빌딩에서 아래를 쳐다봤을 때 느끼는 어지럼증은 정상적인 증상이다. 이는 육감(시각·청각·후각·미각·체성감각·평형감각)을 과도하게 자극해 공간감각을 평소와 같이 인지할 수 없어서 어지럼증이 발생한 것이다. 스트레스나 멀미, 과로를 했을 때도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모두 '생리적 어지럼증'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주위가 팽이 돌 듯이 빙빙 돌고 구토를 하면서 이명(耳鳴)을 느끼는 경우,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고 복시현상이나 발음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고 식은땀과 함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경우, 막연히 힁하니 어질어질한 경우에는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병적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어지럼증으로 낙상하거나 그로 인해 골절이 발생할 수 있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원인을 찾아 적극 치료해야 한다.

어지럼증은 크게 빙글빙글 눈이 돌아가는 '회전성(回轉性)', 둥실둥실 몸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부동성(浮動性)'으로 나뉜다. 부동성 현기증 환자가 회전성보다 약 2배 많다.

회전성은 원인이 대부분 반고리관(몸의 회전 감지기관)에 이상이 생겨 가만히 있어도 회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많이 알려져 있는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은 귀 안의 '이석(耳石)'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에 들어가서 일어난다. 또한 귀 안쪽 림프액이 너무 늘어나 반고리관을 압박하면 메니에르병이 돼 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부동성은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주로 이석기(耳石器) 이상, 요추질환, 우울증·불안장애,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에 따른 저혈당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에는 만성적인 어지럼증으로 '지속적 체위 지각 현기증(PPPD·Persistent Postural Perceptual Dizziness)'이 국제 학회에서 새롭게 정의됐다. PPPD는 처음에 강한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그 후에는 부동성 어지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 몸을 움직이거나 자동차를 탈 때, 복잡한 모양과 움직임이 심한 영상을 볼 때 악화되기 쉽고, 발생 연령대는 50대를 중심으로 20~80대로 다양하다. 무로후시 도시히사 데이쿄대 의학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만성 현기증은 숨어 있는 심각한 질환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며 "소뇌·뇌간 경색으로 현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얼굴이 저리고,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 질환, 어지럼증 원인의 약 80% 차지

머리가 계속해 어지러우면 '병적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원인의 약 80%가 귀라고 알려져 있다.

귀가 원인인 어지럼증은 몸을 움직일 때 심해진다. 누웠다 일어나거나 몸을 뒤척일 때,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뇌에 원인이 있다면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고, 며칠간 증상이 계속되는 특징이 있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귀 질환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다.

이석증(耳石症·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은 귀의 반고리관 조직 파편인 이석이 떨어져 나오면서 발생하는데, 이석이 반고리관을 자극하면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석증은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고 움직이는 특정 자세를 취하면 악화된다. 이석증은 반고리관에 생긴 결석을 원위치로 집어넣는 물리치료를 이용해 치료한다.

이석증은 재발률이 높지만 예방할 뚜렷한 방법이 아직 없다. 전은주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비타민D 결핍이 이석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매일 햇볕을 쬐어 비타민D 체내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평소 머리를 거꾸로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자세를 피하고, 머리 쪽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석증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정신경염은 귀의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계에서 뇌로 가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나며 평형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된다. 메니에르병은 소리를 담당하는 달팽이관 내부의 내림프액이 증가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난청이나 이명, 구토 증상 등을 동반한다.

빈혈, 고령층 빈혈은 위암·대장암 가능성

빈혈(anemia·貧血)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하지만 빈혈이 있을 때는 어지럼증보다 오히려 피로, 가슴 두근거림, 두통, 식욕부진, 의욕상실,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즉 단기간 출혈로 인해 신체 내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다면 어지럼증이 주요 증상이지만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된 빈혈일 때에는 어지럼증 호소 사례가 많다.

빈혈은 글자 그대로 혈액에 들어 있는 적혈구 양이 정상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적혈구가 적으면 혈액의 산소결합 능력이 떨어져 어지럼증과 두통이 발생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을 할 때 다른 사람보다 빨리 숨이 차고 맥박수가 빨라지기도 한다. 젊은 여성의 빈혈은 매달 생리혈(血)과 함께 철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서 발생하지만 노인의 빈혈은 다르다.

빈혈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고령 남성이나 폐경 이후 여성에게 생긴 빈혈은 위나 장에서 피가 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위나 장에서 피가 나도 조금씩 나면 대변에 피가 보이지 않아 전문가가 봐도 알기 어렵다. 고령층은 대장암과 같은 심각한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봐야 한다.

노인의 경우 빈혈이라고 정확한 검사 없이 철분제제만 먹으면 큰 병을 놓칠 수 있다. 6개월 이상 철분제를 복용해도 혈색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 대장암 등 숨겨진 출혈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암은 다른 장기보다 대량의 산소와 영양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생 혈관'이라는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혈액을 끌어들인다. 이 신생 혈관은 보통 혈관보다 혈관벽이 약해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출혈을 일으켜 빈혈 증상을 유발한다. 빈혈 증상은 대개 몇 초간 짧은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뇌질환, 어지럼증+자세불안·언어장애

서 있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 불안 증상 혹은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에 의한 '중추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크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4명 중 1명꼴로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과 같은 뇌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속귀의 전정기관(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 이상에 의한 '말초성 어지럼증'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귓병 진단을 받고 치료해도 계속 어지러우면 뇌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약 10%의 환자들은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지럼증을 보이는 뇌졸중 환자는 초기 MRI 검사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례가 20%에 달하고, 얼굴마비·언어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뇌졸중에 비해 오진 위험이 무려 2배나 높다. 자세불안, 발음장애,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과 함께 나타나면 MRI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뇌경색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 앉았다 일어나면 머리가 핑~

앉았다 일어나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느껴 멈칫했다거나 속이 메스껍다고 느꼈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혈압 약과 함께 전립선 비대증 약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는데,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자주 어지럽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보고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한 다음 일어나서 적어도 3분 이내에 혈압을 측정하는데 이때 지속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완기 혈압이 10㎜Hg보다 더 떨어지면서 분당 20회 이상 맥박수가 적절히 늘지 않으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평소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다리에서 심장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만 갑자기 일어날 때에는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과 뇌로 가는 혈류량도 함께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뇌경색, 파킨슨병, 당뇨병, 말초신경 병증이 혈압을 조절하는 신경에 이상을 가져와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앉았다 일어나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 체위를 바꿀 때에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미네랄과 비타민 등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적당량의 염분을 섭취하는 것도 기립성 저혈압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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